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인수·동남권 공략에 올인 DGB금융

DGB금융그룹은 지방은행 ‘빅3’ 가운데 사업 다각화에 가장 많은 공을 쏟고 있다. DGB금융에서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90% 이상으로, 위험 분산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2017년까지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의 비중을 25%까지 늘려 현재 44조 원 규모인 자산을 80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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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인수 작업이 유찰로 끝났지만 2017년까지 비은행업 비중 25%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DGB금융그룹은 ‘미스터 점프(Mr. jump)’로 불리는 박인규 회장이 올 3월 취임한 후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미스터 점프’는 저금리 시대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박 회장이 스스로 붙인 별명이다. 지난해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BS금융그룹에 고배를 마시고, 올 상반기 KDB생명을 비롯한 비은행업 인수전에서 수차례 탈락한 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것이 DGB금융의 복안이다.


M&A 성공한 BS-JB 사이에 낀 DGB “전화위복 기회 삼을 것”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라이벌 BS금융에 밀린 DGB금융은 올 상반기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를 시도했다. KDB생명과 현대자산운용에 이어 아주캐피탈 인수를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사업 다각화에 실패했다. 아주캐피탈은 인수 가격이 높은 데다 DGB캐피탈과의 사업 중복 때문에, 현대자산운용은 KDB산업은행이 패키지 매각을 강행하면서 불발에 그쳤다.

지방 금융그룹 ‘빅3’의 총 자산 규모를 보면 DGB금융은 BS금융과 JB금융그룹 사이에 위치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S금융이 오는 10월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약 85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광주은행을 인수한 JB금융의 총 자산은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44조 원 규모의 DGB금융 입장에서는 업계 1위 BS금융과의 간극이 커진 데다, 덩치가 커진 JB금융에 뒤를 바짝 추격당하는 꼴이다. 2010년까지 지방 금융지주 부동의 1위를 지키던 DGB금융이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은행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시점에서, 은행업(자산 비중 96.3%)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DGB금융을 위협하는 요소다. DGB금융이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용욱 K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GB금융의 업무 다각화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자회사를 늘리지 않으면 경쟁 금융사에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 DGB금융의 위기감을 고조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DGB금융은 2017년까지 주요 계열사 DGB캐피탈을 2013년 말 현재 기준 8374억 원에서 3조 원 규모의 중견 캐피탈사로 키우고, 보험과 증권업에 진출해 비은행권 비중을 25%(현재 3.7%)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를 목표로 회계법인을 통해 외국계, 특화 운용사, 소형 운용사로 인수 대상을 나눠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은행 중심 금융그룹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은행계 증권사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쉽지 않다”며 “급하게 달려들 것이 아니라 합병의 시너지가 나도록 신중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밀착 영업 발판, 동남권 공략-베트남 진출 초읽기
1967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설립된 대구은행은 태생부터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은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밀착 영업을 위한 소형 점포 확대, 지역 개발을 위한 금융 지원 강화에 역점을 두는 등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왔다. 1972년에는 대구지역 기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로 등록했으며, 1997년 말 외환위기에도 공적자금 지원 없이 우량 지방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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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은 최근 3년간 새희망홀씨대출로 지역민들에게 1931억 원을 지원했고, 소상공인들에게 2128억 원을 대출하는 등 4261억 원의 서민대출을 했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제대로 조달해야 충성고객이 생긴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그 결과 6월 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인구의 73%인 380만 명이 대구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DGB금융은 이러한 지역 밀착 정책을 근간에 두고 영업망을 전국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2017년까지 총 자산을 현재 44조 원에서 80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다소 높은 목표치를 잡은 만큼, BS금융의 텃밭인 동남권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경남은행 인수에 실패한 후 “동남권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점포를 더 늘릴 것”이라고 강력하게 선포한 바 있다. 부산의 금융시장은 대구의 5배에 달한다. 지금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인 점 등을 감안하면 동남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DGB금융은 지난 6월 경남 김해에 대구은행 김해지점을 개설함으로써 부산에 5곳, 울산에 2곳, 창원에 1곳을 포함, 동남권에 모두 9개 지점을 운영하게 됐다. 같은 시기에 DGB캐피탈도 경남 창원에 지점을 열었다. DGB캐피탈은 부산과 창원 2곳에 동남권 지점을 두고 있다. DGB금융은 동남권 점포의 자산을 매년 30% 이상 늘리고, 2017년까지 시장점유율을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부·울·경 지역본부를 부산·울산·경남 사랑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김해지점 내 카페형 휴게공간을 만드는 등 감성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창원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자금 및 설비 지원을 약속하는 등 현지 지역민과의 관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의 죽도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사진 맨 오른쪽).
경북 포항의 죽도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사진 맨 오른쪽).
DGB금융은 이밖에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권 진출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등에서 금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2년 12월 지방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에 지점을 열었고, 개점 1년 만에 1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등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현지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발로 뛰는 현장 영업이 이뤄 낸 결과다. 이를 성공 모델로 삼아 중장기적으로는 대구·경북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지역으로도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 번째 해외 지점은 베트남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DGB금융은 지난 6월 말 베트남 중앙은행에 사무소 설립신청서를 제출해 놓았다. 백운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당장은 BS금융이 맹주 자리를 굳히고 있고 JB금융의 추격도 거세지만, DGB금융이 전국 영업망을 통해 자금 조달선을 확보하고 비은행권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갖춰 나가는 이원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과거 1등 지방은행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DGB금융의 리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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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취임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국내 은행에서 행원으로 입사해 은행장까지 오른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행원 출신 은행장인 박 회장은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6년간 은행의 주요 부서를 거쳤으며, 간부급이 된 뒤에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조직을 하나로 이끌었다.

‘미스터 점프(Mr. Jump)’라는 별명처럼 행장 취임 이후에도 현장과 영업점을 누비며 직원, 고객과의 만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취임 후 약 6개월 동안 150개 이상의 지점을 직접 방문해 현장 직원들과 만났으며, 20대 젊은 행원들로 구성된 ‘DGB 챌린지’라는 모임에 참석해 대구지역 역사 탐방인 ‘근대 골목길’ 행사를 가졌다. 또 최근에는 영업점 팀장급들과 지역의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아침으로 국밥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밖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무기명 편지를 쓰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사내 방송의 디제이(DJ)를 맡기도 한다.

대구은행은 지난 1967년 설립 이래 47년 동안 총 10명의 자행 출신 은행장을 배출했다.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직원들 사이에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박 회장이라는 게 DGB금융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회장은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답게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내 부하는 앞에 있는 9명의 부행장뿐이다. 본부장, 부장, 지점장은 내 새끼가 아니다. 본부장은 부행장이, 부장은 본부장이 장악하도록 만들라. 나는 방향성만 주겠다. 머리를 싸매고 창의를 발휘해 일을 진행하라.” 그는 은행장이 되고 첫 임원회의 때 부행장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박 회장의 용인술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인규 회장은…
1954년생. 1972년 대구상고 졸업.
1977년 영남대 무역학과 졸업. 1992년 한양대 금융대학원(경영학) 졸업. 1979년 대구은행 입행.
2007년 대구은행 본부장(경북1본부).
2009년 대구은행 부행장보(전략금융본부).
2010~2011년 대구은행 부행장. 2012년 대경TMS 대표이사. 2014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현).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