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고독보다 자유’ 단독 비행의 균형 찾기
혼자 사는 미래를 대비하라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홀로 선다는 것은 용기와 도전의 또 다른 표현이다. 비혼(非婚), 미혼, 이혼,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싱글의 삶은 표준적 궤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싱글화(化)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면, 혼자서도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개인과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다각적 접근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서울 논현1동·역삼1동(강남구), 신림동·서림동(관악구) 대흥동·서교동(마포구)의 공통점은 2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라는 점이다. 서울시에서 일반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중이 50%가 넘은 곳은 무려 20개에 달한다(2010년 기준). 이들 지역에선 한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2015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510만 가구로, 2인 가구 수인 500만 가구를 이미 앞질렀다. 이에 반해 감소세가 뚜렷한 4인 가구 수는 350만 가구에 그쳤다. 나 혼자 사는 ‘싱글족’이 트렌드를 넘어 이제 대세다.

혼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까

싱글화는 지구촌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1인 싱글 가구의 증가는 ‘초고속’ 수준이다. 싱글족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미혼 1인 가구는 2000~2010년 동안 연평균 6.8% 증가했고, 이혼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연평균 9.8% 증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혼자가 되는 고령 싱글족은 가장 중요한 축이다.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가장 높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크게 늘었다. 전체 직업 중 전문가의 비중은 지난 2000년 전체의 15%에서 29.3%로 2배 가까이 상승했고, 사무 종사자의 비중은 15.5%에서 19.6%로 4%포인트 넘게 늘었다. 개인주의적인 삶과 성취를 중요시하며, 결혼을 선택으로 보는 독신가구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이렇게 비혼주의자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가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결혼을 통한 가족의 삶이 이상적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뿌리 깊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석좌교수이자 가족 치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데이비드 올드 박사는 저서 <커플 체크업>에서 “미혼, 이혼, 사별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싱글보다 결혼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혼자 살면서 느끼는 우울과 불안이 훨씬 적고, 사랑과 친밀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논리다. 안타깝게도 싱글은 기대수명도 더 짧다. 장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이클 로이젠 박사는 기혼 남성은 독신 남성보다 평균 10년 더 오래 살고, 같은 나이라도 기혼 남성은 신체연령이 3년 더 젊으며, 특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의 경우 4.5년이나 젊게 산다고 보고했다.

반면 “혼자서도 인생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뉴질랜드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22년에 걸쳐 대규모 추적조사를 시행한 결과, 싱글로도 커플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유형에 따라 행복에 관한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의견의 불일치와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사회 목표인 ‘회피형’의 사람은 싱글로도 커플로도 행복할 수 있으며, 친밀감을 강화하고 파트너와 함께 성장해 관계를 유지하고 접근하는 것이 사회 목표인 ‘접근형’은 혼자 사는 것보다 커플로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국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싱글 라이프’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높았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1인 가구의 일상생활과 태도 분석>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생활에 대해 63.8%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0.1%,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6.2%에 그쳤다. 다만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연령이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응답자의 66.5%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40대는 63.3%, 50대는 44.9%로 만족도가 뚝 떨어졌다. 성별에 따라서도 다소 차이가 났다. 남성(61.7%)이 여성(66%)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국내 싱글족은 혼자 살면서도 가족과의 친밀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과 가깝다’(46%)거나 ‘매우 가깝다’(20.3%)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혼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 머물고자 하는 싱글이 많다는 분석이다. 정신건강 전문의인 김진세 고려정신과의원장은 “중년 싱글들의 경우 혼자 사는 것이 라이프스타일에 맞다고 해도 노후 등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혼을 통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떠나서도 본연의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미래를 대비하라
화려한 싱글의 조건

