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혼’을 꿈꾼다
[big story]

[한경 머니 =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이제야말로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즐기며, 알콩달콩 다시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 갈 ‘다시 신혼’의 기회가 다가온다. 게다가 자식을 키워내는 인생의 큰 과업을 마쳤으니, 이제는 두 사람이 인생의 후반전을 서로
돌보고 아끼며, 그야말로 행복하고 재밌게 보내는 것이 삶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다시 신혼처럼 재미있고, 깨소금 냄새가 나게 살아볼 것인가?

“우리 부부는 각 방을 쓴 지 벌써 5년이 넘어가요. 게다가 주말부부라 일주일 만에 만나니 요새는 아주 서먹하죠. 남편이 없는 시간이 오히려 편하고 자유스러워 좋아요. 큰일이죠?”
“아내랑 오늘은 사랑을 나눠야지 하고 마음먹고 들어가도 매번 그만두게 돼요. 시도도 안 해보는 거죠. 흥분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영 어색해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 아이들을 성인으로 길러내며 수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마치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고민을 중년들에게서 많이 듣는다. 어색해지게 된 이유는 놀랍게도 이제 부부만 남았거나, 부부끼리만 보내야 할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서다. 그래서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혼자 있는 듯이 각자의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내도 말 한 마디 하기가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서로에 대한 신비감과 열정을 가지고 미래에 대해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신혼보다 다시 친해지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 이때쯤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서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기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은 젊었을 때의 사람이고, 지금은 잘 모르는 사람이 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참 당황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했지만 사실은 사랑도 사람도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다 안다. 특히 대화를 자주 해서 서로의 진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세월이 지나면서 함께 겪는 시련과 일상사 속에 서로 각자 변하기 때문에 결혼 20년이 넘어서 만나는 그 사람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기 십상이다. 오히려 자주 만나던 직장 동료만큼의 공감도 어려워진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고, 이제는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어색하고 심지어 귀찮기도 한데 또 무슨 노력을 하라고…? 하지만 아시다시피 인생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1. 배우자는 언제나 최우선 순위
부부는 작은 불씨만 남아 있어도 불이 붙는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더 달콤하고 뜨거운 신혼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떤 부부는 자면서 코를 너무 곯아 시끄러워 함께 잘 수 없어서, 각 방을 쓴다고 말한다. 각 방을 쓰니 둘 다 더 편해졌다고, 싸울 일도 적어졌다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각방을 쓰게 되면 서로에 대해 점점 더 무심해진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함께 방을 쓰고 부부생활도 열심히 하는 부부는 서로의 감정에 민감하다. 간밤에 아팠는지, 요즘 힘들어하는지, 우울한지, 기분이 좋은지에 대해 더 예민하다는 것이다. 부부간에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각방을 쓰는 것이다.

서로를 각별히 생각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코를 골고 잔다는 건 내 옆에서 그만큼 긴장을 풀고 안전함을 느끼기에 푹 잔다는 뜻이니 고맙다.” 바로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부부는 서로 가정을 위해 자신의 온 인생을 걸고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러니 서로의 노고에 대해 고마움을 애써 표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남이 내게 베푼 작은 친절에는 고마워하고 어떻게 되갚을 건지 고민하면서, 정작 나의 배우자가 매일 같이 항상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해 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시하고, 심지어 그 일을 제대로 안 해준다고 성질을 부린다. 무엇보다 앞으로 내 인생의 모든 일에 내 배우자를 우선순위로 놓는다고 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자들은 어쩌면 그동안 내가 너무 아내에게 무관심하게 살아 이제 노력해도 아내가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기 바란다. 여자들은 아주 현실적인 존재들이라 지금부터 살뜰하게 보살피고 잘 하면 대개 그 마음이 돌아서게 돼 있다. 잘 한다는 것은 행동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관건이다. ‘내가 저 사람을 위해 좀 더 움직임으로써, 마음을 씀으로써 저 사람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면’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이것은 가사 분담의 원칙이기도 한데, 아내가 쉴 시간을 더 늘려주고, 함께 앉아 이야기할 시간을 만들려면 남편이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례로 요즘 은퇴를 앞둔 남편들이 요리를 배우는 것은 참 좋은 시도다. 부엌에서 ‘칼권’을 잡는 것이 얼마나 큰 권한을 갖고, 힘을 갖는 것인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특히 ‘내 밥을 내가 책임진다’는 자신감은 자립의 기본 아닌가?

중년이 되면서 남자는 좀 더 가정적(?)이 되고, 여자는 좀 더 외향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지는 남자에 비해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쉬워지고, 모임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노년의 행복한 부부생활은 이런 ‘따로 또 같이’가 잘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선생님께서는 은퇴 후 시작한 것이 ‘아내의 토요일 점심을 직접 준비하는 것’이었다. 평생을 교단에 서고, 사회에서 많은 일을 해 온 분이라 손수 식사를 마련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둔다고 할까 마음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점점 아내가 자신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하고 감사를 나타내는 통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우리나라에 라면 종류가 그렇게 많다”면서 고마워하던 분이 이제는 일주일에 여러 번 식사 준비를 도맡으신다고 한다. 할 줄 아는 파스타가 한둘이 아니라고 자랑까지 하신다. 두 분의 금슬이 더욱 좋아진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아내가 외출한다 해도 “내 점심은?” 하고 눈치 보며 물어볼 일이 없어져서 더 즐겁다고 하신다.

