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77호 (2020년 02월)

고정희 파트장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은 사용자 집중과 디테일”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2017년 7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카뱅).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금융소비자들에게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그리고 전통 은행들에는 핀테크(FinTech) 시대의 최대 경쟁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카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 은행 산업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지난해 말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앤드컴퍼니가 발간한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은행 산업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핀테크업체들의 매서운 질주가 맞물리면서 나온 분석이다. 이에 더해 매킨지는 세계 은행 3곳 중 1곳은 소멸 위기에 처한 상태라며 “은행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마지막 정차역에 와 있는 셈이다”라는 관전평까지 내놨다. 물론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기술(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경쟁과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디지털 금융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합니다.”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KB, 신한, 우리, 하나, NH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뿐 아니라 최근 수년간 줄곧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 왔다. 시중은행의 경쟁자는 기존의 전통 은행이 아니라 IT기업이라는 얘기도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대형 은행들의 이 같은 위기감은 ‘핀테크’로 대변되는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 원론적 수준의 구호에 그쳤던 것도 사실이다.


2017년 7월 카뱅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격한 성장세와 함께, 현재는 금융시장의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카뱅의 전체 고객 수는 1128만 명, 수신액과 여신액은 각각 20조7000억 원, 14조9000억 원이다. 특히 카뱅의 대표 혁신 상품인 ‘26주 적금’과 ‘모임 통장’은 2달여 만에 각각 50만 계좌가 개설됐고, 카뱅의 잔돈 모으기 서비스인 ‘저금통’은 출시 13일 만에 가입자 100만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카뱅발(發) 혁신은 공인인증서 폐지 등 해묵은 관행마저 무너뜨리며 금융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의 최전선에는 고정희 카카오뱅크 파트장이 이끄는 채널팀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채널팀에는 6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고 파트장은 “채널팀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왜죠?’인데 모든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테면 카뱅의 예·적금은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 역시 ‘왜 모든 통장에 비밀번호가 필요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결국 꼭 필요하지 않으면 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고 파트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말 ‘금융혁신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셨습니다. 소회가 궁금하네요.
“그동안 카뱅이 해 온 일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네요. 무엇보다 기존 금융권 애플리케이션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고, 수많은 앱들이 통합되는 등 모바일 환경 개선에 카뱅이 일조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 소회가 있다면, 사실 수상 당시에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는데 많은 팀원들의 축하 메시지와 함께 반나절 동안 준비한 깜짝 파티는 놀라움과 함께 큰 감동으로 다가왔죠. 저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팀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대형 은행들마저 ‘카뱅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용자’에 대한 집중이 아닐까 하네요. 카뱅 역시 ‘서비스 제공자’인데 결국 이 시대의 소비자 요구에 어떻게 발맞추느냐가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카뱅은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곧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 즉, 사용성에 집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리고 ‘디테일’에서 오는 차별성인데, 사실 이 부분은 설명보다는 직접 사용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키패드의 경우 숫자 입력이 필요할 때는 숫자 키패드만 보이는 방식이죠. 반응 속도 등 간단하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불편을 감수해 온 부분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거죠. 저희의 역할은 궁극적으로는 최적의 사용자경험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은 불편함과 불친절함에 익숙해졌는데, 결국 카뱅의 경쟁력은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조직 측면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가능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 일반적인 금융사와 달리 IT 인력들이 외주 형태가 아닌 내재화돼 있다는 점 역시 품질의 차이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에서 파트장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60여 명으로 구성된 채널팀은 카뱅 앱 화면의 시작과 회원 가입부터 계좌 개설, 탈퇴까지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화면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로서의 자신을 돌이켜보면, 목적이 분명한 여신 서비스와 달리 수신 상품의 경우 막연히 ‘돈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은행을 찾아가 상담하고 가입합니다. 이에 카뱅은 일상에서 쉽게 저축하는 습관을 만들고 발견하는 것을 서비스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그런 철학에서 출시된 서비스가 ‘26주 적금’과 ‘모임 통장’, ‘저금통’이죠. 26주 적금의 경우 쉽고 자랑하고 싶은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디자인’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 1년 이상 예·적금의 경우 그 기간 여러 재테크 기법이 소개되는 등 다소 고통스러운 과정이 동반된다는 점에 착안한 거죠. 이후 논의 과정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판단하에 서비스 기간도 줄이게 됐는데,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한 학기 다이어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문득 ‘오프라인 상품조차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는데 예·적금은 왜 만기가 1년 이상일까’라는 생각이 든 거죠.
사실 지금 20대의 경우 전통 은행과 인터넷은행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금융사들로서는 미래 사용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는 거죠. 좀 더 긴 호흡에서는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삶은 어떻게 바뀔지, 밀레니얼과 Z세대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죠.”


