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이제 막 새해가 시작된 것 같더니 벌써 2월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상속 이슈 및 판례들을 소개한다.

최근 기여분 제도와 관련 대법원의 한 판례가 화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아내가 수년간 아픈 남편을 간호했어도 남편의 재산을 더 상속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망한 문 모 씨와 사별한 전처 사이에 낳은 자녀 9명과 문 씨와 재혼한 임 모 씨 간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사건에서 이와 같은 취지로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지난해 11월 21일 밝혔다.

이 사건은 문 씨의 전처가 낳은 자녀들과 후처 임 씨 및 그 자녀 사이에 벌어진 재산 상속 분쟁이다. 임 씨 측은 문 씨가 남긴 일부 재산에 대해 30%의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나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한다. 따라서 임 씨는 문 씨가 200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월 대학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아홉 차례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간호했으므로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눈길 끄는 상속 이슈, 판례는
1·2심은 임 씨가 문 씨를 간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부부에게 기본적으로 서로를 부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임 씨가 간호 등을 이유로 기여분을 주장하려면 통상의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역시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부간의 상호 부양 의무를 정한 민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여분 인정 여부는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가운데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상속분을 가산해 주는 제도’다.

기여분 결정은 먼저 공공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기여자의 조정 신청에 따라 기여분을 정하며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심판으로 재판한다. 무엇보다 기여분은 반드시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와 같이 하여야 하며 기여분만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피상속인에 대한 자녀의 부양과 배우자의 부양이 다른 결과를 낳는 것. 자녀의 부양과 달리 배우자의 부양은 일반적인 가사노동으로 해석되기 쉬운데 이는 부부간 동거 부양 의무상 협조 의무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기여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례 역시 배우자의 장기 간병이 특별부양보다는 상호 부양 의무에 더 가깝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대가 변하고 부부 및 가족의 유형이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그에 맞게 기존의 기여분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식과 배상금의 대물림
대기업과 정치권 인사들을 둘러싼 상속 관련 판례도 세간의 회자가 됐다.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2심 판결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이근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1심과 같은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이후 양형 관련으로 고려할 만한 사정의 변경도 없고, 범행 횟수도 분할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연령이나 범행 동기, 경위, 범행 후 정황 등을 보면 유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4월 코오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착수,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해 법인세 등 탈루세액 총 743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을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당시 최호영 부장검사)는 국세청의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혐의를 인지하고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거짓 신고를 하거나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직원들의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의 범행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시장 기능을 왜곡하지 않은 점은 유리하다”며 검찰이 구형한 징역형보다 낮은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이 밖에 피상속인의 배상금을 상속인들이 지급하라는 판결도 잇달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법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상속인들이 수천억 원의 참사 수습 비용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는 세월호 책임자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이 처음으로 인정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1월 17일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및 손해를 배상하라”며 유 전 회장의 4남매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에게 약 557억 원, 장녀 섬나 씨에게 약 571억 원, 차녀 상나 씨에게 약 572억 원을 지연손해금과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종북 성향 지자체장’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고(故) 정미홍 씨에게 대법원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종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일컬은 것과 관련해 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 씨는 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해 12월 22일 밝혔다.

정 씨는 2013년 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반드시 퇴출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김 전 구청장은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사회적 평가를 크게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공인에게 ‘종북’이라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8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이는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다만 정 씨가 지난해 7월 사망함에 따라 정 씨의 상속인에게 배상 판결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