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로 2배로 몸집 불린 지방은행

지방은행들이 대형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지점 축소, 구조조정 등 내핍 경영으로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방은행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BS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각각 인수하면서 지방은행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로 경남은행 인수에 나섰다 고배를 마신 DGB금융그룹은 비은행 금융사 인수로 선회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점 축소, 구조조정 등 내핍 경영에 나선 시중은행에 비하면 공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은행 삼국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지방은행들이 이처럼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일환으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지방은행들의 몸집 불리기가 시작됐다. 지방은행과 컨소시엄, 사모펀드 등이 참여한 인수전에서 경남은행은 BS금융의 품에 안겼고, JB금융은 자기보다 자산 규모가 큰 광주은행을 끌어안았다.

대형 M&A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지방은행은 1967년부터 1971년 사이, 금융 업무의 지역 분산과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하에 부산직할시와 각 도 단위에 모두 10개가 설립됐다. 시중은행과 달리 출발부터 순수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 운영돼 온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1~2% 높은 여수신 금리를 적용받아 건실히 발전했다. 하지만 부분적인 금리 자유화와 함께 금리 규제 조항은 1987년 말 폐지된다.

지역 기업과 개인 고객을 상대로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던 지방은행은 그러나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는다. 그 과정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독립성을 유지한 지방은행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그리고 전북은행 등 세 곳이다. 이 중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2011년 각각 BS금융과 DGB금융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2년 뒤인 2013년 전북은행도 JB금융을 세웠다.


저축은행·경남은행 차례로 삼킨 BS금융의 저력
이들 중 가장 공격적으로 M&A에 나선 것은 BS금융이다. 지방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BS금융은 자회사인 BS저축은행을 통해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지난해 경남은행을 품었다.

BS금융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대표적인 지방은행으로 성장한 데는 안정적인 경영권이 큰 힘이 됐다는 게 은행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지분율 한도는 시중은행이 9%인 반면, 지방은행은 15%로 제한돼 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은 산업자본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유동적인데, BS금융의 대주주는 13.59%(2014년 6월 말 기준)의 지분을 가진 롯데제과(특수관계인 포함)다. 롯데제과 다음으로는 국민연금이 8.41% 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로 등록돼 있다.

안팎으로 롯데그룹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온 BS금융은 이번 경남은행 인수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은 셈이다. 물론 경남은행 인수 초기에는 경남은행 임직원과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혀 시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 BS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인 성세환 회장의 노력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1979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2013년 BS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2은행(two bank) 체제를 유지하겠다며 지역민을 설득했다. 이와 함께 경남은행 노조와 독립 경영, 완전 고용을 보장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로 인한 시너지는 상당히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구 애널리스트는 “지방은행은 영역을 넘기 어려운 특징이 있는데 BS금융은 경남은행 인수로 경상남도 전 지역에 무혈 입성했다”고 평했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은행산업의 특성상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덩치 키운 지방은행 금융 판도 흔들까] ROE<자기자본이익률> ·NIM<순이자마진> 등 시중은행 넘어서다
자기보다 덩치 큰 광주은행 삼킨 JB금융
JB금융의 광주은행 인수는 시너지에서 결코 BS금융보다 못하지 않다. 구 애널리스트는 “자산이 20조 원도 안 되는 JB금융이 자기보다 몸집이 큰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40조 원에 육박했다”며 “지방은행은 자산 규모가 30조~40조 원이 됐을 때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JB금융은 사업 영역 면에서 BS금융이나 DGB금융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전라북도는 농업이 전통산업으로 지역민 중 JB금융보다 농협 고객이 많다. 광주는 광주은행의 몫인 터라 JB금융의 영역은 군산, 익산 등 중소도시에 한정돼 있었다. JB금융의 광주은행 인수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방은행 중 가장 작은 규모인 JB금융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전북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의 역할이 크다. BS금융이 롯데와 관련 있듯, JB금융은 삼양과 깊은 관련이 있다.

JB금융 최대 주주는 12.05% 지분을 가진 삼양바이오팜이다. 의료용품 및 의약품을 만드는 삼양바이오팜은 삼양홀딩스 계열사다. 그 외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수당장학회(0.93%), 김한 회장(0.04%),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0.03%)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김한 회장은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경기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잠깐 동부그룹에 몸담았다가 대신증권 이사와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2011년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을 인수하고, 올 들어서는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을 인수하며 JB금융을 자산 18조 원의 금융지주사로 키웠다.


새로운 먹을거리 찾는 DGB금융
경남은행 인수에 실패한 DGB금융은 BS금융과 J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BS금융과 JB금융이 인수 후 시너지를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는 반면, DGB금융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경남은행 인수 실패가 DGB금융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리하게 경남은행 인수에 나섰을 경우 인수 시너지보다 그에 따른 마찰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남은행 인수 실패 후 DGB금융은 비은행권 인수를 통한 다각화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KDB생명 등 매물로 나오는 보험사는 한 번씩 사업성을 검토해 보고 있다.

구 애널리스트는 “DGB금융은 다른 지방은행에 비해 지역 밀착도가 상당히 높아서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DGB금융의 예금점유율, 대출점유율은 대구 전체의 약 40%에 이른다. 다른 지방은행이 20~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DGB금융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구 애널리스트는 “BS캐피탈이 BS금융의 수익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듯 DGB금융에는 대구은행이 효자 노릇을 한다”고 평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