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금융상품자문자(Independent Financial Advisor·IFA)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IFA가 도입되면 독립적인 금융중개업자가 보험뿐 아니라 펀드, 연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IFA는 어떤 방향으로 도입되며, 그 파장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정부가 올해 안에 도입을 추진 중인 IFA에 대한 관심이 많다. IFA는 투자 업무와 관련해 고객에게 금융상품 판매, 관리 및 자문을 수행하는 독립적인 금융중개업자를 말한다. 여기서 ‘독립(independent)’이란 보험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전속된 자문업자와 차별된다는 의미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IFA 도입은 2013년 11월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가칭)’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지난 4월에는 펀드슈퍼마켓 ‘펀드 온라인 코리아’가 영업을 시작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지난 8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독립 금융상품 판매채널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현재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변경을 위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최초 펀드 플랫폼 찰스슈워브의 성공 요인
다양한 분야에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IFA는 펀드슈퍼마켓 ‘펀드 온라인 코리아’의 설립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이나 영국 사례를 보더라도 ‘펀드 온라인 코리아’ 같은 펀드 플랫폼의 활성화는 개방형 펀드 판매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펀드 플랫폼이 미국의 찰스슈워브(Char- les Schwab Corp)다. 1963년 소형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찰스슈워브는 디스카운트 브로커리지로 사세를 키운 후 2000년 US트러스터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했고, 같은 해 찰스슈워브 은행을 설립해 은행업을 개시했다. 2004년에는 재무 자문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7년 글로벌 리얼 애널리스틱스를 인수해 투자 리서치 컨설팅업을 시작하며 재무 교육 사이트를 개설했다.

찰스슈워브는 열악한 조건에서 출발해 세계 최초 펀드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 전략으로 1980년대 신규 뮤추얼펀드를 대량 출시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연금제도의 확산에 적절히 대응했다. 이를 통해 찰스슈워브는 2013년 7월 기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약 2조1000억 달러)에 이어 약 2조 달러 수탁고를 보유한 펀드 업계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찰스슈워브를 지금의 위치에 올린 가장 큰 힘은 펀드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 있다. 찰스슈워브의 마케팅 전략은 ‘바람직한 펀드 플랫폼은 얼마나 많은 펀드를 판매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플랫폼을 방문했느냐에 성패가 달린다’로 요약된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찰스슈워브는 정보, 교육, 투자 실행 등 세 부문에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 부문은 펀드 실적 보고서, 모닝스타 스타일 박스, 실렉트 리스트 등을 서비스한다. 교육 부문은 재무 교육 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주요 서비스이며, 투자는 독립 투자상담사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 찰스슈워브의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 자문을 하는 이들은 투자자문업자(Registered Investment Adviser·RIA)와 금융설계사(Financial Planner·FP) 등이다. RIA는 유가증권 자문, 운용을 업으로 하는 개인 또는 법인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주 증권감독국에 등록된 업자를 말한다.

RIA는 투자 자문, 일임 업무뿐 아니라 고객이 동의할 경우 금융상품 거래 중개 업무, 자기 매매 업무가 가능하다. 법상 자문 대상은 증권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RIA는 주로 찰스슈워브 어드바이저 서비스, LPL 파이낸셜 RIA 등 증권사나 퍼싱(pershing), 트레이드 PMR 등 전문 솔루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 거래, 사업 운영 등을 지원받는다.

이에 비해 민간 자격인 FP는 금융 전문 지식을 기초로 개인 금융자산을 분석하고 인생 설계에 맞춰 자금·운용 계획 등을 제안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다. FP는 일반적으로 보험이나 증권의 판매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자격자의 대부분은 RIA나 등록브로커, 딜러로서 활동하고 있다. FP는 법률사 정식 명칭은 아니다. 따라서 FP나 연금컨설턴트가 자산 운용에 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문업자로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및 주 감독당국에 등록이 필요하다.

