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의 대화가 50통의 편지보다 훨씬 낫다.” 17세기 중반 프랑스 작가 세비녜(Marquise de Sévigné) 후작부인은 ‘피에르 리네 씨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화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차(茶)와 디저트를 즐기는 이유도 이 점과 맞닿아 있다. 한 잔의 차와 달콤한 디저트,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식탁의 격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다.
참고 문헌 <현대인의 차 생활>(최배영·장칠선·박영숙) | 도움말·사진 TWG 티 제공
[big story]‘찻잔에 담긴 대화의 미학’
바야흐로 ‘1인 가구’ 시대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인 가구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6.5%에 달해, 국민 4명 중 1명은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인 셈이다. ‘1인 식탁’ 현상은 비단 1인 가구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아이들의 바쁜 학업 일정으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현저히 줄고 있다. 가끔 식사를 함께해도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탓에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기 십상이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주중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청소년이 무려 56.5%를 차지할 만큼 식탁 위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에 반해, ‘저녁이 있는 삶’이 보편화된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과 미국 등에서는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 스웨덴 시민권자인 한국인 2세 A씨는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 8시간 근무가 보장돼 있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며 “특별한 약속을 제외하곤 저녁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과다”라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식탁은 가족 간 대화의 장소이자, 마음을 공유하는 곳이다. 특히, 식사 후 나누는 한 잔의 차와 달콤한 디저트는 맛도 맛이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다도 문화가 발달한 것도, 중국인들이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는 이유도, 영국의 애프터눈 티타임 역사가 아직까지 이어져 오는 것도 그렇다.

또한 차는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차의 효능은 암 발생 및 혈압 상승 억제, 피로회복, 감기 예방, 다이어트 및 디톡스 효과, 노화 방지 등 다양하다. 특히, 녹차의 항암효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일본 시즈오카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단, 같은 지역 내에서도 위암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이 있었는데 분석 결과 녹차와 채소의 소비량이 많은 지역에서 위암 사망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차 성분 중 카테킨이 지방 분해 효소의 작용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경우에 차를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하루 10잔 이상 차를 마시는 사람이 하루 3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평균 여섯 살 이상 젊게 장수한다는 역학조사도 보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차를 마시면 알코올과 담배 해독, 중금속 제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차의 선택과 관리
그렇다면 좋은 차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차를 선택할 때는 오래되지 않은 차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입 시 유통 기간을 확인하고 그 해에 생산된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외형적으로는 찻잎의 크기가 균일하고 부스러기가 적은 것, 잘 말아진 잎으로 된 것, 줄기가 많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 차의 수색(水色)은 카테킨이나 엽록소의 함량에 의해 결정된다. 플라본에 의한 황색이 낮고, 녹색이 짙으면 수색이 좋아진다. 녹차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이 산화가 되면 탕색이 황갈색으로 변한다. 차를 고르는 것만큼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는 고온에서 쉽게 갈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장 온도는 섭씨 0~5도로 차 전용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습도는 55~65%를 유지하되, 산화작용을 막기 위해서 진공 포장 또는 질소가스를 충전시키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차 생활의 예절
차를 더욱 품격 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다도의 기본예절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조선 초 학자 이목(李穆)이 “차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를 갖추게 한다”고 한 것처럼 차 생활의 기본은 정성스러운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의 바른 몸가짐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전통 차 예절에 따르면 차를 마실 경우, 찻잔을 왼손바닥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잡고 마신다. 차의 색과 향기, 맛을 느끼며 마시되, 세 번 혹은 네 번에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찻잔에 전해지는 온기와 도자기의 질감도 느껴보고, 차를 더 마시기 원할 때는 찻잔 받침 위에 찻잔을 내려놓고 살짝 앞으로 내어놓으면 된다.