쇼펜하우어는 평생 동안 그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8시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괴테 등의 작품을 읽었고,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플루트를 연주하고, 바깥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 2시부터 다시 독서를 시작해 4시면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했으며, 저녁에는 연극이나 음악회 구경을 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철학을 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삶은 그 자체로 현대 싱글족에게도 워너비 대상이다. 그러나 그처럼 화려하고 치열하게 사고하는 싱글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중대한 전제가 있다. 혼자 사는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저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앞서 쇼펜하우어의 삶을 소개하며, 쇼펜하우어가 독신으로 살면서 철학하는 데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충분한 물질적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의도적인 고립’은 경제적 독립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노 교수는 “가난한 사람은 혼자일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홀로 설 수 있는 계층의 하한선은 중산층이다”라고 단언한다. 경제적 하층에게는 혼자만의 환경은 오히려 삶의 위기를 의미한다는 신랄한 문제 제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50대 이후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가 보여주는 중년 싱글의 미래는 꽃길만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싱글족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에 따르면 1인 싱글 가구의 소득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저소득층, 50~150%는 중소득층, 150%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해보면, 40~50대의 경우 중소득층이 55%,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각각 21.9%와 18.5%다. 심각한 것은 중·고소득층의 비중이 60대에는 뚝 떨어진다는 것. 60대 이상 1인 싱글 가구의 경우 중·고소득층의 비중이 30.1%와 3.2%로 대폭 줄면서 저소득층은 66.7%로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50대 이전에는 안정적인 소득에 기반을 둔 중산층의 삶을 살지만, 50대 이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취약계층으로 전락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가구 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주택·복지정책이 필요하며, 고령층 1인 가구의 근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인 싱글 가구의 진정한 홀로서기는 개인의 의지나 능력뿐 아니라 사회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서울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1인 싱글 가구 10명 중 6명이 ‘경제 관련 문제’(61.4%)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답했고, 다음으로 건강(26.2%), 노후 생활(25.8%) 등의 순이었다. 일상생활의 고충으로는 1인 가구의 과반수인 51.2%가 ‘응급 상황에 대응 및 대처’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음으로 집 구하기 등 ‘주거 활동’(31.8%), ‘밥 먹기’(30.5%)를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싱글로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영위하려면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다. 사회적 유대감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혼자이면서도 어울려 사는 법에 대한 적극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싱글이 늘어나는 사회에서는 기존의 학연이나 지연으로 연결되는 연고 중심의 관계를 넘어 취미나 자기계발 등을 중심으로 모임이나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개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뿐 아니라 시민성을 키워 개인들이 사회 안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와 문화적 차이로 살펴본 싱글의 역사
혼자 사는 미래를 대비하라
고대 사회에서 독신자는 ‘사후의 자살 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고, 로마에서는 고위직에 진출할 수 없었다. 다만 학문이 발달한 그리스에선 철학자의 독신은 철학과 결혼한 것으로 간주돼 장려되기도 했다.
그리스도교 사상이 유럽을 지배한 중세시대에는 독신이 순결로 연결됐다. 대학에서는 독신이어야만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고, 오로지 주인을 섬기는 데에만 집중해야 하는 하인과 하녀들도 독신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근대사회에서 독신은 ‘악마’와 동격어로 추락했다. 책임이나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독신자는 범죄와도 쉽게 연관됐고, 독신이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니 필연적으로 악을 낳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가족과 독신의 역사에서 18세기 말은 이전 시대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한다. 산업화는 도시화를 낳았고 이는 전통적인 가족구조의 붕괴를 불러왔다. 부의 축적은 가족보다는 개인의 노동(직업)과 결부됐다.

20세기 들어 늘어난 여성의 사회 진출도 독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신 여성(노처녀)은 소극적이고 무미건조하다는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혼이 가능해지고 여성들이 직업을 갖게 되면서 독신의 지위는 회복됐다.
참고 문헌 <독신의 수난사>(이마고 펴냄)

신조어로 보는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

포미족(for me 族)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은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특징은 ‘가치소비’에 있다. 과거 고가 제품의 소비 성향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이른바 ‘보여주기’ 경향이 강했다면 포미족에게서 나타나는 가치소비 트렌드는 개인적이며 자기만족적인 성향이 강하다. 오디오, 카메라 등의 ‘취미 가전’이 주 관심 분야다.

네오싱글족(neo-single 族)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독신주의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혼자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일 때문에 결혼 시기를 놓쳐 기존의 주변 시선을 의식하던 독신자들과는 달리, 네오싱글족은 탄탄한 경제력과 디지털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독신 문화를 만끽하는 독신주의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자의식이 강해 타인에 의해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탄한 경제력으로 인해 소비 능력도 만만치 않다.

우피족(well-off older people) 경제적으로 여유를 즐기며 사는 풍요로운 노인을 말한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부유한 노인과 가난한 노인의 소득격차 확대>라는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우피족을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소득 순위가 전체의 중간인 가구의 소득)의 150% 이상인 65세 이상 가구주를 ‘우피족’으로 분류했다. 한편,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65세 가구주를 ‘푸피족(poorly-off older people)’으로 정의했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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