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상속, 세무, 재무 등 컨설팅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장수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히 자산관리 스타일의 변화를 요하게 된다. 어느 나라나 이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제도를 정비해오고 있다.
[SPECIAL REPORT] IFA 도입의 성공 조건, 수수료 아닌 자문료 기반 영업 가능해야
대표적인 제도 정비가 설명 의무와 적합성 원칙의 도입, 자산 운용과 판매의 분리를 일컫는 제판분리, 그리고 이해상충 회피 방지 등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와 높아지는 수요에 부응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이 법률안에서는 금융상품의 가치 또는 금융상품의 구매 결정을 위한 자문에 응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독립금융자문업의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 업의 경우 어떤 금융상품 판매업자와도 이해관계를 갖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자문에 응한다는 사실을 금융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부과된다.

통상적으로 금융상품의 판매에 있어 판매와 분리된 별도의 자문이 제공되는 경우는 드물다. 통상 금융소비자는 조언으로 여기나 이는 판매 행위의 일환일 뿐인 데다 판매 수수료를 금융상품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 점에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작동하는 인센티브가 내재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금융상품중개업자가 금융상품 제조회사(공급업자)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하에서는 금융소비자의 이익보다 금융상품 제조회사의 이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문과 판매를 분리하는 입법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하고 자문 수수료를 수취하는 자문 서비스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 즉 금융상품자문업자는 제한 없이 금융상품의 어떤 공급자로부터도 구속 없이 모든 금융상품을 검토한 후 금융소비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상품을 선별해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독립성의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 독립성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독립성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잔고자산에 기초한 보수 지급이 관건
아울러 금융상품자문업자의 자문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판매 서비스와는 다른 차이를 정당화하는 전문적인 자문 서비스와 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독립금융상품자문자(IFA)는 특정 금융기관에 종속돼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해야 하고 이들 중에서 고객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 한편, 금융상품자문업자가 판매 수수료에만 의존한다면 금융소비자의 수요보다는 금융상품의 판매에 주력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문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잔고자산에 기초한 보수(fee)가 금융상품자문업자의 주된 수익원이 돼야 한다.

향후 금융소비자가 이러한 IFA를 이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국내에서 친숙하지 않은 잔고자산에 기초한 보수 구조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오히려 이러한 객관적이고 대면에 의한 자문을 선호할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금융소비자의 개인 자산 형성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고 전형적인 금융투자상품 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절대수익 상품 내지 대체 상품에 대한 수요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외국 역시 개인의 자산 형성과 관리를 돕는 제도들이 다양하게 도입된 바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 영국의 IFA와 미국의 RIA를 들 수 있다. 두 제도의 공통점은 통상업자는 잔고자산에 기초한 보수를 받는다는 것과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내‘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IFA는 영국의 IFA를 모델로 하고 있다. 영국의 IFA제도는 1990년대부터 성장했으며 그 성장의 배경은 다양하다.

영국처럼 국내에서도 IFA에 대한 수요와 금융 환경을 고려할 때 IFA의 이용 가능성은 금융상품 판매채널에 여하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상품 공급자의 전속채널들이 IFA로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외에 IFA들 간의 연합 내지 네트워크 운영도 증대될 것으로 보이며 판매채널과 경쟁하기 위해 대형 IFA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달리 자문업자는 아니지만 다수의 금융회사와 제휴한 판매대리점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다수의 금융회사와 제휴한 판매대리점의 경우 비록 IFA에 비해 독립성은 제한되지만, 전속판매채널에 비해 다양한 상품을 선택해서 제공받을 가능성과 회사 간 판매 수수료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의 판매채널이 보다 다양해짐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영세한 IFA들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플랫폼 활용하기도
그러나 IFA가 정착하고 활성화되기까지는 여러 장애들이 존재한다. 우선 자문 서비스에 대한 보수를 고객 즉 금융소비자가 제공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수 유형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고객들을 기반으로 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또한 IFA 간의 경쟁 구도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IFA 간의 인수·합병(M&A)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IFA가 발달된 영국에서도 이들 업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편이다. 이 때문에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시스템 구축이나 주문 및 결제 등과 관련한 시스템 확보가 고비용인 탓에 항상 최신화된 형태로 정비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영국의 IFA들은 영국 내 최대 펀드 판매 플랫폼인 ‘코펀즈(Cofunds)’의 서비스를 이용해 금융소비자와의 면담에 활용하고 있다. 대형 펀드 공급자인 피델리티가 운영하는 피델리티 펀드 네트워크(Fidelity Funds Network)라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놀로지 허브 웨비나(Knowledge Hub Webinars)라는 온라인 금융지식 강좌를 통해 전문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어드바이저 피(Adviser Fees)’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받는 보수인 피(fee) 체계 구축을 지원받는 경향이 있다. 대형 상품공급자들의 경우 장래 금융상품 판매채널의 다변화에 기동성 있게 대응하고자 IFA에 자본을 대거나 플랫폼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휴, 연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공급자가 IFA 지분에 참여하는 것은 IFA에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IFA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앞으로 금융상품자문업이 금융소비자와 금융상품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종합적인 자산관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마련 등 IFA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보다 정교한 제도들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