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분쟁, 남의 일 아니다]상속 난제 세금 퍼즐을 풀어라
가업승계의 최대 걸림돌은 세금이다. 전문적인 세법 지식을 갖췄다는 세무사나 회계사들도 이 같은 세금 난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과연 복잡하게 엉켜 있는 세금 퍼즐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글 한용섭 기자·윤여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참고 서적 ‘가업승계 A에서 Z까지’(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연 매출이 수천억 원인 중견기업의 오너 A씨는 최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일모레면 70세를 바라보는 그이지만 기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막대한 세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세법상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증여하는 주식이 30억 원을 넘기면 5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상속세도 최고 세율은 증여세와 동일하다. 이 때문에 A씨는 최근 국내 사업을 접고 캐나다 등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 사업을 이전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세계 1위 손톱깎이 기업 쓰리세븐이나 국내 종자업계 1위 농우바이오 등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회사를 매각해야 했던 아픈 전례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가업상속공제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에는 이른바 ‘그림의 떡’이다. 실제 국세청의 국세 통계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는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58건(343억 원)과 70건(933억 원)이 이뤄졌는데 우리나라 영리기업이 537만7000개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가업상속공제 100% 따라잡기
기업인들은 현행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푸념한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 등의 매출액 3000억 원 이하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공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 재산만 600억 원이고, 상속인은 자녀 1명이라고 했을 때 225억 원의 상속세를 적게 부담하는 효과가 난다. 물론 가업상속공제와 일괄공제만 있는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엄격한 기준이다. 피상속인은 상속개시일 기준으로 거주자여야 하며, 50% 이상의 기간이나 10년 이상의 기간 또는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을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어야 한다. 상속인 역시 18세 이상이 돼야 하고,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하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하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

사후관리도 까다로워서 상속 개시 이후 10년간 가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거나 각 사업연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상속 개시 직전 2개 사업연도의 정규직 근로자 수 평균의 80%에 미달돼서는 안 된다. 만일 이러한 요건이 가업승계 이후에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면제받은 세액에 이자상당액을 가산해 세금 폭탄을 두들겨 맞을 수 있다.

가령 10년 이상 B씨가 운영하던 ‘갑’ 법인을 ‘을’ 법인이 흡수 합병한 후 B씨가 신설 법인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사망했는데 명목상 ‘을’ 법인이 존속하고 ‘갑’ 법인이 소멸하게 됐다고 하자. 이 경우 실질적으로는 ‘갑’ 법인이 기존 사명을 계속 유지하고, B씨의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의 지위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B씨가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합병 법인이 합병한 후 사업을 개시한 날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업승계 대상 기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업의 모든 재산이 가업승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임대부동산이나 투자 주식, 채권 등 가업과 무관한 자산은 특례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업상속 재산에 상당하는 상속세의 연부연납에 대해서는 일반 상속 재산의 연부연납 기간보다 더 장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연부연납 신청 시에는 납부할 세액이 없으며, 허가 후 첫 번째 납부 기한 도래 전까지 2년 또는 3년의 거치 기간이 있다. 연부연납 기간은 거치 기간 후 5년에서 최장 12년에 해당한다.
[롯데家 분쟁, 남의 일 아니다]상속 난제 세금 퍼즐을 풀어라
상속 공제·과세특례 제도 적극 활용해야
중소·중견기업 경영자의 고령화에 따라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계획적으로 상속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다.

과세특례를 적용받는 경우 100억 원을 한도로 5억 원을 공제한 후 10%(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20%)의 세율을 적용해 증여세를 납부하게 된다.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60세 이상의 부모가 가업승계를 위해 주식이나 출자지분을 증여한 경우에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가업상속공제 제도와는 달리 개인 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

수증자가 주식 등의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지 않거나 7년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지 않는 경우, 주된 업종을 세분류가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경우, 가업을 1년 이상 휴업·폐업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거나 증여받은 주식 등의 지분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일반 증여 재산으로 보아 이자상당액과 함께 기본세율로 증여세를 다시 부과받게 된다.

창업 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출산율 저하, 고령화에 따라 젊은 세대로의 부의 조기 이전을 촉진하게 위해 도입됐다. 특례가 적용되면 증여세 과세 시 증여세 과세가액(30억 원 한도)에서 5억 원을 공제한 후 10% 세율을 적용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창업 자금을 2회 이상 증여받거나 부모로부터 각각 증여받는 경우에는 각각의 증여세 과세가액을 합산해 적용하며,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누진세율(10~50%)을 적용한다.

창업 자금을 증여받은 자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창업중소기업 등에 해당하는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창업해야 한다. 합병, 분할, 현물출자 또는 사업의 양수를 통해 기존의 사업을 승계하거나 거주자가 영위하던 사업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 폐업 후 사업을 다시 개시해 폐업 전과 같은 종류의 사업을 사는 경우,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른 업종을 추가하는 등은 창업으로 보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창업 자금을 증여받은 자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창업 자금을 모두 해당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C씨가 증여받은 자금으로 직접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창업 법인에 지분을 출자하고 자금을 대여했지만 사업 경영 전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처럼 단순히 지분을 출자하거나 자금을 대여한 것만으로는 창업 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일반 재산은 10년 이내 증여분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지만 증여세 과세특례가 적용된 창업 자금은 기간에 관계없이 증여 당시 평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돼 상속세로 다시 정산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

최근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16년부터는 5명 이상을 신규로 고용해 5년간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50억 원을 한도로 과세특례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사업 확장이나 업종 추가 등도 창업의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업승계, 중·장기 절세 묘수 찾아라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세금의 문턱부터 넘어야 하지만 가업승계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절세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기적 절세 방안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1세대가 사망하기 오래전부터 2세대에게 가업을 비롯한 부동산, 주식, 현금 등을 증여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자산들은 미래 가치가 현재 가치보다 높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 증여하는 것이 장래에 상속하는 것보다 조세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현재 시점에 예금 1억 원을 자식에게 증여하게 되면 자식은 현재 시점에서 예금 1억 원에 대한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때 증여세 과세표준은 직계비속에게 적용되는 3000만 원 공제를 제외한 7000만 원이 되고, 자식은 7000만 원을 과세표준으로 해 증여세율 10%를 곱한 금액인 700만 원을 증여세로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이를 10년 동안 자금을 불린 후 증여했다고 생각해 보자. 부모가 예금 1억 원을 가지고 연간 수익률이 10%인 펀드에 가입했다고 하면 10년 후에는 1억 원이 2억6000만 원가량으로 증가돼 부모는 10년 후에 2억6000만 원을 증여하게 된다. 이 경우 자식은 2억6000만 원을 증여받은 것이 돼 무려 3600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1세대가 2세대에게 회사의 주식을 사전에 물려주는 경우 그 회사가 성장 사업이라면 절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부모가 성장이 기대되는 D기업을 사전에 자식에게 증여한 경우, 자식은 장래에 크게 성장된 D기업의 가치를 기초로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의
D기업의 가치에 관해 증여세를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방법은 후계자에 대한 승계 자금 확보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션의 핵심은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사업의 향후 전망이 될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상속 및 증여세법’은 재산 취득 후 5년 이내에 개발 사업의 허가, 상장·합병, 형질 변경 등으로 인한 재산 가치 상승 금액이 3억 원 이상이거나 해당 재산의 취득가액과 통상적인 가치상승분, 가치상승 기여분 합계액의 30% 이상인 경우에는 그 이익 역시 증여 재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