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태국·이집트·인도…현지인처럼 살아보기
interview 1 주부 이은혜 씨
이은혜 씨가 인도 스리나가르에서 숙박한 하우스보트 모습.
이은혜 씨가 인도 스리나가르에서 숙박한 하우스보트 모습.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사진 제공 이은혜 씨] 여행 마니아 이은혜(33) 씨가 롱스테이를 결심한 것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 듯했다. 그저 쫓기듯 일정을 채우던 단기 여행의 아쉬움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했던 것이 그를 롱스테이에 대한 열망으로 이끌었다. 결혼 전 인도에서 40일, 이집트에서 4주간 롱스테이를 경험해본 그는 여전히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롱스테이를 떠나고 싶다는 이 씨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여행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단기 여행과 롱스테이의 차이가 있다면요.
“대개 한국인들에게 여행은 단기 여행이 많죠. 그런데 단기 여행은 마치 매 순간 무언가를 보고 즐겨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어요. 짧은 시간 내 비용 대비 만족도를 뽑아내고 싶은 거죠. 이와 달리, 롱스테이는 그런 부담감이 없다 보니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꼭 유명 볼거리에 욕심내기보다는 여유롭게 머물면서 그곳의 진짜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됐죠. 그런 것들이 더 즐거운 경험 같아요.”

인도와 이집트로 롱스테이를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요.
“인도는 2006년 6월 말부터 40여 일간, 이집트는 2011년 1월 4주 정도 있었어요. 인도는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던지라 첫 장기 여행지로 선택했어요. 이집트는 고대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고 스쿠버다이빙도 함께 할 수 있다기에 선택했죠.”

두 지역에서 롱스테이 생활은 어땠나요.
“인도가 좀 더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인도에서는 롱스테이를 할 생각이 없었어요. 첫 장기 여행이었기에 여행 관련 카페를 섭렵하며 볼거리, 할 거리를 빼곡하게 조사해 갔죠. 그런데 여행 첫날부터 일정이 틀어졌죠. 혼자 떠난지라 그때그때 일행을 만들어 다녔는데 마음에 안 맞는 일행이 있어서 일부러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 인도 북쪽에서 오래 머물게 된 계기가 됐어요. 당시 ‘레’라는 인도 북부의 고산도시를 지나기 위해 사람을 모아 지프차를 빌려야 했는데 그때 한국인 식당에서 만난 일행들과 마음이 맞아 3주를 함께했죠. 3주간 그들과 ‘레’에 머물면서 스쿠터를 빌려 주변 마을을 둘러보고,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고, 생활했어요. 솔직히 그 당시 어느 유명 관광지를 갔는지는 생각이 안 나요. 오히려 지금도 생생한 기억은 그곳에서 누린 평범한 일상들이죠. 매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 주민들과 사귀고, 뭘 먹을지 고민하고,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면 직접 비슷한 채소를 구해 김치를 담가도 먹고 했던 기억들이죠. 스리나가르에 위치한 하우스보트 주인아저씨의 아들과 늘 함께 놀던 기억도 생생하고요. 이름이 마하라자였는데 지금은 성인이 됐겠네요. 무엇보다 인도가 제게 더 특별한 건 당시 함께 롱스테이를 즐겼던 일행 중 한 명이 지금 제 남편이거든요. 남편과 지금도 종종 인도에서 머물었던 시간이 우리에게 최고의 여행이었다고 말하곤 하죠. 이집트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일정을 줄이고 다이빙만 2주 정도 한 것 같아요. 다이빙이 주된 일정이었지만 이집트 역시 장기 여행을 하기에 나쁘지 않더라고요.”

3주 이상 롱스테이 여행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필수 팁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준비하고자 하면 끝도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오픈마인드’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가령,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고들도 적잖이 발생하죠. 실제로 저희 남편도 인도 여행 중 여행자금을 다 도둑맞아서 애를 먹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전화는 물론 지도, 번역까지 다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단, 보다 즐거운 롱스테이가 되려면 현지 분들과 소통하려는 ‘오픈마인드’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롱스테이의 참 묘미니까요.”

혹시 롱스테이 중에 아프신 적은 없었나요.
“인도에서는 고산병과 먹거리가 안 맞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병원에 갈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해 힘들었는데 같이 여행하던 한국인 언니, 오빠, 지금의 남편이 계속 돌봐주고 챙겨줘서 큰 힘이 됐어요. 무엇보다 롱스테이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틈틈이 체력을 길러두는 것도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아프면 소용없으니까요.”
알치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알치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롱스테이를 하기에 좋은 도시를 추천한다면요.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몽골, 인도, 이집트, 필리핀, 베트남, 사이판, 하와이, 발리, 프랑스, 독일 등을 가봤죠. 이 중 롱스테이를 선택하려면 우선 그 지역 물가와 치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그 점에서 물가도 저렴하고 비교적 치안이 잘 돼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롱스테이 하기엔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는 물론, 음식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죠.”

3주간의 롱스테이를 하기 위해 비용은 어느 정도 예상하면 되나요.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그 나라 여행 물가 대비 50~80%까지 적게 잡으면 될 거예요. 롱스테이를 하면 비싼 리조트, 식당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장기 숙소를 잡고 요리도 해먹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한 가족이 발리에서 5성급 이상의 리조트에 묵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에 가는 관광여행을 한다면 하루 경비가 30만 원 이상 정도 들겠지요. 하지만 롱스테이를 한다면 1일 경비는 10만 원 미만으로 잡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내게 롱스테이란 무엇이다.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낯선 곳에 내 집이 생기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몇 년간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여행을 가고 싶어도 롱스테이 대신 휴양 위주 여행만 했어요. 이제는 그런 여행에서 다시 탈피해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또 해보고 싶어요. 내년엔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그 후에는 발리나 치앙마이, 베트남 등에서 한 달 씩 살아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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