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리적 나이를 잊고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열정으로 노년을 준비하는 중년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으레 나이 오십만 넘으면 스스로 이룰 만큼 다 이룬 것이라 생각하거나, 대가인 척 하면서 젊은이들에게 거들먹거리며 ‘노땅’으로 취급받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아무리 100세 시대라도 60세를 앞둔 4050 중년들에게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두렵기 마련일 터. 행복한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기 위해 중년들이 갖춰야 할 마음 자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7가지 마음 자세
중년에게 노년은 풀지 않은 선물이자,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다. 그만큼 어떻게 노년을 대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것이다. 무엇보다 60대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은퇴에 직면하기 때문에 신체적, 경제적, 물리적 대비가 필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다. 제아무리 쌓아 놓은 부와 명성이 높다 한들 심적, 정신적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자칫 상대적 열등감, 소외감, 패배감마저 느끼기 십상이다. 행복한 60대를 맞이하기 위해 필자는 이 시대 중년들에게 필요한 7가지 내적 수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많은 것을 쌓고 이루는 중년기와 달리 노년은 ‘나눔’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다. 그동안 살면서 알게 모르게 성취했던 많은 업적과 자산들을 후학, 자녀, 후배들에게 아주 나누어 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청소년과 어른이 다른 점은 나눔과 책임감이다. 특히 노년으로 접어들면 후학, 자녀, 후배 등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것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공동체가 보다 풍성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이르러서는 나보다 더 오래 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소유를 나누어주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정리해 물려주기도 하고,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후학들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연구 자료와 업적들을 전달해줄 것이다.

정치인이나 경제인들 역시 자신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면서, 평생 일군 자신의 업적들이 계속 계승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이상과 달리 죽음을 앞두고도 끝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려 하지 않아 결국 고립돼 말년을 매우 쓸쓸하게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째 과제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법칙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죽을 때까지 팔팔하게 젊은이 못지않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하는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이와 죽음 앞에서 언제까지나 승자일 수는 없다. 속도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운이 나빠 암이나 다른 불치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죽음으로 빨리 치닫는 일이 꼭 나를 비켜 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고를 당해 심각한 장애를 입는 것 역시 꼭 나만 예외여야 할 이유는 없다. 아프지만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어른다운 일이다. 장애와 질병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꼭 용감한 것은 아니다.

이분법적 세계관 버려야

셋째는 지적인 한계나 업무 역량의 부족 등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겸손한 태도를 지니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어서 실패하더라도 크게 자존감에 손상을 보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50이 넘으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실패를 만회하는 것에 여러 가지 암초들이 등장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때 꿈꾸었던 원대한 희망이 죽기 전에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뭇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보다 많은 것을 성취한 주변을 부러운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상황, 또 자기보다 많은 것을 갖고 누리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열등감, 소외감, 패배감 같은 것을 잘 다스려야 한다.

시어머니의 심술, 기업가, 정치인, 소비자 등 다양한 연장자들의 이른바 갑질 속에 들어 있는 무의식적 역동에는 자신보다 젊고 능력 있는 대상들에 대한 열패감이 숨어 있다. 나이 들수록 성취와 관련된 좌절감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억지를 부리기 쉽다. 서로 비교하고 우월과 열등함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는 태도를 하루빨리 버리지 않으면 노년에 들어서도 깊은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나’에 대한 집착 버리고, 타인에게 관심을

넷째, 중년까지 살며 지니고 있었던 자아 콤플렉스(ego complex)를 버려야 한다.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 콤플렉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자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자아의 의식적 만족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 태도를 말한다.

예컨대, 자아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은 ‘나는 이런 직함을 가졌다’, ‘나는 이런 학벌의 사람이다’, ‘나의 외모는 이렇게 훌륭하다’, ‘나는 어떤 집안의 사람이다’, ‘내 재산은 이렇게 많다’, ‘나는 이런 취미와 특기를 가졌다’ 하는 식으로 모든 것을 다 ‘나’와 관련시키고, 주변이 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기승전나’인 사람들이다. 사람들과 담소를 할 때도 상대방에게 관심은 없고, ‘나는 이랬어’, ‘나는 저랬어’ 하는 식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자아 콤플렉스는 50이 넘으면서부터 이런 저런 위기를 겪게 된다. 결국 그렇게 잘난 ‘나’를 가진 이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처럼 잘난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른 이들에 대해 사랑과 배려를 하기 시작하면 자아 콤플렉스는 거짓말같이 치유될 수 있다.

예컨대 담소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렇고 저렇고 하는 식의 대화를 끊고 상대방의 일상과 관심사에 관심을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행복한 만남의 자리가 될 수 있다. 모임에서 파티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성취 등을 지켜보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도 큰 기쁨이다.

다섯째로는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기 쉬운 유머와 여유를 잘 보존하려 애써야 한다. 흔히 노년이 되면 행동과 인지 기능이 느려지기 때문에 훨씬 덜 급해질 것 같이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도 몸도 급해지고 빡빡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노인들이 ‘욱’ 하며 화를 내서 문제를 일으키는 배경에는 몸 따로 마음 따로 생활하면서 겪는 답답함, 좌절감이 있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니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서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이 다그치고 초조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정신적인 능력이 점점 더 사위어 가니, 고도의 정신 활동이 필요한 유머감각을 잃게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웃는데, 자기는 왜 웃는지 모른다면 가벼운 정도의 치매를 일단 의심해볼 수도 있다. 또 그만큼 마음이 각박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른바 아재 개그든, 유치한 만담이든, 될 수 있는 대로 유머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하나씩 웃을 거리를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울러 건강 문제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생기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외부 활동이 힘들어져도 가능한 사람과의 관계를 잘 지속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가졌던 모임이 돈 문제로 어그러지거나, 더 이상 거짓된 모임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으로 모든 사회생활을 그만두기도 하는데, 자칫 완전한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의 모임이 싫다면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노인들이 봉사, 동호인 단체 등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도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바람직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끊임없이 배우고, 시행착오 겪어야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한계와 아쉬운 순간들이 물론 많겠지만, 노년을 앞둔 중년의 가장 큰 과제는 ‘배움’이다. 흔히 배움을 책이나 강연을 통한 지적인 학습과 혼동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배움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오늘에 대한 감동이다.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7가지 마음 자세
어제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들의 생김새에 감탄했다면, 그날은 그 꽃들에 대해 배운 날이다. 손주가 새로운 말을 배워서 할머니 앞에 써 먹으려 할 때, 그 단어가 갖고 있는 함의를 새롭게 깨달았다면, 그날은 손주를 통해 기쁘게 배운 날이다.

수십 년 동안 멸치를 넣고 끓여 먹던 된장찌개에 차돌박이를 넣었더니 맛이 매우 훌륭했다면, 그날은 요리법을 새로 배운 날이다.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하는 법을 따라하고 있다면, 그날은 그 노래를 새로 배운 날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무언가를 배워 간다면 매일이 새롭고 즐거운 날이 아닐까.

죽는 그날까지 아픔을 배울 수 있고, 병원 생활을 배울 수 있고, 진통제 맞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의사와 간호사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마지막 순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

[big story]세 번째 스무 살의 꽃비

- 세 번째 스무 살, 새로운 꿈을 그리다

- 마음,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는 7가지 마음 자세

- 사랑1, '다시 신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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