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인구절벽, 부동산은 끝났나?
식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 사랑

[한경 머니= 한용섭 기자]인구 감소의 초시계가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땅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상반된 2개의 시그널을 통해 부동산 투자의 내비게이션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걸까.

한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빨간 경고등이 곳곳에 켜지고 있다. 경제 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는 저서 <인구절벽>(한국판 제목 <2018 인구절벽이 온다>)에서 “소비가 가장 왕성한 45~49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8년부터 인구절벽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세계 인구의 날인 7월 11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 자료에서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12년 73.1%로 정점을 찍은 뒤 단계적으로 급감해 2060년에는 49.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감소는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는 ‘독(毒)’과 같다.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의 매력은 아무래도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구는 장기 흐름이고 하나의 변수에 불과한데 이를 가지고 종말론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오는 2035년까지 늘어날 것이고, 1인 가구 등 가구 분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구’라는 변수 하나로 ‘부동산’을 재단하는 것은 종말론적인 극단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절벽 우려는 현실일까?

‘부동산’이라는 방정식에 ‘인구’라는 변수를 넣기 전에 데이터를 다시 확인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15년 5100만 명에서 2030년 5200만 명까지 증가한 후 계속해서 감소해 2060년에는 4400만 명으로 줄어든다. 또 한국의 총인구에 대한 생산가능인구 구성비는 2012년 73.1%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2030년 63.1%, 2060년에 49.7%로 가파른 하락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이 국제 인구이동 측면에서 순유입국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2000~2004년에는 연평균 2만6000명씩 순유출이 이뤄졌는데 2010~2013년에는 전세가 역전돼 연평균 6만8000명씩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22번째 많은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지난 6월 14일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잠정)를 보면 국민순자산에서 토지자산의 증가세가 뚜렷한데 토지자산의 규모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45배까지 늘었다가 2013년 413배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2014년(418배), 2015년(422배)에는 계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개별공시지가는 지난해에 비해 전국 평균 5.08% 올랐으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또 올해 상반기(6월 누계) 지가변동률을 살펴보면 전국 땅값은 평균 1.25% 올랐는데, 전국 17개 시도의 땅값이 모두 올랐다. 전국의 땅값은 상반기만 놓고 보면 2013년(0.57%), 2014년(0.93%), 2015년(1.07%), 2016년(1.25%) 등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또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 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2~2015년)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서 거래된 빌딩을 용도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상업지역 빌딩들의 평당 가격(대지면적 기준) 상승률은 26.45%, 3종 일반주거(고층주택지, 용적률 200~300% 이하)는 19.73%, 2종 일반주거는 9.3%(중층주택지, 용적률 150~250% 이하)였다.

이처럼 인구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땅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에 대해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구 감소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장기 흐름을 단기 흐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인구가 줄고 있는데 강남의 빌딩 값이 오르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인구를 망원경으로 봐야 하는데 돋보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 재직 당시 제출한 보고서에서 “개인 수명과 경제활동 기간이 함께 늘어나면서 기존의 연령별 주택 수요 개념이 무너져, 더 이상 인구구조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향후 부동산 시장이 인구구조보다 주택 공급 물량과 금리, 현금흐름 등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과거 30~55세 연령층이 주택을 주로 구매하고, 고령층은 은퇴와 함께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식의 전형적인 패턴이 개인 수명이 늘어 경제활동 기간이나 은퇴 시기가 연장되며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수익형 부동산에 꽂힌 자산가들

인구 변화를 볼 때 함께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 바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계 국가 중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2015년 51번째에서 2060년에 2번째 수준으로 높아진다.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10년 415만3000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를 기록한 뒤 2035년에는 762만8000가구까지 치솟는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택구입가능인구(20~54세)의 감소 속에서도 가구 수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당분간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인 가구는 주택의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고, 고령화로 은퇴 시기가 연장되며 임대수익 확보에 대한 니즈가 커지며 임대주택이나 중소형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자산가들의 수익형 부동산 사랑도 같은 맥락이다.

이영진 신한은행 PWM강남대로센터 PB팀장은 “과거에도 돈 나오는 부동산이 유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투자가 엄청나게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30억~50억 원, 100억 원대 부동산 수요는 당해낼 수가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수익형 부동산의 왕좌는 현재까지 ‘꼬마 빌딩’이라고 불리는 30억~50억 원대 중소형 빌딩이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총 거래량(222건) 중 50억 원 이하 거래량 비중이 72.5%(거래 건수 161건)를 차지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4400억 원이다. 이는 50억~100억 원(27건, 2700억 원), 100억~200억 원(14건, 1900억 원), 200억 원 이상(9건, 3000억 원)과 비교해 거래량과 거래 금액 모두 앞선 것이다.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원래 자산가들이 금리에 더 민감해 한다”며 “저금리다 보니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식 세대에 상속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큰손들은 임대수익률을 가지고 수익형 부동산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초짜’라고 부르는데 관리비 내고 재산세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며 “임대료가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는 임대료가 높은 매물이 없고 최근 상황을 봤을 때 4.5%의 임대수익률이 상한선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은 장기적으로 땅값 상승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부동산 고수들의 생각이다”라고 조언했다.

실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소재 S빌딩의 경우 2010년 39억 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수익률은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물 외관에 대한 전면적인 보수공사를 한 후 현재 70억 원에 매각을 진행 중이며, 매각 차익은 26억 원(투자수익률 59.1%)에 달한다. 또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M타워는 단독주택이었던 것을 오피스빌딩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둔 사례인데 2009년 29억 원에 매입, 1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해 1월 51억 원에 매각했는데 매각 차익만 18억 원(투자수익률 54.5%)을 거뒀다.

◆‘꼬마 빌딩’, 수익률 저하에도 품귀현상

사실 자산가들의 수익형 부동산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꼬마 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빌딩의 투자수익률이 2012년 6%대에서 2015년 3.9%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시장에서 물건이 없어 못 산다고 할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대목은 한번 짚어볼 일이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중소형 빌딩의 거래 금액은 2012년 3조2300억 원, 2013년 2조7100억 원, 2014년 3조2400억 원으로 박스권에 정체돼 있다가 2015년 5조53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2분기까지 거래 금액이 2조3500억 원으로 2013년 전체 거래 규모에 육박하는 등 2015년 이후 분기별 평균 거래 규모도 꾸준히 1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중소형 빌딩은 개인투자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투자자 유형을 보면 개인이 75%(166건)로 법인(56건, 25%)을 압도하고 있는데, 개인투자자의 84.3%가 50억 원 이하에 투자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산가들은 거의 30억 원 이상 빌딩을 사려고 하는데 주로 30억~50억 원대 꼬마 빌딩을 찾고 있다”며 “최근에는 고객들이 굳이 강남권을 고집하기보다 서울의 주요 거점 지역을 관통해 황금라인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의 역세권 상가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5년 중소형 빌딩 시장의 규모가 총 거래 금액 5조 원 중반대를 넘어서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는데 금융 규제,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다양한 변수가 많아 빌딩 시장은 추후 불안한 보습을 보일 것이다”라면서도 “일반 주택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과는 달리 중소형 빌딩은 오히려 시장에서 매물 품귀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빌딩 매매 가격의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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