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이전

서울 역삼동에 사는 안 씨는 5년 전 부친이 보유한 여러 빌딩 중 강남에 있는 2층짜리 상가건물을 증여받기 위해 세무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상가 건물의 기준시가는 약 30억 원 정도로 이 건물을 증여받게 되는 경우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대략 9억2500만 원이었다.

증여세 부담이 과하다고 생각한 부친은 결국 증여를 포기했다. 그런데 5년 뒤 갑작스레 부친이 사망하면서 안 씨가 상가건물을 상속받게 됐다. 부친 사망일 당시 상가건물의 기준시가는 48억 원으로 5년 전보다 증여세가 8억700만 원 정도 올라, 안 씨는 이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전체 자산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이전

앞의 사례는 특정인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통계청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2월 현재 우리나라 가구당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5.8%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처럼 가구당 부동산 보유비율이 높음에 따라 상속받는 재산도 부동산으로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국세청 통계연보 2010)에 따르면 연도별로 결정된 상속세의 자산종류별 비율에서도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약 67.8%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구당 보유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부동산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과연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상속세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부동산으로 상속받는 것이 금융자산 등으로 상속받는 것보다 상속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상속세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평가기준은 시가가 원칙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시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세 부담 측면에서 시가가 바로 적용되는 금융자산보다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기준시가가 시세의 60~70% 사이라고 볼 때 시가보다도 30~40%만큼 낮게 과세표준이 측정돼 그만큼 상속세가 적게 계산된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부동산, 사전에 증여하라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리 증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의 증여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기준시가, 특히 토지의 공시지가는 부동산 시장에 관계없이 거의 매년 인상돼 왔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발이 예정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라면 공시지가는 다른 지역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동산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결국 추후에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안 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기준시가 30억 원이던 부동산이 4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건물 가치가 약 18억 원 올라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 가치를 보면 증가한 기준시가 18억 원 중 50%는 증여세나 상속세로 납부해야 되는 금액이다. 증여자가 당장에 부담해야 할 세금 때문에 머뭇거리는 사이 자산의 가치가 상승해 이후에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결국 부동산은 가격 상승 여부와 증여·상속 시기에 따라 세 부담액이 달라진다. 따라서 부동산은 언제 증여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하고, 어떤 부동산을 증여할 것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증여를 하더라도 증여 이후 수익이 발생해 자녀의 자금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동산이나 향후 자산 가격 상승이 기대되거나 개발이 예정돼 있는 부동산, 거래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지역의 부동산 등을 우선적으로 증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세,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라

또 다른 예를 보자. 평창동에 사는 최 씨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부터 상속세 때문에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다. 어머니가 거액의 상속재산을 남겼지만 그 재산이 모두 부동산이라는 게 문제였다.

상속재산가액이 높은 만큼 납부해야 할 상속세도 엄청났지만 어머니는 상속세로 낼 만한 현금이나 금융자산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았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받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상속받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덩치가 큰 상가를 몇 개월 안에 파는 것도 어렵고, 어머니가 평생 아껴서 모은 재산을 사망하자마자 처분해 버린다는 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또 상가를 처분하게 되면 상속받은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으로 생활하려던 애초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부동산으로 상속받는 경우 어려운 점 중 한 가지는 상속세를 낼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수백억 원이 되는 부동산을 상속받고도 상속세 납부자금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만약 부동산으로만 상속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상속세 납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받은 부동산을 처분하게 된다면 부동산을 처분함과 동시에 그 부동산의 시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드러난 부동산의 시가를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하게 되므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자금 조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전에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적절하게 운용하면서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부동산만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미리 부동산을 처분해 상속재산을 현금화시켜 놓든지, 아니면 상속세 납부자금을 미리 증여해 주거나, 보험상품 등을 이용해 상속세 납부자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수익형 부동산을 증여해 자녀들이 수익형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상속세 자금을 만들어 놓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상속세의 경우 연부연납제도가 있어 일반적인 경우 상속세를 5년에 걸쳐 6번으로 나누어서 낼 수 있다. 연부연납제도란 상속세나 증여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매번 납부하는 세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도록 해 여러 번으로 나누어서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상속받은 부동산에서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거나 상속인들에게 다른 소득이 있다면 그 소득을 자금원천으로 해 6번으로 나누어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도 상속세 납부자금 조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연부연납을 하는 경우 분할납부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분할납부하는 기간 동안 이자 상당액인 연부연납가산금을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부동산 상속에 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이 외에도 부동산에 대한 상속세와 관련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부동산을 사망일 전에 매매하거나 사망일 이후에 매매하게 되는 경우다. 상속개시일 즉, 사망일로부터 전후 6개월 이내에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매수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매매금액을 시가로 보아 상속세를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망일 전후 6개월 이내에는 가급적 부동산을 매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사망일 전 2년 이내에 부동산을 양도하게 된 경우다. 사망일 전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하게 된 경우에는 그 처분가액의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 그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금액은 상속추정재산가액에 해당돼 상속세가 과세된다.

실제로 상속인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사망일 당시 피상속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과세된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피상속인이 사망일 전에 처분한 재산 중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부분도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피상속인이 살아있을 당시 처분한 재산의 사용처를 상속인들이 모르는 경우에는 상속세 신고나 조사 시에 그 사용처를 밝히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다면 상속세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사망일 전에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그 대금의 사용처를 제대로 관리하고 사후에라도 상속인들이 쉽게 사용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 그 부동산을 누가 상속받을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한다. 상속재산을 누가 상속받을 것인가의 문제는 상속 이후 다른 세금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속인이 부동산 중 주택을 상속받게 된다면 상속 이후에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소득이 없는 상속인이 있음에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는 상속인이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상가를 상속받아 더 많은 소득세를 부담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 상속·증여의 기술
[ 부동산 상속 절세를 위한 10가지 Tip ]

1. 부동산과 현금(금융자산)의 보유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하라
2.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은 미리 증여하라
3. 수입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우선 증여하라
4. 향후 개발 예정지역이나 부동산 처분이 쉬운 지역의 부동산을 우선 증여하라
5. 사망 전 2년 내 처분한 부동산의 매도대금 사용내역은 꼼꼼하게 정리해둬라
6. 사망일 전후 6개월 내 부동산 처분은 삼가라
7. 임대 부동산, 담보설정된 부동산의 경우 상속재산 평가에 주의하라
8. 동거 주택이나 가업용 부동산 상속 시에는 상속공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라
9. 상속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경우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라
10. 상속받은 부동산의 재산분배 시 상속 이후 발생하는 세금도 고려하라


김강년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