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2세대 가족부터 노부모 함께 사는 3세대 가족까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1970년대 가족계획 표어 때문인지 2000년 이전까지 대부분의 가족 구성은 부부와 자녀 2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집을 짓고자 하는 가족들을 보면 가족의 수가 줄기도 하고 혹은 자녀의 육아를 도와줄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3세대 가족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세대별 가족구성원에 맞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담으면 좋을지 실제 설계 사례를 바탕으로 제안해본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최근 많은 이들이 아파트나 빌라를 떠나 집짓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집은 아파트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만의 집을 원해 상담을 온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막연하게 “몇 ㎡, 방 몇 개의 집을 짓고 싶다”고만 이야기한다. 그동안 접해 온 집의 형태인 66㎡, 99㎡의 아파트 평면 구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아파트는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된 4인의 핵가족을 대상으로 평면이 일반화 돼 있다 보니 가족 구성의 차이, 가족의 취미생활 등에는 상관없이 방 3개, 거실, 주방, 욕실의 규모만 달라질 뿐 공간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 가족만을 위한 맞춤 집 짓기를 희망한다면 집의 규모, 방의 개수보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가족구성원은 어떤지, 각자의 생활 패턴은 어떠한지 등 실질적인 이야기를 담을 방법을 상상해봐야 한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CASE 1
30대 부부와 어린 자녀 구성
어린 자녀를 둔 부부들은 집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집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할애해 어린 자녀와 함께 놀고 책 읽고 즐기는 집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달기 아이들의 공간에 대한 감각 경험과 부모와의 지속적인 눈 맞춤, 그리고 적당한 야외 활동이 중요하게 요구된다. 그래서 필자는 단독주택에서 꼭 필요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단, 마당 등의 공간을 주로 활용한다. 계단은 엄마, 아빠와 가장 자주 마주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작은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만의 놀이터이자 가족 극장이 된다.

파주 ‘사이 마당 집’은 3명의 어린 아이를 둔 가족으로 각자의 개인 공간, 손님을 접대하는 거실보다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열린 공간을 요구했다. 그래서 이 집의 주요 공간은 거실이 아닌 세 아이의 방을 반 층씩 올려 입체적으로 구성한 책꽂이를 품은 계단과 대청마루다. 단차를 이용해 가장 높은 아이 방 하부는 주방과 시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놀이방 겸 가족실이 되도록 해 엄마의 가사 시간 동안에도 아이들과 시선이 교차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별동으로 떨어진 안방과의 사이 공간인 대청마루는 사계절 사용 가능한 야외 활동 공간이자 또 하나의 거실이 된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대전 ‘탁구네 집’ 역시 아이를 둔 젊은 부부로 아이가 집 여기저기에서 놀고 책 읽기가 가능한 공간을 원했다. 이 집은 마당을 비롯해 집 안 곳곳에 적당한 단차를 두고 각각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도록 했다. 거실은 식당보다 낮게 해 마당과 연결되도록 하고 동시에 아이를 위한 근사한 도서관이 된다. 거실과 식당과의 단 차이는 스탠드형 계단을 두어 가족이 언제든 편하게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1층에서 가족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오픈형 일자 계단은 전체 공간의 중심이 되면서, 상하부로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 이동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2층은 아들 방, 가족실 영역과 안방, 서재 영역에 다시 단 차이를 두어 변화를 주고 다락과 연결되도록 했다. 이곳에서 아들이 노는 동안 엄마, 아빠가 공부하거나 함께 눈 맞춤을 하며 놀이를 하게 된다. 마당을 포함해 6개의 레벨로 이루어진 집 전체는 상황에 따라 놀이터가 되고 공부방이 되며 동시에 작업실이 된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어린 자녀를 둔 집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란 후의 쓰임도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순환형 동선으로 계획을 하고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고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적절하게 막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또한 방에 장난감을 펼쳐 놓는 아이를 위해 벽장 속에 책상을 두었다가, 아이가 자라게 되면 벽장은 본래의 기능인 옷장이 되고 책상은 다시 방으로 빼는 방법 등이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CASE 2
40~50대 부부와 청소년 혹은 성인 자녀 구성
청장년의 자녀를 둔 가족의 집은 주로 가족들 특히 부모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자녀들이 멀리서 공부하거나 출가한 후 방의 쓰임도 염두에 둔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창원의 ‘재미있는 집’은 1층 공간을 아버지의 전기 실험실 겸 밴드 연주자인 아들의 기타 연습과 가족의 영화와 음악 감상을 위해 비우면서 동시에 미래에 카페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준비했다. 중층 겸 거실에는 어머니를 위한 재봉 공간과 요가 공간을 만들며, 생활을 위한 집은 2층으로 올리되 가급적 문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했다. 집 전체가 욕실을 제외하고 모두 하나의 방처럼 연결돼 닫히지 않는 원룸이 됐다. 한마디로 각 공간은 개별적이지 않고 언제든 다른 용도로 바꿀 수 있고, 다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멀티 공간인 셈이다. 하나의 방처럼 열린 공간 속에서 가족의 취미를 담을 수 있는 공간들이 계단을 따라 격의 없이 자유롭게 연결된다. 또한 자녀들의 출가 혹은 유학 등을 고려해 부부를 중심으로 공간이 구성되고, 자녀의 방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유동적으로 계획했다. 타지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 거실 한쪽에 한지문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방이 될 수 있도록 했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CASE 3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3세대 가족 구성
‘따로 또 같이’ 사는 3세대 주거는 예산 절약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즐거움, 육아 분담, 범죄로부터의 안전 등의 이점으로 최근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3세대 주거 맞춤 집 짓기에서는 세대별 공간을 적절하게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세대 주거는 크게 상하 분리형, 좌우 분리형, 별채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포천 P주택’은 조부모, 부부와 어린 자녀로 가족 구성이 돼 층별로 공간을 분리한 115.7㎡ 규모의 상하 분리형 주택이다. 조부모의 공간은 1층으로 좌식 생활, 수납 등을 고려해 방의 크기를 키우고 부모님만의 툇마루를 두었다. 동시에 가족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거실과 식당을 두어 가족 간 화합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2층은 부부와 어린 자녀의 공간으로, 가족실을 중심으로 생활공간과 다락을 배치하고 두 아이의 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쓰되 추후 분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부부의 방은 침대만 들어가는 최소한의 방을 두고 드레스룸을 비롯해 수납을 위한 공간을 따로 두었다. 또한 부부만의 독립된 외부 발코니 공간도 별도로 배려했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익산 주택’ 또한 3세대 총 8명이 사는 가족으로 조부모의 집을 별채로 만든 ‘별채형’ 집이다. 회랑을 통해 연결된 두 집은 각자 가족의 독립적인 생활을 가지면서 마당을 함께 공유하고 언제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 낮에 밖에서 일하는 부부를 위해 조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도시에 비해 토지 비용이 적게 들어가 비교적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 가능한 해법이다.
[SPECIAL THEME] 가족구성원별 최적의 맞춤 집 제안
김창균 UTAA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