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지옥철’ 9호선의 역설, 유동인구 파워 지속될까
[한경 머니= 김수정 기자] 혹자는 지금 9호선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인근 부동산 투자도 이미 개통 전에 ‘상황 종료’된 것 아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9호선은 여전히 ‘황금라인’이자 주요 투자 키워드로 꼽힌다. 그만큼 9호선 인근 지역마다 사람이 몰리고,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18년 인구절벽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결국 한정된 경제파이를 더 많이 선점하는 지역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는 9호선을 다시 톺아보기로 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IT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현지(가명, 32) 씨는 최근 몇 년 새 퇴근 후 동선이 바뀌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살고 있는 이 씨는 과거 저녁모임 장소로 종로나 압구정을 택했지만 9호선이 활성화되면서 신논현역이나 봉은사역 근처로 약속 장소를 옮겼기 때문이다.

지하철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인 만큼 강남권은 물론, 여의도나 강서 지역, 김포 지역에 살고 있는 이 씨의 거래처 직원들이나 친구들의 강남 접근이 용이하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9호선 2단계 노선까지 개통돼 삼성동, 역삼동, 논현동 접근이 더 편해졌다”면서 “최근에는 꼭 코엑스 주변인 봉은사역 외에 언주역이나 선정릉역 주변에서도 만남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사례처럼 지난해 3월 개통된 9호선 2단계 라인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 상권이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남의 최중심인 삼성동과 논현동을 관통하는 이 노선 인근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평균 4만8679명이었던 9호선 2단계 이용자 수는 올해 같은 기간 6만4579명으로 약 133%가량 증가했다. 각 역별로는 언주역이 6148명에서 7279명으로, 선정릉역이 1만5899명에서 2만1090명으로, 삼성중앙역이 3800명에서 4503명으로, 봉은사역이 7972명에서 1만2773명으로, 종합운동장역이 1만4860명에서 1만8934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이는 카드 소비내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와 GIS 전문 기업 오픈메이트가 9호선 2단계 구간인 봉은사역, 삼성중앙역, 선정릉역, 언주역 주변 400m 인근의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네 지역 모두 카드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앙역 주변의 경우 9호선 개통 전인 2014년 12월보다 2015년 6월 매출이 25%나 상승했다. 언주역 주변은 16% 올랐고, 봉은사역과 선정릉역 주변도 각각 7%, 17% 상승했다.

업종별 카드 매출 건수 추이에서도 해당 네 지역 근처 모두 한식, 분식, 일식 등 음식업계 매출은 꾸준히 오른 반면, 일반 소매품이나 사진, 인터넷 등의 품목은 하락세를 보였다. 한식의 경우, 9호선

2단계 개통 전인 2014년 6월에 비해 봉은사역은 올해 같은 기간 매출 건수가 31% 증가했고, 삼성중앙역은 10%, 선정릉역은 97%, 언주역은 46%로 수직 상승했다. 카페나 일식점들도 대개 10% 이상의 매출 상승 추이를 보였다.

주변 상권이 살아나면서 역 주변 상가 임대료도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상가수익률은 매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구는 2013년 3.3%였던 상가수익률이 이듬해 3.8%에서 2015년 4.4%, 2016년 4.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초구 역시 2013년 2.6%에서 매해 3.0%, 2.8%, 3.0%로 유지되고 있다.

상가 임대수익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9호선을 관통하는 강남구, 강동구, 강서구, 서초구, 송파구, 영등포구 모두 상가 임대수익률이 올랐으며 상대적으로 업무 지역이 발달한 강남 3구와 영등포구의 경우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호선 2단계 개통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에는 워낙 해당 지역이 원래부터 상권이 강한 곳”이라면서도 “다만, 계속해서 음식점 매출이 늘었다는 건, 그 지역에서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며, 9호선 2단계 개통으로 가깝게는 여의도는 물론, 판교, 김포까지 이 노선을 통해 강남으로 유입되기 쉬워져 이곳에서 만나 식사도 하고, 모임을 갖기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도 “강남권 상가 소비는 계속해서 늘 것”이라며 “소비, 생산이 줄어드는 인구절벽 시대에 결국 남은 파이 중 가장 큰 파이는 강남권에 머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몰리는 강남에 수익형 부동산은 앞으로도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ig story]‘지옥철’ 9호선의 역설, 유동인구 파워 지속될까
◆9호선 노선별 부동산 지형 달라

비단, 9호선이 부동산업계에서 ‘골든라인’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강남권의 수익형 부동산뿐만은 아니다. 지하철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서울 강서구-영등포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를 잇는다. 개화~신논현 27㎞를 잇는 1단계 구간은 지난 2009년 7월에 개통됐다. 1단계 구간은 정거장 25곳, 환승역 6곳, 차량기지 1곳을 갖추고 있다.

