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삶의 대명사로 불리는 테라스하우스의 매력은 화려함보다는 여백의 미가 짙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빌딩 숲 대신 포근한 자연의 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담긴 테라스하우스의 삶을 따라가봤다.

Case 1
광교 호반가든하임 고운·송승희 씨
1.부인 송승희 씨가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2.제라늄은 여러해살이 꽃으로 화분에서도 잘 자란다.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운다. 3. 분홍과 노랑 빛을 띠는 꽃은 미키로즈(프리뮬러)와 데모루(디모르포테카). 빛과 바람이 잘 드는 테라스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앵초과와 국화과의 야생화다. 4,5. 키친가든에서 상추, 적로메인, 치커리 등 쌈채소를 키워 매일 신선한 샐러드와 쌈을 즐긴다.
1.부인 송승희 씨가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2.제라늄은 여러해살이 꽃으로 화분에서도 잘 자란다.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운다. 3. 분홍과 노랑 빛을 띠는 꽃은 미키로즈(프리뮬러)와 데모루(디모르포테카). 빛과 바람이 잘 드는 테라스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앵초과와 국화과의 야생화다. 4,5. 키친가든에서 상추, 적로메인, 치커리 등 쌈채소를 키워 매일 신선한 샐러드와 쌈을 즐긴다.

“기대와 똑같은 테라스하우스 라이프, 95점 줄래요”

테라스하우스의 삶은 정말 여유롭고 낭만적일까. 총 320가구로 구성된 이곳 광교 호반가든하임 내에서도 고운(55)·송승희(54) 씨의 집은 관심의 대상이다. 4층 이하 건물로 층마다 테라스 구조가 다르고, 테라스가 없는 곳도 있기 때문. 분당 등 근교의 지인들이 지나가다 구경 올 때도 있단다.

“테라스하우스 입주 전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10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어요.”(남편 고운 씨)

결론부터 말하면 고 씨 가족은 테라스하우스에서의 삶에 대만족이다. 가장 소중한 자녀를 위해서도 선물하고픈 집이다. 부인 송 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 지난해에도 테라스가 있는 주택만 골라 청약을 신청했는데 당첨 운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부를 좋아하는 남편은 “시험을 봤으면 될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의 아파트에 살던 가족이 광교신도시의 테라스하우스로 터전을 옮긴 것은 지난 2012년. 부부는 원래 전원주택의 삶을 꿈꾸었지만, 전원주택은 대개 외진 곳에 있고 일(관리)도 많아서 우연히 테라스하우스 분양 얘기를 듣고 대안이다 싶어 도전했다. 그러나 그때도 테라스하우스의 높은 인기 탓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겨우 이곳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부부는 현재 두 아들이 모두 20대로 장성한 덕분인지 고즈넉한 테라스하우스의 삶에서 이렇다 할 불편은 크게 없다고 한다. 바로 옆에 고속도로 진입로가 있고, 단지 정문 앞에 서울로 가는 직행버스도 있다. 또 현재 건립 중인 테라스하우스 단지들이 주변에 있어 향후 편의시설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테라스하우스에서 흔히 지적되는 통풍이나 난방 문제도 여기선 예외다. 테라스가 있는 거실 쪽과 반대편으로 큰 창이 나 있어 바람이 잘 통한다. 겨울에도 햇볕이 테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와 난방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실내도 따뜻하다.

마이너스 5점은 ‘관리 비용’

100점 중 5점은 관리 비용을 고려해 깎았다. 처음 정원을 만들 때처럼 목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마다 꽃이나 채소 모종, 나무를 구입하는 비용도 적게는 몇천 원에서 몇십만 원까지 들 수 있다고 고 씨는 말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첫해는 테라스에 인조잔디를 깔았는데 비가 온 뒤 썩어 버려 당황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 후 적삼목으로 데크를 깔고 한결 만족도가 올라갔다. 결이 부드러운 적삼목은 물에 젖을 때면 은은한 향기를 발해 마치 숲속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절로 든다고 한다.

안주인 송 씨가 30m² 남짓한 작은 숲에서 가장 아끼는 것은 포도나무다. “첫해에는 포도가 열렸을 때 봉지로 싸 놓지 않았는데 새가 와서 다 쪼아 먹었어요. 그 씨가 텃밭에 떨어졌는지 얼마 후에는 싹이 올라오더라고요. 과일 씨를 심으면 이렇게 싹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고 서툴기만 했던 정원 가꾸는 일이 그새 제법 손에 익었다. 송 씨는 지난해부터는 시(광교)에서 운영하는 가드너교실에도 다니며 나뭇가지 자르는 법, 거름 주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 이사 온 후 송 씨의 일과는 더 바빠졌다. ‘잡초 하나 뽑아야지’ 했다가 1시간씩 뽑게 되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도 테라스에서 넉넉한 햇볕과 바람을 쐬고 자라나는 식물들을 볼 때마다 신기함에 수고로움을 잊는다고 했다.

이곳은 신도시임에도 시골 마을 같은 정겨움이 넘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송 씨는 아파트에 살 때는 이웃하고 교류가 거의 없었는데 테라스 정원이 외부로 노출돼 있다 보니 얘기할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졌다고 한다.

