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가·건축가·풍수 컨설턴트 박성준의 돌직구

“되는 일이 없는데 딱히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이 원인일 수 있다.” 공간이 주는 기운이 운명마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박성준 풍수 컨설턴트에게 풍수와 인간 삶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다.
[Special Theme] “공간은 운명도 바꾼다”
박성준은…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집과 건물을 짓는 건축가이면서 사람과 땅의 기운을 함께 보는 풍수 컨설턴트, 또 한 사람의 생년월일시 기운과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을 읽어내는 젊은 역술가이기도 하다. 풍수와 인테리어를 접목시킨 풍수 인테리어를 제안하고 있으며, 풍수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의 사옥과 주거공간의 콘셉트 디자인 및 설계를 하는 등 풍수에 맞는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조그마한 동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짐작했던 것보다 꽤 넓은 공간이 안쪽에 펼쳐져 있다. 왼쪽 대각선 구석 자리, 문을 맞이하는 위치에 그가 앉아 있었다. 최근 그가 펴낸 저서 ‘운명을 바꾸는 인테리어 팁 30’에 따르면 ‘도로에 접한 폭보다 매장 안이 깊은 곳’이 좋은 상가요, ‘문으로부터 가급적 가장 먼 쪽으로, 사람이 왕래하는 모습을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상석이라고 했으니, 어쩐지 인터뷰가 술술 잘 진행될 것 같은 기분이 절로 든다.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 나니 ‘따지게’ 되는 것이 풍수인가. 하긴, 다분히 ‘기분’의 문제라고 해도, 좋다는데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TV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과 SBS ‘힐링캠프’에 얼굴을 내비치며 ‘관상’을 방송용으로 술술 잘도 풀어내던 그가 건축가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건축가인 부친을 보고 자라 자연스레 건축을 전공하게 됐고, 더불어 보이지 않는 세계나 운명에도 관심이 많다 보니 사람과 땅의 기운을 함께 보는 ‘풍수 컨설턴트’이자 ‘풍수 건축가’로서 활약하게 된 것. 또 생년월일시 기운과 얼굴을 통해 사람을 읽는 젊은 역술가로도 활동 중이니 어쩌면 그가 각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공간, 그 공간이 사람에게 끼치는 기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물론 누군가 풍수는 ‘미신’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대적 삶과 맞지 않는 비합리적 이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분명 귀 기울일 부분이 없지 않다.


‘잃을 것’이 많을수록 풍수에 민감하다?
원래 풍수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에서 온 말로 과거 농경사회에서 북서풍의 모진 바람은 피하지만 바람이 움직여 소통이 잘 되고, 물은 담가 두어 농사짓기 좋은 환경이 가장 이상적인 터라는 의미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란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지는 법. 현대에는 풍수(風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또 좋은 기운을 주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박성준 풍수컨설턴트에게 물었다.


‘풍수’라는 게 무엇입니까.
“바람 ‘풍(風)’, 물 ‘수(水)’가 뜻하는 것처럼, 어떤 공간을 지을 때 바람의 방향, 물의 흐름 등을 고려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곳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게 풍수입니다. 연애나 결혼에 비유하면 쉬울 것 같은데, 왜 사계절을 다 겪어봐야 계절에 따라 감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등 그 사람을 알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땅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경관과 자연, 도로와 건물, 사람의 동선 등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기를 주고받듯이 사람은 공간과도 기를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살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공간을 봐도 그 사람을 읽어낼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다시 그 사람에게 좋건 나쁘건 영향을 미치면서 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갑니다. 되는 일이 없는데 딱히 그럴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살고 있는 집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잠깐 있어도 불편한 공간이 있어요. 나와 맞지 않는 공간인 거죠. 그런 공간에 살고 있는데 행운과 행복이 찾아올까요.”


풍수를 ‘미신’이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풍수가 적용된 사례가 많아요. 실제로 지난 2월에 뉴욕에 다녀왔는데, 맨해튼 허드슨 강 쪽에 들어서고 있는 대형 빌딩도 풍수를 염두에 두고 지어지고 있더군요. 이미 알려진 사례를 보더라도, 홍콩의 47층 건물인 홍콩상하이빌딩을 짓는 데 풍수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풍수를 고려해 백악관 집무실을 개조했죠. 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부부도 딸 하퍼의 방을 풍수지리학자에게 보여준 뒤 자문을 구해 꾸몄고요. 우리나라도 대기업 총수의 집과 사옥은 처음부터 풍수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고, 그 대지에 맞는 건물을 풍수를 따져 디자인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기업 하는 분들, 큰돈을 만지는 분들처럼 잃을 것이 많은 분들이 풍수에 관심이 많아요.”