25개 역 가운데 ▲김포공항역(5호선) ▲당산역(2호선) ▲여의도역(5호선) ▲노량진역(1호선) ▲동작역(4호선) ▲고속터미널역(3·7호선)에서는 다른 노선의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개통한 2단계 구간(4.5km)은 언주·선정릉(분당선)·삼성중앙·봉은사·종합운동장(2호선)역 등 총 5개 역사가 신설됐고, 2곳은 환승역으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오는 2018년에는 3단계 구간인 종합운동장역~보훈병원역 노선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9호선은 6·8호선 등을 제외한 시내 대부분의 노선과 연결되고 전 구간 급행노선을 운영하는 유일한 서울 시내 노선인 만큼 강남권에 비해 비교적 주택 전셋값이 저렴한 김포나 강서구, 영등포구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출퇴근과 통행 길을 책임지고 있다. 즉, 사람들이 일을 하거나 여가, 모임 등을 갖기 위해 강남으로 향한다면, 주거는 9호선 노선을 따라 김포나 강서구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권을 제외한 9호선 이용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단계 주요 역인 김포공항역은 지난해 1일 평균 이용자 2만799명에서 올해 7월에는 2만2245명으로 늘었고, 당산역은 4만7878명→4만7950명, 노량진역은 3만5115명→6만752명, 동작역은 2만630명→1만9953명으로 증가하는 등 9호선 내 비강남권 지역들 역시 유입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9호선 노선 내 비강남권 지역들의 경우,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대개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택 관련 부동산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9호선의 시작점인 김포 지역이다. 김포의 경우, 오는 2018년 김포도시철도 구래역이 개통되면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환승역인 김포공항역까지 20분대에 진입이 가능하다.

강서구 마곡지구까지 30분 거리로 김포공항역 이용 시 서울 도심 및 강남권역으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해 신혼부부를 포함한 젊은 수요층들이 서울 근교로 유입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김포시의 총 인구수는 2010년 23만8339명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35만6196명으로 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주민등록 세대수 역시 올해 4월 13만4386세대에서 매달 13만4929세대, 13만5279세대에 이어 지난 7월 13만6367세대로 늘어났다.

이는 서울의 심화된 전세난으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수요자들이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주거 편의성이 높은 데다 다양한 개발 호재까지 있는 서울 근교 지역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화동에 살고 있는 30대 주부 김미연(가명) 씨는 “남편이 9호선을 통해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2018년 구래역이 완공되면 인근 집값이 뛸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미, 구래동 근처 힐스테이트나 e편한세상에 살고 있는 지인들의 경우, 최근 6개월 새 2000만~3000만 원 이상 집값이 상승했다고 한다. 다들 구래역이 생기면 1억 원 이상은 오른다는 기대심리에 지금 김포 지역 지하철 역세권 지역에서는 집을 팔 때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라고 말했다.
[big story]‘지옥철’ 9호선의 역설, 유동인구 파워 지속될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통상, 지하철 개통에 따른 투자는 이미 개통 전 다 끝나기 마련”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국내 인구 파이가 한정되고, 소비도 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해진 파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가 결국 안전한 부동산 투자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9호선 2단계나 3, 4단계 확장은 그만큼 강남권에 소비를 몰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아울러 서울의 심화된 전세난 등 주거 장벽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김포나 강서 지역에서는 9호선과 관련 주거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강남구보다 강서구가 지난해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부동산 114에 따르면 9호선 2단계 개통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강서구 가양동·염창동 등이 강남구 삼성동 등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교통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져 있는 반면 강서구는 9호선 연장 개통으로 서울 강북은 물론 강남까지 접근성이 한결 개선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 3월 9호선 2단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개통 전후로 10% 이상 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12월 3.3㎡당 1279만 원에서 올 6월 초 기준 1430만 원으로 1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재건축에 따른 가격 탄력을 받았음에도 강서구보다 적은 10.8%(2946만 원→3329만 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별로는 그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9호선 가양역과 양천향교역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강서구 가양동은 이 기간 11.4%(1232만 원→1390만 원) 올랐지만 선정릉역, 봉은사역 역세권인 강남구 삼성동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5.5%(2978만 원→3154만 원)의 변동률을 보였다.

이처럼 강서구의 두드러진 오름세는 기존 9호선을 이용해 삼성동, 잠실동 등 강남 업무지구로 이동하기가 용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봉은사역의 경우, 오는 2021년까지 지하철 2호선 삼성역~9호선 봉은사역 구간이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돼 현대차GBC와 잠실 마이스(MICE)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대규모 지하공간을 구축할 예정인 만큼 투자 문의가 이어지는 등 9호선에 대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 자료 제공 오픈메이트·비씨카드·부동산114·리얼티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