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남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사

최근 사전증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물가 상승에 따른 상속·증여세 부담의 증가와 사후 분쟁의 예방 차원에서 사전증여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배남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사는 “사전증여를 실행할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노후 생활과 자녀의 자립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상속·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슬기로운 증여세 전략이 필요하다”며 상속·증여 관련 절세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Special]“증여, 되도록 빨리 저평가 자산부터”
강원도에 사는 60대 자산가 김 모 씨는 소유한 50억 원대 빌딩을 곧 자식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사망 이후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미리 아들에게 넘겨주고 증여세를 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와 주변 지인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마음을 굳힌 것이다.
최근 김 씨처럼 자산가들이 상속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국세청이 걷는 증여세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7월 발간한 ‘2016년 1차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1896억 원(피상속인 5452명), 증여세 신고세액은 2조3628억 원(신고 인원 9만8045명)으로 나란히 2조 원대를 넘어섰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이 전년에 비해 13.7% 늘어나 2014년보다 신고세액이 5368억 원(32.5%) 증가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증여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그만큼 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절세를 위한 슬기로운 증여세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증여를 할 경우, 증여세의 계산 구조를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절세 방법을 살필 필요가 있다. 비과세가 되는 증여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증여 시 채무를 이용한 부담부증여를 활용할 것인지, 동일인에게 증여받는 경우 10년 단위 합산 규정을 이용해 수차례 분산을 통한 증여 등과 함께 거주자에게 적용되는 증여재산공제(배우자 6억 원, 직계존비속 5000만 원, 기타 친족 1000만 원)를 이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Special]“증여, 되도록 빨리 저평가 자산부터”
또한 매년 개정되는 증여세법의 변경 내용도 잘 챙겨야 한다. 올해에는 증여재산공제 금액의 상승(직계존속이 비속으로부터 받는 경우 종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기타 친족의 경우 종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승), 특수관계 주주 간 차등배당 증여세 과세, 미성년자에 대한 세대생략 할증률 상향 조정(수증자가 미성년자로서 상속·증여재산가액 20억 원을 초과해 받은 경우는 40%), 비거주자에 대한 증여세 연대납세의무 통지의무 부여, 물납대상에서 증여세가 폐지 등의 내용이 변경됐다.

따라서 세법 개정안의 발표 때부터 유심히 개정 내용을 살펴서 유·불리를 따져보고 증여 시기를 결정하는 등 증여 관련 세법의 변경 사항을 잘 숙지해 증여세를 절세하거나 불필요한 증여세의 추가 부담 및 가산세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능한 많은 자에게 증여
또한 증여를 할 때 얼마로 평가가 될 것인지 증여재산을 평가하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증여재산은 증여일 현재 시가에 따르되, 시가를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 방법을 적용하게 된다. 이 원칙만 잘 이용한다면 증여세를 절세할 수도 있다. 가령, 시가가 100% 반영되는 현금에 비해 시가를 반영하기 어려운 상가, 단독주택, 토지 등 저평가된 부동산이나 저평가된 주식 또는 평가 방법상 유리한 금융상품을 활용해 저평가된 재산을 증여할 경우 절세가 가능하다.

이 내용을 요약하면 증여 시에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가능한 빨리 증여하라는 것이다. 물가나 과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 속에서는 빨리 증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증여를 하고 10년이 경과한 후에는 상속재산에서 합산되지 않으므로 가능한 빠른 사전증여는 상속·증여세 절세의 기본이자 핵심적인 전략이다.

둘째,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 증여세의 경우 증여를 받는 수증자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므로, 자녀 1명에게 증여를 하기보다는 자녀의 배우자인 며느리와 사위, 손주 등을 이용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증여를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평가된 재산을 증여할 것을 권고한다. 증여를 할 때 증여하는 재산의 종류에 따라 평가 방법은 다양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재산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Special]“증여, 되도록 빨리 저평가 자산부터”
이 밖에도 증여를 고려할 시 세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여자와 수증자 모두의 행복을 고려한 다음에 증여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이를 감안하지 않고, 증여를 할 경우 증여 후에 자신과 배우자의 경제적 안정성이 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 절세도 중요하지만, 증여를 하는 부모가 증여한 후에도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이를 감안한 슬기로운 증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증여계약서에 조건을 넣은 조건부증여를 통해 재산 이전과 이후 자녀의 변심으로 인한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하면서도, 증여자인 부모의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거나, 소득원은 남겨 두고 재산을 증여하는 등 증여할 물건을 잘 선택해 증여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고 슬기로운 증여 플랜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배남수 세무사는…
우리은행 WM자문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Tax자문본부 소속 세무사다. 금융연수원, 국세청, 서울시교육연수원,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세무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PB들만이 알고 있는 세테크 & 부동산 재테크>, <재테크 함정에 빠지지 마라> 등이 있다.

정리 김수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