공인인증서 사례처럼 금융 산업은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기존의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공인인증서와 일회용 비밀번호(OTP) 사용은 이미 의무가 아니지만, 기존의 레거시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카뱅은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보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카뱅의 접근은 오히려 단순했습니다. 공인인증서 이전, 즉 개별 은행에서 각자 인증을 하던 때로 돌아가자는 거였죠. 오히려 공인인증서는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불편하고 복잡한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간 형성된 믿음이다 보니 간편한 것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 거죠. 
카뱅 출범 당시 ‘개인용컴퓨터(PC) 뱅킹’ 버전의 미출시 결정 역시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사실 PC 뱅킹을 출시하게 되면 공인인증서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죠. 이를 놓고 내부적으로 격렬한 토론이 있었는데 결국 ‘모바일 온리’로 결정 났습니다. 기존 금융권 출신의 시각에서는 PC 뱅킹 없는 모바일뱅킹을 상상하기 어려웠겠지만, 반대로 모바일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PC 플랫폼이 사라졌던 현상을 목격해 온 IT 출신으로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유난히 어려웠던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 PC 뱅킹 미출시 결정, 그리고 26주 적금, 전월세, 저금통 서비스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누구나 당연시했던 1년 이상 만기를 6개월 서비스로 론칭한 것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했었죠. 반대로 여신 서비스의 경우 ‘혁신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전월세 대출의 경우 첫 화면 설계가 가장 어려웠는데, 넣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애초에는 페이지를 넘기며 기입하는 프로세스 형태로 기획했는데, 전체적으로 페이지가 너무 길어졌죠. 이후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매달려 지금의 한 장짜리 화면으로 정리했습니다. 저로서는 터치형 인터페이스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간결한 사용자경험을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그 한 장이 나오기까지 무려 3주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애 첫 전월세 대출을 받는 직원들의 경우 어려운 용어에 대한 불편을 제기했고, 결국 ‘임대인’을 ‘집주인’으로 바꾸는 용어 정비도 단행했죠. 지금은 많은 은행들도 용어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월세 대출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됐는데, 향후 출시 예정인 주택담보대출 등의 경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오픈뱅킹 도입 등 업권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응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오픈뱅킹의 경우 어떤 형태의 사용자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개별적으로는 올 상반기 신용카드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다건 이체를 비롯해 생체인식을 통한 간편 계좌이체 서비스도 추가했죠. 다만 주택담보대출 등의 경우 출시 일정을 확정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채널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올해 출시 예정인 서비스의 경우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서비스가 추가되더라도 더 복잡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채널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다시 말해 간편하다는 인식, 지금의 사용자경험을 일관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카뱅의 차별적인 서비스로 사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정희 파트장은…
국내 대표 포털이자 정보기술(IT) 대표 주자인 다음, 카카오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해 온 인물이다. 지난 2004년 다음(Daum) 일본법인에서 서비스 그룹장을 지낸 뒤 2006년 다음 커뮤니티의 팀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13년 다음 전략팀을 거쳐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인
2015년에는 카카오 전략지원팀 파트장을 역임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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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1-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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