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베이비부머의 화두 ‘연금 개혁 방안' 5가지

[한경 머니 기고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화두는 무엇일까. 다른 세대는 몰라도 베이비부머의 화두는 ‘연금’이 되지 않을까. 2020년은 베이비부머의 맏이 격인 1955년생이 65세가 되는 해다. 65세부터 고령인구로 편입되고 기초연금도 수령하게 된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생도 2020년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1955년생을 시작으로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발걸음도 다급해졌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만 갖고는 이들의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 그래서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을 앞두고 큰 폭의 연금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과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고령인구 증가 대응 방안’에 드러난 연금제도의 개혁 방향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규제 완화


별도의 소득원이나 자산 없이 집 1채만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하는 고령자들에게 주택연금은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현재 주택연금 가입률은 겨우 1.5%에 불과한데, 가계 자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빼내 든 카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가입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사람이 60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55세로 낮출 예정이다.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나면 1분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하고 별다른 소득 없이 노령연금 개시만을 기다리는 은퇴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 연령이 하향 조정됐다고 해서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연금 수급 시기를 앞당기면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3억 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경우 매달 59만5000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55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43만4000원만 받게 된다.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해 주택연금 가입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입 연령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 제한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시가 9억 원으로 돼 있는 주택 가격 상한을 공시가격 9억 원으로 낮추려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7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가 13억~14억 원 내외의 주택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고가주택 보유자에게까지 주택연금 가입의 문턱을 낮춰 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어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셋째, 주택 조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주택법’상 주택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보유자만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데, 여기에 주거용 오피스텔과 전세를 준 단독·다가구주택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퇴직급여의 연금화 비율↑

2020년 베이비부머의 화두 ‘연금 개혁 방안' 5가지

2020년 베이비부머의 화두 ‘연금 개혁 방안' 5가지

국내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16년째에 접어들었다. 당시 퇴직연금을 도입한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던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우선 퇴직연금 가입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 2017년 기준 퇴직연금에 가입자가 전체 가입 대상 근로자의 50.2%밖에 안 된다. 중도에 누수되는 자금도 많다.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5만2000명의 가입자가 1조7000억 원의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했다. 마지막으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도 상당히 낮다. 2018년 퇴직연금 수급계좌(29만6372계좌) 중에서 연금 수급계좌(6145계좌)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퇴직급여의 연금화를 위해 내놓은 조치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발의된 관련 법률 개정안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을 엄격히 했다. 본래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 있었다. 법에서 정한 사유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마련, 가입자 본인과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장기요양, 가입자의 파산과 개인회생 절차 결정을 받을 경우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장기요양 관련 요건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중도 인출을 하는 근로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2017년에 중도 인출된 퇴직연금 적립금 1조7000억 원 중에서 장기요양 의료비 마련을 명목으로 인출된 것이 6000억 원(35.4%)이나 됐다. 그래서 정부는 2019년 10월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의료비 관련 중도인출 요건을 강화했다. 이제 가입자가 본인 임금총액의 12.5%를 초과해서 의료비를 부담한 경우에만 중도 인출을 할 수 있다.


셋째,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하기 위해 세제 혜택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퇴직급여를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를 징수하고 있는데,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할 경우 적용되는 연금소득세율을 퇴직소득세의 60%로 낮추는 방안이다.


연금 수익률과 편의성↑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수익률이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88%다. 이는 초저금리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원리금 보장 상품 투자 비중이 9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이 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제도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일임형 퇴직·개인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전문성 있는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권한을 위임받아 ‘알아서 연금을 굴려 주는’ 제도다. 수익률에 관심이 많지만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투자를 망설이는 개인연금 가입자나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관심을 가져 볼 만한 제도다.


둘째,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한 디폴트 옵션 도입이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적격투자 상품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제도다. 예금금리가 낮아 투자는 하고 싶은데, 금융상품을 잘 몰라 고민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셋째,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3가지 제도를 도입해 규모의 경제와 분산투자를 시행하겠다는 것인데, 3가지 제도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인 퇴직연금 적립금을 부동산투자회사(REITs, 리츠)의 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종전에 DB형 퇴직연금에서만 상장 리츠에 투자할 수 있던 것을, 2019년 연말부터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밖에 연금 가입자가 손쉽게 연금 상품과 금융회사를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에도 연금저축을 연금저축으로 갈아타려는 경우에는 신규 가입 회사 1곳만 가입하면 됐다. 하지만 IRP를 IRP로 바꾸거나 IRP와 연금저축 간 이동을 원하는 경우에는 기존 가입회사와 신규 가입회사를 모두 방문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하지만 2019년 11월 25일부터 연금저축 간 이동처럼 신규 가입회사 1곳만 방문하면 되도록 간소화했다.


스스로 연금자산 적립하도록 돕기


결국 노후소득을 늘리려면 스스로 더 많이 저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세대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인 개인연금 적립금에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2019년까지 연금저축과 IRP를 합친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는 최대 700만 원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50세 이상 장년층의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연 200만 원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50세 이상 장년층은 연금계좌를 활용해 연간 최대 9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총 급여가 1억2000만 원(종합소득 1억 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연금계좌에 900만 원을 저축하면 세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총 급여가 5500만 원(종합소득 4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연금계좌 저축액의 16.5%를 세액공제 받는다. 따라서 900만 원을 저축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5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에 추가로 불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눈에 띈다. ISA계좌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만기 금액을 연금계좌에 추가로 불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불입한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 한도)를 세액공제 해 주기로 했다. 세액공제 효과를 높이려면 ISA계좌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최소 3000만 원 이상을 적립해 두는 것이 좋다.

2020년 베이비부머의 화두 ‘연금 개혁 방안' 5가지


연금소득 격차 완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노후 준비를 독려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고 저소득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강화하면서도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줄이고 있다.


2013년에 연금저축의 공제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 부과 체계하에서 연금계좌 저축액에 소득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동일한 금액을 저축하고도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환급받는다. 하지만 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이후에도 저소득자의 세액공제율은 높이고, 고소득자의 세액공제 한도를 낮춰 왔다. 그리고 2020년 세법개정안에서도 50세 이상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를 연 200만 원 확대할 때도 고소득자는 제외했다.


아울러 2019년 12월부터 저소득자의 주택연금 수령액도 늘렸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1억5000만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일반 주택연금 가입자보다 연금을 최대 20% 더 받을 수 있다.


한정된 소득과 자산을 가지고 노후를 준비하려면, ‘절약(節約)’도 중요하지만 때론 ‘전략(戰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제대로 된 노후 대비 전략 수립은 정부가 내놓은 연금제도 개혁 방향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 내용 중 상당 부분은 2019년 12월 현재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 등을 기초로 작성했기 때문에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혀 둔다. 하지만 연금 제도 개혁의 큰 방향을 살펴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