박진호 삼성생명 WM사업부 상무 “부유층 자산관리 노하우 전파"

Special interview 박진호 삼성생명 상무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삼성생명에서 25년 외길을 걸어 온 박진호 상무가 삼성생명 WM사업부의 수장에 올랐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라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자산관리(WM)의 철학을 들려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금융시장에 ‘블랙스완(black swan)’이 출몰하고 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없다”던 해외 금리 연계 파생상품(DLS)은 역사상 저점인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속절없이 추락했고, 한 증권사가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 대상이 바뀐 황당한 ‘위반’으로 손실 우려에 처했다.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지난 7월 삼성생명 WM(Wealth Management)사업부 수장으로 온 박진호 WM사업부장(상무)은 ‘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택했다.

삼성생명 WM사업부는 이미 금융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자산관리의 명가다. 국제재무설계사(CFP), 국제재무분석사(CFA) 등 각종 금융 전문 자격증을 보유 중인 200여 명의 전문가가 고객과 두터운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박 상무는 “자산가들의 소중한 자산을 맡기 위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국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WM사업부를 맡은 직후 서울에서 부산, 제주까지 전국을 다니며 임직원들과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발로 뛰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FP(Financial Planner)센터, 헤리티지센터 등을 총괄하고 있다. 보통 지방의 현장 직원들이 WM사업부장의 얼굴을 1년에 몇 번 보기 어려운 법인데, 박 상무는 취임 이후 한 달에도 서너 차례 만남을 갖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현장을 바쁘게 누볐다는 후문이다. 박 상무는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하나로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임직원들이 비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지난 1994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래 25년을 한결같이 삼성생명과 함께해 온 보험인이다. 법인기획팀, 경영혁신팀 등에서 관리 역량을 쌓았고, 서울중앙지역단과 경인법인지역단의 단장도 역임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는 영업대상, 조직대상을 연거푸 수상한 ‘영업통’이기도 하다. 가업승계 및 2세 교육 등 법인 및 최고경영자(CEO)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확대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진호 삼성생명 WM사업부 상무 “부유층 자산관리 노하우 전파"
WM사업부를 이끄시며 역점을 두는 방향은.
“기준금리 1.5% 시대의 자산 운용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25년간 금융인으로 일하는 동안, 금리가 5% 미만으로 내려간 시기는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때는 금리가 20~30%로 치솟기도 했고, 그 이전에도 10% 수준이었습니다. 은행예금에만 넣어도 높은 수준이 보장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적정한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고객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를 방문할 때 각기 다른 얼굴로 온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낮은 위험 대비 적정수익을, 증권사는 약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초과수익을 기대하며 찾죠. 최근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장기 자산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특히 법인영업 분야의 경험을 살려 기존 부유층 시장에 법인(CEO) 분야의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패밀리오피스는 가문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기에 법인과 연결된 프로그램이 많은데, 대기업 및 중소기업 영업 현장 및 관리 지원을 거친 강점을 접목하고 싶습니다.”

비전과 목표의 공유를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개인의 비전과 목표도 중요하고, 회사의 비전과 목표도 중요합니다. 그러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시장에서 신뢰받는’ 변화를 선도하는 WM사업부가 그 지향점입니다. 우선 회사 차원에선 부유층 자산관리로 쌓은 역량을 사내에 폭넓게 전파할 생각입니다.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FO)는 2012년 이래 지금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자산 컨설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부유층이 잘되면, 대중 시장도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신뢰받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바탕이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보험은 피플 비즈니스(people business)입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신임 파이낸셜플래너(FP)들의 초기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주 1회의 조기교육 과정을 주 4회로 확대, 강화하고 커리큘럼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부 내 투자·부동산·세무 전문가 그룹과 연계해 신임 FP 학습회를 운영, 우수 사례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즉각적으로 고객과의 상담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한국형 가문관리를’ 선도해 왔는데, 지난 성과와 앞으로의 지향점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삼성생명이 국내 가문관리와 가업승계를 위한 서비스를 선도해 왔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재정적 자산관리와 인적 자산관리, 사회적 자산관리가 핵심인데, 재정적 자산관리 부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눈에 띄는 성장이 있었습니다. 인적 자산관리 부문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2세를 교육하기 위한 글로벌 인사이트 프로그램은 8년째 지속되며 올해까지 11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 경영을 위한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습니다. 사회적 자산관리는 아직 충분히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회에서 받은 혜택의 일정 부분을 다시 사회에 보답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하기 위해 앞으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부자 증세는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 자산가들이 절세 측면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있다면.
“정부의 일관된 조세정책의 기조는 부자 증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파르게 올랐던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통해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려서 올해 12월 다주택자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2019년 세법 개정안에도 임원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 인정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과 고가 겸용주택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 등 자산가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많은 고객들을 만나면서 새삼 느끼는 건 절세의 출발은 관심인 것 같습니다. 세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해서 무관심하기보다는 항상 정부의 조세정책에 관심을 갖고,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각자에게 맞는 절세 전략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일부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금융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생명은 고객들의 안전한 자산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DLS와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상품전문가 및 투자자문이 같이 검토를 하고,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추가적으로 체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품은 사전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시가 확정된 상품에 관해서는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화상강의 및 학습회를 통해 교육을 철저히 하고,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 및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정치 이슈가 경제 상황을 압도하는 형국이라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3% 중반에서 올해는 3%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장기화가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고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있으나,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라 통화정책의 여력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의 대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렇게 경기 하강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에 자산관리는 신용도가 높은 채권 중심의 투자를 권합니다. 미국 국채 또는 선진국 투자등급(신용도 BBB 이상)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리 레벨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달러화 채권은 이자소득과 더불어 이머징 통화의 리스크 헤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기준이 개인 나이의 재무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전체의 60% 정도로 두고 변동성을 적절히 관리하면 좋겠습니다. 삼성생명 WM사업부에서는 기존의 주식, 채권 외에도 메자닌,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펀드, 신탁)으로 자산 배분을 돕고 있습니다.”

박진호 상무는…
199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약 25년간 삼성생명에서 금융인으로 외길을 걸어 왔다. 법인기획팀, 경영혁신팀을 거쳐 서울중앙지역단과 경인법인지역단을 이끌었다. 지난 7월부터 삼성생명 WM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