중개 가능 상품은 주식, 펀드, 채권 등 투자 상품 외에도 보험, 예금, 주식담보대출 등 다양하다. 미국 FP협회 조사에 따르면 가장 빈도가 높은 분야는 보장·보상 플랜으로 38%를 차지하고, 그다음이 금융자산 운용 플랜으로 23%를 차지한다. 보수는 운용자산 기반 1% 전후의 일정 보수와 자문 수수료, 서비스 시간당 보수(대부분 시간당 자문 수수료는 10~200달러로 설정), 금융상품 거래 건별 수수료(commission), 급여 등으로 구성된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한국식 IFA의 모델인 영국 IFA 발전사
미국은 이처럼 다양한 자문업자들이 있는 데 비해 영국은 비교적 단순하다. 투자 문화도 미국과 차이를 보이는데, 이로 인해 금융당국은 영국의 IFA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IFA는 전속자문업자와 달리 상품공급업자 또는 상품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자문, 상품 추천, 체결 대행이 가능한 투자자문업자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IFA 최소 자기자본 요건은 2만 파운드(약 3440만 원)이며,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자격 요건을 시행 초기보다 강화하는 추세다. 이 같은 자격 요건을 충족한 후 영국재정청(Financial Services Authority·FSA)의 인가를 취득해야 한다. IFA는 투자 상품에 대한 자문뿐 아니라 은퇴, 상속 등의 금융 상담과 금융상품 중개 업무를 영위하며, 인가 단위에 따라 소매고객에 대한 투자 일임도 가능하다. 취급 상품은 증권 또는 생명보험, 장외파생상품 등 계약형 투자 상품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 중 장기 생명보험 상품, 펀드, 저축 상품, 연금 상품 등의 중개가 가능하다.

판매채널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생명보험·연금 시장의 경우 2011년 기준, IFA가 75.4%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IFA의 이 부분 시장점유율은 2007년 60.9%에서 2011년 75.4%로 확대됐다. 다음으로 전속FA(11.3%), 방카슈랑스(9.3%), 직접판매(4.1%) 순이다.

퇴직연금 판매에서도 IFA의 지위는 압도적이다. 2011년 기준으로 IFA의 개인연금 판매액은 전체의 89.1%, 기업연금 등 그룹 연금은 판매액의 76.3%를 차지했다. 2012년부터 퇴직연금 자동가입제, 국가고용저축기금(중·저소득층을 위해 새롭게 도입된 퇴직연금제도, NEST) 등의 도입으로 개인의 은퇴 설계 자문 수요가 증가해 IFA의 역할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 보장성 상품에서도 IFA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5.6%, 53.6%에 이른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현재 영국에서는 약 2800여 개의 IFA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2년 기준 수익이 500만 파운드(약 86억 원) 이상인 대형 IFA 수는 68개사로, 그중 세서미(Sesame)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자문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위 100개사의 수익 중 상위 10개사 수익 비중이 2009년 39%에서 2012년 77%로 증가하며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상위 IFA들은 상품이 복잡하거나 체계적 자산관리를 요하는 투자 상품 수익 비중이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FA들의 수익 비중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투자 연금 39.1%, 상품 36.5%, 모기지 8.9%, 보험 7.9%, 보장성 7.6% 순이었다. 투자 상품 및 연금이 전체 수익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보험·모기지·보장성 상품 등은 가격 비교 사이트가 보편화되면서 마진율이 낮아진 데다 상품 특성상 자문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FSA는 소매투자 시장의 건전성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해 2006년부터 ‘소매판매채널 개선 방안(Retail Distribution Review·RDR)’을 논의했고, 2012년부터 새로운 금융규제안을 적용했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이 불러올 금융시장의 변화
RDR의 핵심은 IFA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매년 35시간 이상 지속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것 등이다. 특히 RDR 도입에 따라 IFA는 상품공급자로부터 수수료 수취는 금지되고 자문 서비스에 대한 보수 수취만 가능하게 됐다. 자문 수수료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됨에 따라 일반 고객층은 자문 시장을 이탈하고 있으며, 부유층도 이전 대비 양질의 서비스,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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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R 이전까지 영국 IFA들은 상품제조업자로부터 받던 수수료 수익을 보전하며 전 투자 계층에게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RDR의 실행으로 IFA들은 보수 지불 여력이 있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사업을 영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IFA들은 독립성, 경쟁력 있는 자문 역량, 폭넓은 서비스 범위 등을 바탕으로 부유층을 공략해 자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전망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