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가구 급증 배경 및 사회·경제적 영향

‘비혼(非婚)’을 포함한 미혼 가구를 중심으로 1인 싱글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력을 갖춘 이른바 ‘골드싱글’을 비롯해 싱글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인 가구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가운데, 그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향후 1인 가구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돼, 일각에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정부는 저출산율 때문에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논란이 확산되자 출처인 보건복지부는 ‘농담’이었다며 서둘러 진화했지만, 그 후로도 여론은 들끓었다. 실제로 최근 올해 연말정산에서 미혼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싱글세’가 이미 도입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연봉 6600만 원 이상인 미혼 직장인의 경우, 지난해보다 세금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도 아니고, 싱글족이 급증하며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마치 벌금처럼 느껴지는 ‘싱글세’ 논란은 그렇게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


고소득 1인 가구 13만, 30~50대가 압도적
아닌 게 아니라 싱글 가구를 포함한 1인 가구는 최근 20년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 9.0%였던 1인 가구는 2010년 23.9%까지 증가했다. 2035년에는 34.3%까지 급증하며 1인 가구가 주된 형태가 될 것으로까지 전망되고 있다.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형태는 다양하다. 자발적 싱글을 뜻하는 ‘비혼’을 포함한 미혼 가구를 비롯해, 이혼 후 싱글이 된 이른 바 ‘돌싱’ 가구, 그리고 황혼 이후에 싱글이 되는 1인 가구 등이 그것. 특히 만혼으로 1인 싱글 가구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2011년 통계청 가계금융 조사에 따르면 미혼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4.9%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한 데 주요 원인이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비율은 33.6%(1998년)에서 20.3%(2012년)로 감소한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은 2012년 33.6%에 달했다.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을 뜻하는 ‘생애미혼율’도 지난 2000년 남성 1.1%, 여성 0.9%였던 것이 2010년 남성 3.4%, 여성 2.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특히 결혼 시장에서 1등 그룹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지 못해 결혼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두고 ‘성공벌점(sucess penalty)’을 받았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슈퍼 싱글의 세계] ‘자발적’ 미혼 증가세…새로운 경제주체로 떠올라
실제로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며 부족함이 없는 ‘자발적 싱글’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제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 산업’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 1인 가구는 13만 가구로, 30~50대 비율이 80.3%로 압도적이다. 이들 고소득 1인 가구 평균 소득은 약 6000만 원, 평균 자산은 3억6000만 원에 달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경제적·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일단, 싱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다인 가구와의 차이가 확연하다. 미국 퓨(Pew) 재단의 ‘인터넷과 미국인들의 삶’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사회적 고립보다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이용해 다양한 인맥을 확보하고, 낯선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리고, 자원봉사 단체 참여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다인 가구가 가족에게 헌신할 동안 1인 가구는 친구와 외식을 더 자주하고 자기개발을 위한 음악이나 미술 강좌를 더 많이 듣고, 공적인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며, 개인 미용을 위해서도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2013년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친구 및 친지 등과의 교제비가 2인 가구의 1인당 교제비보다 무려 29%나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소비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 트렌드 중 하나로 ‘솔로 이코노미’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KT경제경영연구소의 ‘1인 가구의 부상과 솔로 이코노미’에 따르면, 국내 솔로 이코노미 규모가 2010년 60조 원에서 2040년 1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이른바 ‘골드싱글’들은 문화생활 향유 및 이·미용 서비스 등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에 관대해 소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올랐다.

주택, 가전, 식품, 문화를 비롯해 심지어 아바타가 돼 모든 심부름을 다 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한 가운데, 금융권의 제도와 지원, 나아가 정부 정책 등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로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싱글리즘(singlisa)’이라 명명했다”며 “홀로 노후를 준비하는 1인 가구의 자산관리 및 재테크의 필요성은 다인 가구보다 더욱 절실하며 금융자산 확대,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및 다양한 상품,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센터장은 또한 “같은 싱글이라고 하더라도 캥거루족, 부메랑족, 근거리거주족 등 다양한 형태가 있고, 나이와 자산 규모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맞는 금융 솔루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권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싱글 가구 현황은…
싱글 가구의 증가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혼인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싱글 가구의 급증을 경험한 유럽 및 미국, 일본 등은 정부 정책 및 주택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 발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요 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이 50%에 육박하면서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싱글을 대상으로 고급 주택 시장이 형성되고,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이들 대상의 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2011년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79%가 스튜디오나 원 베드룸 형태로 거주자의 약 65%가 싱글일 정도.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덴마크, 영국, 일본 등에서는 독립적인 개인 공간을 보장하고 부엌, 거실 등의 공간을 공유하는 코하우징(co-housing), 셰어하우스(share house) 등을 통해 거주 공간 해결과 함께 심리적 안정, 치안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다. 1970년대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덴마크의 코하우징은 부엌, 세탁실 등 공동 시설을 마련해 함께 사용하는 협동주택이었으나,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싱글들이 모여 생활하는 형태로 변했으며, 미국, 스웨덴, 일본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코퍼레이티브 하우스(co-operative house),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 등의 변형된 명칭과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증가 추세다. 기존의 임대주택처럼 운영사업자가 따로 있고 입주자가 월세를 내는 형태로, 1인 가구의 주택 문제 해소 및 입주자들 간의 커뮤니티를 통한 심리적 안정으로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금융기관 및 정부 정책에 있어서도 해외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금융기관은 40대 전후의 고소득 미혼 직장여성(아라포·arafo)이 신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여성 대상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라포 세대는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한 고소득, 고학력 미혼 여성으로 일반 여성 소득의 1.3배 수준. 싱글 여성을 새로운 영업 대상으로 설정하고, 여성 고객 전담부서 신설, 금융 니즈 파악, 이에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 등을 출시해 왔다. 대표적으로 AXA생명보험은 ‘여자의 인생을 응원하는 사업단’을 발족, 30~40대 ‘일하는 싱글 여성’을 대상으로 시장조사 및 상품 개발을 해왔으며, 미혼 여성이 가장 불안해하는 질병인 암과 이로 인한 휴직 및 수입 감소 위험을 보장하는 ‘AXA소득보장암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는 평등신용기회법(EOCA), 공정주거법(FHA) 등으로 인해 1인 가구, 독신 남녀에 대한 금융기관 거래 및 주택 구입의 제한, 차별이 없어지면서 1인 가구 및 싱글이 모기지 시장의 중요한 고객층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슈퍼 싱글의 세계] ‘자발적’ 미혼 증가세…새로운 경제주체로 떠올라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