유럽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차를 마시는 상대의 기호를 맞춰주는 것이다. 차를 권할 땐 차를 진하게 마시는지 약하게 마시는지, 또는 차와 곁들일 수 있는 설탕, 크림, 레몬 등과 같은 부재료들을 함께 준비해 상대의 입맛을 배려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차를 마실 때는 찻잔에 찻물을 가득 채우지 않고, 찻잔의 5분의 3이나 5분의 4 정도를 채우는 것이 정석이다. 마실 때는 컵의 받침과 함께 들고 마시는 것이 매너다. 차를 호로록 소리를 내면서 마신다든지 티스푼을 찻잔에 부딪쳐 달그락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세계적인 고급 홍차 브랜드 TWG 티 관계자는 “차는 와인만큼 식사의 분위기와 맛을 돋을 수 있는 음료로, 한국에서 차 문화가 커피만큼 대중성을 얻기 위해선 차를 마시는 데 있어 차에 대한 본질을 인지하고, 차 본연의 맛과 향에 대한 값어치를 추구하는 부분이 대중적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그러면 머지않아 차 또한 커피처럼 대중에게 사랑받는 일상 음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차는 차분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식사 후 차향을 음미하며 ‘슬로 라이프(slow life)’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는 것은 어떨까.
[big story]‘찻잔에 담긴 대화의 미학’

여름철 추천 홍차 & 디저트

모로칸 민트 티 Moroccan Mint Tea
녹차 베이스에 상쾌한 스피아민트가 블렌딩 된 차로 아이스로 즐기면 청량감과 함께 더위를 떨쳐낼 수 있다. 민트는 소화를 촉진하고 살균 효능이 있어 식후에 마시면 소화를 돕고 혹시 모를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화이트 하우스 티 White House Tea
백차 베이스에 딸기 향과 장미가 블렌딩 된 차로 백차는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여름에 마시면 더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장미 향이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어 더위로 인한 불쾌함을 감소시킬 수 있다.

레드 오브 아프리카 티 Red of Africa Tea
미네랄이 풍부한 루이보스 베이스에 레몬밤과 상큼한 오렌지 향이 블렌딩 돼,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준다. 특히, 아이스로 즐기면 상쾌함이 배가 되고 카페인이 없기 때문에 늦은 시간 따뜻하게 마심으로써 열대야를 이겨내고 숙면에 도움을 준다.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애프터눈 티’는 영국인의 전통적인 식사 습관으로 점심과 저녁 사이에(주로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 밀크 티와 시나몬 토스트를 먹는 것을 말한다. 식탁 문화의 화려함이 정점을 이루었던 빅토리안 시대 후반기가 되면서 차 문화는 더욱 화려해져서 3단 트레이가 등장하게 되고 티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스콘 역시 이때 등장하게 된다. 3단 트레이에 놓이는 음식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맨 아래에는 속을 든든히 해주는 샌드위치, 가운데는 스콘 등의 베이커리, 맨 위에는 달콤한 초콜릿 등으로 구성된다. 향긋한 차와 함께 즐기면 더욱 풍성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과거 100년간 영국령이었던 홍콩에서도 영국의 애프터눈티 문화가 남아 있다.

마카롱
다쿠아즈와 함께 대표적인 머랭(거품) 과자의 하나로, 속은 매끄러우면서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하다. 달콤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홍차는 물론, 쌉싸래한 커피와 함께 먹어도 좋다. 13세기경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사용되던 마카롱의 배합표가 전해지는데, 당시에는 소형 아몬드 과자를 ‘잘 된 반죽(섬세한 반죽)’이라는 뜻으로 마케로네(Macerone)라고 불렀다. 1533년 마카롱을 좋아하던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카트린느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마카롱 배합표가 프랑스로 전해졌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조리법이 까다로워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어 기포가 생기면 고운 아몬드가루를 섞어 오븐에서 굽는데, 크기는 지름 약 5cm, 무게는 85g 정도이며 동그란 모양이다. 요즘은 대개 2개의 마카롱 사이에 크림을 바르고 맞붙여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