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31호 (2016년 04월)

품격 있는 식탁 유리·도자기

BIG story
품격 있는 식탁
유리·도자기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동안 귀한 대접을 받아온 유리는 아르누보 시대에 이르러 걸출한 예술가들을 만나 작품으로 변모했다.
마이센, 세브로를 비롯한 유명 도자기 브랜드들은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백정림 이고갤러리 대표│사진 서범세 기자

고대 페니키아 상인에 의해서 발명됐다고 전해지는 유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특히 장식에 있어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표방했던 바로크, 로코코 시대에는 베르사유 궁전에 그 유명한 ‘유리의 방’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렇게 귀했던 유리가 1850년경 판유리 제조 과정의 획기적인 발전을 계기로 중산층의 생활에 필수품으로 다가왔다. 아르누보 시대는 유리공예가 각광 받는 예술 분야로 처음 등장했던 시기였다. 이 시대의 걸출한 유리공예가였던 르네 랄리크, 돔, 에밀 갈레는 자신의 이름으로 공방을 열어 명품 브랜드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활동했던 시기는 유럽이 일본 문화의 열풍에 휩싸였던 자포니즘(Japonism) 시기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등 인상파 작가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이 일본의 취향에 흠뻑 젖어 그들을 모방하기에 바빴다. 유리공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일본인들은 지금까지도 앤티크 크리스털 제품을 특별히 좋아한다. 일본 교토나 도쿄의 앤티크 거리에 가면 갈레나 랄리크의 앤티크 제품이 너무나 많은 것에 놀라곤 한다. 필자는 15년 전쯤 하코네에 있는 랄리크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에도 많은 앤티크 애호가들이 있어서 일본처럼 서양 앤티크가 넘쳐나 많은 사람들이 앤티크 예술품을 고급문화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일본은 자포니즘과 아르누보 시대의 유리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제법 큰 앤티크 시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값은 아무래도 유럽에 비해 비싼 듯하다. 랄리크, 갈레 등 유명 크리스털 앤티크는 유럽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낫다.
필자는 지난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1800년대 후반 갈레의 샐러드 볼(bowl)을 잘 아는 프랑스 앤티크 딜러에게 일본에서 팔리는 가격의 3분의 2 정도에 구매했다. 참고로 100년이 넘는 앤티크 제품은 나라마다 관세 없이 유통되고 있으니 고가라도 연도만 증명할 수 있다면 관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전문 컬렉터가 아닌 사람이 하나를 구매하고자 유럽까지 간다면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될 것이기에 각자의 형편에 맞추어 컬렉션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유리와 함께 식탁에서 매일 접하는 도자기 또한 앤티크 컬렉션에 중요한 부분이다. 도자기는 실크로드를 통해 12세기경에 유럽으로 전해졌다. 16세기 메디치가(家)의 도공들은 중국 자기를 모방해 저온에서 구운 연성 자기를 제작했다. 내구성과 광택이 떨어지는 이러한 연성 자기는 마요리카, 댈프트, 파이앙스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1710년경 유럽에 최초의 경성 자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랫동안 유럽은 중국 도자기에 열광했고 그 비법을 알기 위해 유럽 각국이 온 힘을 쏟았다. 중국 도자기와 같은 경성 도자기 제작은 유럽 모든 나라의 열망이었다. 1710년 독일은 유럽 최초의 경성 자기인  마이센 도자기를 만들었고 이어 프랑스는 세브르를 제작했다. 1700년대 중반 영국에서 고령토에 동물 뼈의 재를 혼합해 만든 본차이나가 등장한다. 이는 영국이 전 세계 도자기 시장을 주도하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의 도자기 산업은 화려한 장식과 색깔이 더해진 코폴트(Coalport)의 제품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빅토리아 여왕은 꽃무늬 티잔으로 유명했던 민튼(Minton)의 도자기를 특히 좋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도자기는 영국의 주요 산업으로 부상하게 됐고, 산업혁명과 식민지 개발로 부를 쌓은 많은 중산층들은 재산 목록 중 하나로 도자기를 집집마다 소유하게 됐다.