“테라스에 이웃이 나와 있으면 ‘언니’ 하고 불러요. 어제도 윗집에서 내려와서 같이 밥 먹었어요. 같이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들과는 다 친하게 지내는 편이죠. 거의 개인 일 없으면 모여 있는 편이고 같이 배우러 다녀요.” 부부는 거실 문을 열고 테라스로 들어가는 입구에 원목 테이블을 놓고 파라솔을 설치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이웃들과 간단히 차 마시기 좋고, 상추나 고추 등 텃밭에서 직접 딴 채소로 소박한 점심을 함께 하기에도 그만이라고. 송 씨는 아이들이 장성하면 이웃끼리 어울리게 될 일이 많지 않은데 테라스하우스로 이사 와서 부대끼며 사는 삶이 참 좋다고 했다. 자연도, 사람도 어우러져 사는 맛이 난다.
[BIG story]마당 있는 삶…두 가족의 리얼 체험기
Case 2
판교 윌든힐스 김영부·윤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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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하우스로 그리웠던 자연과 이웃을 찾았죠”


집은 곧 삶의 포트폴리오다. 집의 규모, 위치, 인테리어 구조, 장식 소품 하나하나에 집주인의 인생 흔적이 오롯이 새겨 있다. 따라서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는 일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김영부(62)·윤미숙(58) 부부는 5년 전부터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위치한 테라스하우스, 판교 윌든힐스 2단지에서 두 자녀와 살고 있다. 김 씨는 33년간 국내 대형 건설 회사에서 일했을 만큼 집에 대해서는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이 집을 선택한 배경에는 물처럼 흘러온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삶의 흐름마다 집도 변했죠. 신혼 초 남의 집 셋방살이를 했을 땐, 그저 주인 눈치 안 보고 따뜻한 물이나 제때 나오는 집이면 충분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삶의 규모가 커지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요. 공간에 대한 욕심을 하나씩 채워갈수록 저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자연이 그리워졌어요.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집, 딱 이 집이다 싶었습니다.”

3개 단지로 조성된 판교 윌든힐스는 핀란드 페카 헬린(1단지), 일본 야마모토 리켄(2단지), 미국 마크 맥(3단지)이 설계를 맡아 독창적인 외관과 자연적 건축 기법으로 화제가 됐다. 김 씨 가족이 살고 있는 2단지는 세대별로 161.9~238㎡까지 다양한 평수와 복층구조의 단독주택 타입이다. 따라서 층간 소음이 없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집 안 중앙에는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이어져 있으며 1층에는 중정이 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주고, 2층은 통유리를 사용해 확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매일 이 그림 같은 광경에 경탄하지는 않죠.(웃음) 하지만 문득문득 소파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배경으로 음악도 듣고, 책도 읽다 보면 그 자체가 낭만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예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들의 지저귐, 꽃들의 변화, 공기의 냄새까지도 이제는 느끼게 됐답니다.” (부인 윤미숙 씨)

복층구조가 만든 완벽한 독립 공간
3층은 아들 윤섭(29) 씨와 딸 연미(25) 씨의 공간이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오르프를 가르치고 있는 연미 씨는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친구들이 저희 집에 올 때마다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 가족 구성원마다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오롯이 쉬고 싶을 때 참 좋아요. 또 예전에는 소음 문제 때문에 집에서 악기 연주하는 데 제약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오히려 자연 속에서 음악을 하다 보니 감정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독립적인 공간이 주는 자율성 외에도 연미 씨에게 테라스하우스는 이웃과의 ‘소통’과 ‘정’을 알려준 곳이기도 하다. 독립주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옆집과 자연스럽게 테라스 정원이 이어져 있다. 여기에 1년에 꼭 2~3회 이상은 세대 내 이웃들과 모여 바비큐 파티나 칵테일 파티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여기서 살다 보니 이웃과 얘기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서로 집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죠. 서로 잘 알고, 소통하면서 지내다 보니 오히려 쓸데없는 간섭이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이웃 간의 정도 느껴져서 좋고요.”(부인 윤미숙 씨)

2, 3층 감상에 젖어 있을 쯤 이들 부부의 공간도 궁금해졌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니 위층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숨 쉬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왼쪽에는 기역(ㄱ)자 형태에 부엌이 숨겨져 있고, 오른쪽에는 식탁이 놓여 있었다. 또한 1층 벽면을 따라 장식된 각종 인테리어 소품마다 부부의 추억과 취향이 배어났다. 무엇보다 1층의 백미는 침실과 다이닝홀 사이에 통유리로 싸여 있는 미니 정원이다. 특히, 정원의 윗부분은 외부와 직접 연결돼 있어 방안에 자연정원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테라스하우스, 장단점 파악 필수
이처럼 테라스하우스에서의 삶은 이들을 더 자연에 가깝게 인도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이곳에서의 생활도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 주부인 윤 씨의 고충이 가장 먼저 들려왔다.

“실 평수는 161.9㎡이지만 집이 3층으로 돼 있어 청소하는 데 손이 많이 가죠. 게다가 계단이 높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지만 노년에는 이 집을 다 사용하기 힘들 것 같아요.”

대개 테라스하우스는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집을 짓기 때문에 비교적 높고 좁은 계단식 구조는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자녀들은 교통과 편의시설을 꼽았다. 특히, 버스로 서울과 판교를 오가는 아들 윤섭 씨의 경우, 제때 버스를 타지 못하면 긴 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또한 경사진 대지를 이용한 테라스하우스는 집 뒷면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아 통풍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김 씨는 “대개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테라스하우스 마니아들이 많다”며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생활,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층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 자연이 가득했다.

김영부 씨가 메인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인 테라스는 2층 거실과 통유리로 바로 연결돼 있으며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책을 읽거나 손님과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바닥은 데크로 마감했다.
[BIG story]마당 있는 삶…두 가족의 리얼 체험기
배현정·김수정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