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핫 플레이스 '톱3', 인구절벽 이기는 법
‘인구절벽’을 이기는 기술

[한경 머니= 김수정 기자]‘광화문’, ‘연남동’, ‘한남동’. 부동산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역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단번에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세 곳 모두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곳에 열광하는 걸까. 이 수수께끼의 단초를 얻고자 핫 플레이스를 찾는 사람들의 소비내역을 통해 뜨는 상권의 숨겨진 부동산 코드를 분석해봤다.

2018년 우리나라도 인구절벽을 직면한다. 소비, 노동, 투자가 사라진다는 인구절벽 시대를 앞두고, 부동산업계도 향후 시장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물론, 암담한 전망만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투자의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부동산 투자는 현재 저금리·저성장 시대의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인구절벽 시대의 부동산 투자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사실 답은 나와 있다. 꾸준히 사람이 몰리고, 돈이 오가는 곳을 공략하는 것이다. 특히,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 시기야말로 한정된 소비량에서 더 많은 파이를 장악하는 상권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 점에서 핫 플레이스 관련 데이터 분석은 현재 사람들의 소비 취향을 파악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는 일종의 투자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 나침반으로 한경 머니는 광화문과 연남동, 한남동을 선택했다.

국내 대표 오피스 지역인 광화문과 문화예술의 중심지 홍대 상권인 연남동, 패션과 유흥의 메카 한남동은 자체적인 색채가 강한 상권으로 꼽힌다. 그것이 곧 이 상권들이 지닌 경쟁력이자 기회다.
[big story]핫 플레이스 '톱3', 인구절벽 이기는 법
◆광화문

강북권을 대표하는 오피스 상권인 광화문은 ‘핫 플레이스’라기보다 ‘스테디 플레이스’로 불려도 무방할 만큼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SK텔레콤 빅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에 따르면 광화문 상권의 350m 반경 지난 6월 기준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총 26만2233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연령대는 30~40대였다. 이는 정부기관과 대기업 등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대거 몰려 있는 광화문의 상권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시간대별 유동인구 역시 오피스 상권의 특성에 따라 점심시간이 32.96%(8만6440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퇴근 이후 시간대도 15.26%(4만26명)로 점유율이 높은 편으로 오피스 상권 색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지역 카드 소비로 본 상권의 특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와 GIS 전문 기업 오픈메이트가 최근 6개월 사이 광화문 인근 상권 내 카드매출 건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5년 12월 대비 올해 6월 광화문 인근 상가 전체 매출 건수는 110% 증가했으며 품목별로는 음식료품 소매가 852%로 가장 늘었고, 이어 의복의류(378%), 다방·커피숍·카페(127%), 제과제빵케이크(124%)로 조사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의복의류 매출의 증가다. 실제로 올해 4월 광화문 D타워에는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입점했다. 광화문에 진출한 SPA 브랜드는 유니클로가 처음이다.

통상 업무지구인 광화문에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였던 패션 브랜드까지 입점한다는 것은 이 지역이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광화문 인근 지역인 서울시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각종 집회나 대형 오픈마켓들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광화문으로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광화문의 경우, 인구절벽 시대에도 이미 탄탄하게 형성된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절대 소비인구는 줄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 직업군들이 밀집한 이 지역 1인 소비력은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광화문은 한남동, 연남동과 달리 오피스 상가 색채가 강하다”며 “그만큼 특정 품목이 이 상권 내 새롭게 부상하기보다는 주로 인근 직장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의류 등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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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홍대 상권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분기 홍대 인근 상가 임대료는 1분기 대비 연남동이 5.3%, 상수동이 6.0%, 합정동이 11.1%로 모두 상승했다. 이 중 연남동은 홍대 상권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상수·합정의 후발주자로 그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경의선 기찻길이 공원으로 조성된 연남동 일대는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연남동을 찾은 유동인구는 5만여 명으로, 그중 20대 여성(14.3%)과 30대 남성(13.2%)의 비율이 특히 높았다. 연남동에 이처럼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몰려오는 데에는 주로 10대와 20대로 이뤄진 홍대 상권과 비교해 번잡함이 덜할뿐더러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소비로 본 연남동의 상권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6개월 사이 연남동 인근 상권 내 전체 카드매출 건수는 121% 증가했으며 품목별로는 가정·주방·인테리어 부분이 192%로 가장 많았고, 양식(155%), 의복의류(149%), 다방·커피숍·카페(145%) 순으로 나타났다. 연남동 역시 주로 음식업계 품목이 기본적으로 높았으며 다른 핫 플레이스와 차이점이 있다면 가정·주방·인테리어 매출이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이 주변에 1인 가구 등 새로운 세대주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워낙 색채가 강한 홍대 상권인 만큼 당분간 연남동, 상수·합정은 물론, 망원동, 성산동까지 그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연남동의 잠재 가치는 여전히 높다”면서도 “다만, 연남동만큼 향후 홍대 상권 관련 망원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망원역은 2·6호선 환승 역세권인 합정역과 이어지는 6호선 라인일 뿐 아니라 망원시장이라는 지역적 감수성이 더해지고, 이 주변으로 점차 카페와 화장품 등 리테일숍과 개인 브랜드의 소규모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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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서울의 국제도시인 한남동 상권은 꼼데가르송길, 이태원역, 경리단길, 한남오거리로 요약된다. 이 중 중심축을 맡고 있는 지역은 역시 이태원이다. 해밀튼호텔을 중심으로 구두, 의류, 가방 등을 파는 쇼핑 상가와 각종 음식점, 유흥오락시설 등 2000여 개의 상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한남동 골목골목마다 상권이 확장되고 있다.

카드 소비 데이터를 통해 본 한남동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한남동 내 비씨카드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 인근 상가의 전체 카드매출 건수는 지난해 12월보다 올해 6월 113%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의복의류가 174%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비슷한 품목인 가방·신발·액세서리가 160%로 증가했으며 다방·커피숍·카페(149%), 닭·오리요리(135%) 순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이 지역을 중심으로 ‘패션’ 관련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한남동의 골목 상권 소자본으로 독자적인 실험을 펼칠 수 있는 무대로도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신상권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나 홍보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골목길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것.

선종필 대표는 “요즘에는 골목길에 특색 있는 가게가 서너 개만 모여도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상권이 생겨나 성장하고 완성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면서 “다만, 탄탄한 전통 상권에 비해 거품도 많고, 쉽게 유행을 탈 수도 있기 때문에 인근 상권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 자료 제공 오픈메이트·비씨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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