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롱스테이 사업 ‘니세코’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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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스테이의 경제학
[한경 머니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롱스테이를 관광 산업의 일환으로 육성해 외국인 이주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끈 일본 사례를 통해 미래 산업으로서 롱스테이의 경제적 가능성을 짚어본다.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에 2400만 명을 돌파해 우리나라를 능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데, 관광 진흥은 아베노믹스의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사실 일본은 원래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 수요에 기초해 각 지역의 관광 인프라가 꾸준히 개발돼 왔으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을 본격화함으로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롱스테이 관광지인 홋카이도의 니세코는 호주 사람이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니세코를 글로벌한 롱스테이형 리조트 관광지로 발전시킨 사례로 주목된다.

일본의 북단에 있는 홋카이도는 대자연이라는 우수한 관광자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니세코 지역은 홋카이도에서도 대표적인 스키장이면서 온천 지역이기도 하고 연어들이 서식하는 아주 맑은 하천, 등산 코스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오래전부터 니세코는 관광지로서 개발됐으며, 특히 1990년대에는 일본의 스키 붐을 타고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점차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영향이 본격화되고 인구 감소의 충격도 나타나면서 니세코 지구도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폐업하는 관광 시설이 속출하고 위기를 겪게 됐다. 이러한 위기를 구하는 계기가 된 것은 호주 사람이었다. 니세코에서 내리는 눈이 아주 추운 온도로 좋은 결정체가 됨으로써 수분이 적고 파우더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옷에 묻어도 털기만 하면 수분이 부착하지 않는다. 스키장에도 부드러운 눈이 쌓여 신체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으로 전해져 외국인들의 방문이 확대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투숙자용 콘도를 호주 사람들이 직접 개발하면서 아예 니세코에 이주하는 외국인도 나타나고 인터내셔널 스쿨이 설립되는 한편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의 간판도 외국어로 변해 갔다.

니세코 마을의 경우 2010~2035년 동안에 인구수가 약 17%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같은 기간에 일본의 총인구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경이적인 수치다. 이주한 외국인들이 자녀를 출산하면서 외국인에 의한 지역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있다.

호주 사람을 비롯한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관광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10일 이상 숙박하는 호주나 유럽 등 외국인 관광객이 확대되는 한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단기 숙박형 관광객들도 확대돼 니세코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일본 정부 및 지역자치단체가 외국인들이 재발견한 현지 관광자원을 이들이 스스로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개발할 것을 허용하면서 개발과 외국인 유치 확대, 국제도시로서의 외국인 생활 편의성 제고라는 선순환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부흥으로 인해 니세코는 2000년대 중반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해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까지 칭찬할 정도가 됐다. 다만, 니세코에는 당초 롱스테이 리조트로서 종합적으로 개발하려는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면서 글로벌한 리조트로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강화되기 시작했다.

호주나 스위스가 자연경관을 유지하면서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사례 등이 연구됐다(NRI, 노무라종합연구소 등). 호주의 경우 리조트의 개발에는 중심적 사업자의 자격이나 시설 기준, 규모, 품질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만족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골프코스, 테니스 코트, 수영장, 산책로 등의 오락시설도 갖추어야 한다. 민간기업의 창의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정부가 개발 지향의 적극적인 규제를 통해 관광 지역의 콘셉트를 통일하고 자연을 보호하면서 질 좋은 관광지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니세코의 경우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인끼리의 콘도 매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 제도상의 부작용도 보완하면서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지자체는 경관조례를 보완 및 강화하면서 관광자원의 훼손을 막는 데 주력했다. 콘도 등이 지역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자작나무 사이에 숨어 있도록 하기 위해 높이를 22m로 제한했다.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진 롱스테이 지역은 우선적으로 자연 등의 관광자원이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에 개발로 인해 이러한 자원이 소멸된다면 지속성을 상실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개발하는 택지 지역 등을 자연경관과 조화시키면서 계획적으로 택지를 공급하는 한편, 마을의 외관이나 콘셉트 등을 고려하면서 미관을 살릴 수 있도록 모색되고 있다. 아울러 각종 금융, 우편, 통신, 쇼핑, 학교, 육아 지원, 택배 등 외국인들이 생활에 필요한 각종 생활편의의 정비도 추진됐다.

니세코 지역의 편의점에는 호주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도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호주 등 외국인 커뮤니티와 지자체가 서로 심도 있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보다 쾌적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니세코는 리츠칼튼이나 파크하얏트 등 해외 유수의 리조트 사업자의 개발 유치에 성공했으나 수요를 초과하는 난개발로 폐허가 되는 숙소나 시설이 나오지 않도록 수요를 감안한 개발 프로젝트의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관광객이 겨울의 스키 시즌에 몰리고 여름에는 한가하다는 문제점 개선도 모색됐다. 여름의 자연경관 속에서의 캠프나 래프팅, 승마 및 승마로 산을 산책하는 활동 등 다양한 관광 상품 인프라를 개발해 장기 투숙객을 겨울 외 다른 계절에도 확대했다.

니세코가 이상과 같이 글로벌한 위상을 가진 롱스테이형 리조트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롱스테이형 글로벌 리조트로서 일본은 홋카이도 이외에 오키나와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가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리조트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독특한 강점을 살려 롱스테이형 관광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의 문화나 관광자원을 잘 활용하고 보존하는 노력과 함께 이를 브랜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 포인트는 무엇인가

관광객은 여행에 출발하기 전부터 그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난 후 맛보는 실체 경험을 통해 만족감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광객의 기대에 기초한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고 반복적으로 찾아주는 여행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세코의 경우처럼 현지의 장점을 살린 개발 기획이 중요한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장점, 관광객들이 만족하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콘셉트를 통일하면서 핵심 사업자에 의한 리조트와 함께 주변 상권, 문화 등도 연계시키는 관광 코스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장기 투숙 편의를 위한 시설이나 생활 지원 기능 등을 동시에 갖출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내믹 코리아’, ‘한류’ 이미지를 중심으로 대도시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크게 성공했지만 지방에서도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보다 다양한 콘셉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

템플스테이처럼 조용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롱스테이형 문화 및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에는 이러한 지방으로의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이
3대 도시권을 추월하고 있다. 저출산 인구 감소 시대에 고전하는 일본의 경우 단순 공공투자보다 하드웨어와 문화 및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여행 관광지 개발이 지방경제의 중요한 활력소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중심은 아시아인이 되겠지만 롱스테이형 관광지 개발에 있어서 고품질 여행을 즐겨 왔던 구미 지역 사람의 니즈에 맞게 관광지를 개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구미 지역 사람들을 유치함으로써 고품질 롱스테이 관광지의 기본적 자질을 갖추어야 할 부분을 확인하고 이들의 눈으로 관광자원의 매력을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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