실제 풍수 컨설팅을 통해 바뀐 사례가 있나요.
“상암동에 사옥이 있는 모 기업에 풍수 컨설팅을 하러 갔는데, 정문을 도로에 내지 않고 옆으로 내 정문의 상징성이 없더라고요. 정문은 정문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해야 하는데 말이죠. 사장실에 가보니 뒤로 유리창이 크게 나 있어 풍수적으로 좋지 않으니 단단히 막으라고 조언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기업은 이런저런 스캔들에 휘말려 아직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죠. 한창 잘나가다가 한순간 휘청해 지금까지 난항인 또 한 기업은 스캔들이 터지기 전 최고경영자(CEO)가 집을 옮겼어요. 물론 꼭 그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사실 사업이 흥하고 있을 때는 집이든 사옥이든 옮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공간의 기운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이거든요. 허름한데 줄 서서 먹는 대박 식당이 있다고 하면, 넓고 깨끗한 곳으로 옮기는 대신 근처에 2호점을 내는 편이 더 좋아요.”
[Special Theme] “공간은 운명도 바꾼다”
일반적으로 풍수를 따질 때 어떤 것들을 봐야 합니까.
“기본적으로 집이든 사옥이든 장방형 공간이 안정적입니다. 사선 혹은 예각이 있거나 모서리가 있으면 좋지 않아요. 또 풍수의 기본이 산세, 수세, 지세인데 산, 물, 땅을 뜻하죠.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건물이 산이 되고 도로가 물이 되고, 땅은 그대로 땅입니다. 일반적으로 집이나 사옥 안에 있을 때 도로가 자기를 향해 돌진하는 형태는 좋지 않고, 다른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개구문 등이 열려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고가도로 밑의 상권도 피하는 게 좋아요. 또 도로에 있어서는 일방통행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과 차량의 흐름을 바꿔놓거든요. 대표적으로 이대 상권이 망한 게 일방통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도 마찬가지고요. 일방통행이 흐름을 바꾸어 놓으면서 상권이 죽게 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풍수라면 집이나 사옥을 지을 때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요.
“물론 대지 계획부터 평면 계획까지 풍수를 고려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아요. 하지만 우리는 아파트, 오피스텔에 사는 게 더 일반적이고, 공간이 주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죠. 따라서 가구나 소품을 바꾸고 그 위치를 바꾸는 식의 풍수가 더 현실적입니다. 가령, 예전의 집들은 현관을 열면 바로 욕실이 보이는 구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는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럴 때 현관에 중문을 설치해주거나 가벽을 설치해 돌아가는 방식으로 구성을 바꿔줄 수 있는 거죠. 집 안 특정 공간의 컬러를 바꾸거나 벽지 등을 바꾸는 식으로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충분히 풍수를 적용할 수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음택풍수(陰宅風水)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조상의 묘자리를 잘 써서 후손들이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양택풍수(陽宅風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는 공간, 일하는 공간을 좋게 만들어 좋은 기운이 돌게 한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풍수 인테리어인 거죠.”


보편적인 풍수도 있지만, ‘나’에게 맞는 풍수는 따로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산세, 지세, 수세가 좋은 땅이나 건물이 있다고 치면 그건 누구에게나 좋은 땅이고 건물입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기운을 따지는 것은 보다 디테일한 문제죠. 비유하자면, 일반적인 풍수가 명품이라고 할 때 개인적인 풍수는 사이즈나 취향의 문제인 것입니다. 보통 기업이나 사옥의 집무실은 일반적인 풍수를 따르는데, 구체적으로 CEO의 기운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어요. CEO가 목(木)의 기운이 부족하면 관엽식물이나 나무 자재를 많이 쓰고, 방향도 동쪽 즉, 목의 방향으로 책상 위치를 바꾸는 식입니다. 가족 공간에서의 경우, 만일 구성원 간의 기운이 상충할 때는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기운을 따지는 게 맞는데 일반적으로는 가장의 기운을 따지는 게 보편적입니다.”


개인의 기운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실 이 부분은 사주적인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목(木, 나무), 화(火, 불), 토(土, 흙), 금(金, 쇠나 바위), 수(水, 물)라는 오행 중 하나의 기운으로 태어나는데, 사람마다 그 기운이 과하거나 부족하게 태어납니다. 운이 좋다고 이야기할 때, 과한 것은 중화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지는 상태를 말하죠. 불의 기운이 강하면 물의 기운으로 눌러주거나 토의 기운으로 설기시켜 오행의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하는데, 그걸 보완해주는 게 바로 풍수 인테리어입니다. 균형을 잡아주는 오행의 방향이나 자재, 색깔을 이용해 만든 공간은 개인의 행운을 불러들이고,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초를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풍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보통 풍수 인테리어는 사랑, 건강, 재물 운을 보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집을 보면 발 디딜 틈 없이 정리가 안 된 경우가 많아요.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더 지저분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공간이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된 것은 건강이나 재물과 연관이 큽니다. 특히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현관은 밝고 깨끗해야 해요. 건강과 직결된 부엌이나 주방도 물과 불이라는 상충하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해야 합니다. 불의 기운(가스레인지)과 물의 기운(수도꼭지)을 조금 떨어뜨려 놓고, 관엽식물 등을 통해 상생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식이죠. 사랑 운이 작용하는 침실은 조금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진영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