그 후로도 100년이 훨씬 지난 요즘, 유럽인들은 앤티크 도자기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앤티크 도자기는 앤티크 스털링과 더불어 사람들의 관심 속에 여전히 있고 앤티크 시장의 규모도 일상화돼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에게 익숙한 유럽의 앤티크 플리마켓이 이러한 현상을 말해준다. 그러나 막상 요즘 앤티크 페어나 플리마켓에 가면 제대로 된 도자기나 유리 제품을 거의 만날 수 없다. 실생활의 식탁에는 내놓을 수 없는 꼬질꼬질한 그릇이 1, 2 개 나와 있을 뿐이다. 앤티크 도자기 역시 양분화돼 있어서 하이엔드 제품은 전문 딜러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고급 시장에서는 완벽하게 세트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깨질 수 있는 DNA를 가진 물건이 세트로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가격은 고가인 경우가 많다. 요즘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하이엔드 도자기 그릇들과 비교해보면 결코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얼마 전 지인의 며느릿감이 집에 인사를 왔다고 한다. 필자의 지인도 앤티크를 좋아하는 동호인이기에 소장하고 있는 앤티크 제품으로 티 테이블을 꾸몄다고 한다. 나중에 아들을 통해 전해들은 예비 며느리의 말은, 집에 품격 있는 남다른 문화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매우 흡족해하며 말을 전하던 지인의 얼굴이 지금도 떠오른다. 이처럼 앤티크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문화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만약 그분이 앤티크 도자기와 같은 가격대의 명품 브랜드 도자기로 예비 며느리를 대접했다면 문화보다는 비싼 잔의 가격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부를 뽐내지 않으면서, 그 가치를 오롯이 지니고 있는 것이 앤티크 컬렉션의 묘미다. 언뜻 보면 오래돼 묵은 것으로 보이지만 수수함 속에 숨어 있는 광채는 늘 우리를 설레게 한다. 
필자는 1800년도 마이센의 코발트블루 테두리의 12피스짜리 디너 접시를 소장하고 있다.  이 제품의 중앙에는 도자기 제품으로는 드물게 주문한 사람의 이니셜이 금박으로 핸드페인팅돼 있다. 이 제품이 매우 귀하게 만들어진 접시임을 말해주는 징표다. 10년 전쯤 구입한 이 마이센의 1등급 제품을 지금 구입하려면 1.5배는 더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앤티크 투자의 핵심은 ‘부익부’ 이론이라 말할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다소 비싼 가격에 구입하더라도 나중에 그 제품은 그 이상의 가치로 소장가에게 보답한다. 물론 그것을 사용하는 즐거움과 자부심 또한 소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더불어 가질 수 있다.
십수 년 동안 설렘과 함께 수집한 도자기가 이제 작은 앤티크 테이블 웨어 갤러리에 이르게 됐다. 18세기 세브르 찻잔부터 자포니즘 시대와 아르누보 시대의 샐러드 볼,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했던 19세기 민튼의 접시까지 많은 도자기 테이블 웨어를 소장하게 됐다. 그들은 필자에게 단순한 접시와 찻잔이기에 앞서 그것을 모으던 시기의 열정과 감동을 함께 가지고 있는 필자만의 역사이기도 하다.

도자기 및 유리
앤티크 투자 시 유의점 
같은 도자기라도 문양의 심미적 요인에 의해서, 또는 손잡이나 기타 장식적인 부분의 희귀성에 의해서 값의 차이가 3배에 이르기도 한다. 앤티크는 어쩌면 사치스러운 문화 상품이기에 심미적 요인과 희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입할 때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나중에 더 큰
가격 차이로 소장가에게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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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04-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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