이렇게 요리뿐 아니라 청소를 잘하면 청소를 특화하고, 빨래를 잘하면 빨래하기를 도맡는 것, 일상에서 자신이 잘하는 일을 만드는 것은 아내의 일을 나눌 뿐 아니라 아내와 좋은 관계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집안일을 함께 하면 웃음이 있는 달콤한 신혼이 찾아온다.

2. 사랑을 되살리는 ‘일상의 로맨스’
우리는 로맨스라 하면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로맨스가 사랑을 되살린다. 그 로맨스는 역시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것’에서 시작하며, 지금 사랑을 표현하는 로맨스는 훗날 더 나이 들었을 때 꺼내볼 행복한 추억이 된다.

요즘 같은 가을날, 아내와 함께 처음 만난 데이트 장소. 젊었을 때 자주 가던 찻집이나 레스토랑, 공원 등을 찾아가보자, 그곳에 가면 금세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있다. 마주 앉아 젊은 날 자주 마시던 차를 주문해 마시다 보면, 놀랍게도 주름진 아내의 얼굴이 그 옛날 잘도 웃고, 배시시 부끄러워하던 아가씨로, 남편은 호탕하고 한편 수줍어하던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또 어떤 기념일도 아닌 평범한 날에 장미 한 송이를 사서(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면 더욱 좋겠다) 아내에게 안겨주는 일, 아내가 좋아하는 군밤을 사서 식기 전에 가슴에 품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손잡고 동네를 산책하는 일, 추운 겨울날 외출에서 아내의 차가운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같이 넣고 걸어오는 일,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맥주 한 잔 등이 잔잔한 로맨스다.

결국 일상의 로맨스를 만드는 것은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들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로맨스가 두 사람을 이끌어 다시 사랑의 샘에 퐁당 빠뜨려줄 것이다. 처음 시작이 어색하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로맨스의 진도는 신나게 나갈 것이다.
‘다시 신혼’을 꿈꾼다
3. 함께 자주 여행 떠나기
늘 익숙한 공간이 아니라 낯선 곳에 가면 서로가 더욱 각별해진다. 그리고 설렘 때문인지 애정표현도 훨씬 쉬워진다.

실제로 얼마 전 터키 이스탄불로 여행을 가는데 부부 여행단과 한 비행기를 타게 됐다. 첫 비행에서 그 부부들은 별로 말도 안 하고, 기내식도 따로 주문하는 등 조용했다. 우연하게도 돌아오는 길도 그들과 같은 비행기였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서로 담요도 덮어주고, 기내식도 서로 다른 것을 주문해서 나누어 먹고, 비빔밥을 서로 비벼주고 하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돌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아마도 여행 중 다른 부부와 비교도 하고 경쟁이 돼서인가 더 다정해지고, 서로 익숙하게 돌보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여행지에서의 낭만적인 밤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낯선 멋진 여행지를 함께 다니고, 함께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는 중에 서로는 더욱 가까워진다.70세가 넘어 해외 배낭여행을 자주 다니는 노부부도 있고, 가격이 싼 크루즈 여행을 검색해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분들도 있다. 관건은 노력인 것이다.

4. 스킨십 자주 하기
‘스킨십’이라고 하면 ‘아이구 이제 와서?’라고 질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정하게 누가 나를 만지는 것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위안이 된다. 누가 마음이 힘들어할 때 우리는 어깨도 감싸 안고,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등도 토닥여주는 게 그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간에도 일상생활 중에 잔잔한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것이 부부관계에 도움이 된다. 설거지 할 때 뒤에서 안아보기도 하고, TV 볼 때도 기대어보고, 안마도 해주고, 산책하면서 손을 잡고 걷기도 하는 잔잔한 스킨십은 관계를 친밀하게 한다.

5. 규칙적인 섹스하기
우리 몸의 어떤 다른 기능과도 같이 성기능도 계속 사용하고 잘 관리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면 남자는 음경, 고환, 전립선등의 성 기관과 발기 및 사정 기능이 건강하게 유지되며, 여자로서도 자궁과 질의 기능이 잘 유지된다. 남자에게 발기는 아주 중요해서 발기가 된다는 것은 성기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고, 산소 공급이 이루어져 기관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에게도 규칙적이고 행복한 섹스는 자궁 및 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폐경이 된 여자도 규칙적인 섹스를 하는 경우는 질의 퇴화나 윤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섹스를 계속한다는 것은 부부의 친밀감과 결속감을 강화시킨다. 중년 이후의 규칙적인 섹스는 삶의 활력을 주며, 실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사랑은 복리적금과 같다. 다정하게 말을 걸고 대답하는 것, 상대를 아끼고,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마음을 그렇게 먹는 것, 사랑을 열렬히 표현하는 것, 사랑하고 돌볼 상대가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음이 결국 행동으로 드러나고 우리의 인생이 된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다. 인생 2막이 시작되고 그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다시 신혼을 맞은 당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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