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가업상속공제는 장수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가업상속 관련 연부연납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향후 가업상속 관련 세금 부담은 덜어질 수 있을까.
[스페셜]가업상속 연부연납 확대, 당근책 될까?
정부가 지난 8월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가업상속공제 개정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개정 내용은 현재의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과 공제 한도 자체의 절대적 최대치는 축소하지 않지만, 가업영위기간별 공제 한도를 조정하고 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 납부 능력’이라는 공제배제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실제로는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한 효과를 얻었다. 또 가업상속 관련 연부연납을 확대해 피상속인의 사망 직후 단기간 동안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만 하던 부담을 일부 덜어주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가업상속공제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가업영위기간별 공제 한도가 조정된다. 현재는 가업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이면 200억 원, 15년 이상이면 300억 원, 20년 이상이면 500억 원의 공제 한도가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가업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이면 200억 원, 20년 이상이면 300억 원, 30년 이상이면 500억 원의 공제 한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예컨대, 가업영위기간이 29년인 경우 공제 한도가 현재는 500억 원에서 앞으로는 300억 원으로 200억 원이 줄어들게 된다. 국가로서는 공제감소액 200억 원만큼 세수가 확보되고 상속인으로서는 그만큼 상속세 부담이 늘게 된다.

또한 중견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에 상속세 납부 능력이 공제배제요건으로 신설된다. 가업을 승계할 상속인(이하 가업상속인)이 가업상속재산 외에 받거나 받을 상속재산가액이 가업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세액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배제한다.

즉, 가업상속인이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을 받음으로써 가업상속인이 가업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더라도 상속세를 납부할 능력이 있는 경우라면 굳이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장수기업이 보유한 비사업용 토지, 업무무관 자산, 대여금 채권, 과다 보유 현금 및 그 장수기업의 영업활동과 무관한 주식, 채권 및 금융상품 등은 가업상속재산의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제액 줄고, 납부 기간은 늘어
가업상속에 대한 연부연납제도 범위는 확대된다. 현재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경우에 한해 가업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 연부연납(소위 가업상속 연부연납)이 허용되지만, 앞으로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요건에 해당하면 ‘가업상속 연부연납’이 허용된다.
유의할 점은 ‘가업상속 연부연납’에서는 직전에 설명했던 가업상속인의 ‘상속세 납부 능력’이라는 공제배제요건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 납부 능력’이 있으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주지 않지만, 상속세 연부연납은 가능하다.

‘가업상속 연부연납’ 기간도 늘어난다. 현재는 상속재산 중 가업상속재산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 2년 거치·5년 납부, 50% 이상일 경우 3년 거치·12년 납부를 하면 되나, 앞으로는 상속재산 중 가업상속재산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 3년 거치·10년 납부, 50% 이상일 경우 5년 거치·20년 납부를 할 수 있다. 가업상속인으로서는 그만큼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장기적인 재원 마련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가업상속 연부연납’ 대상 금액이 개정된다. 현재는 상속세 납부세액 중 연부연납이 허용되는 대상 금액은 ‘가업상속재산가액’을 ‘총상속재산가액’으로 나눈 비율로 정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업상속재산가액-가업상속공제액’을 ‘총상속재산가액-가업상속공제액’으로 나눈 비율로 정해진다. 즉,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으면 연부연납 대상 금액도 그에 따라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가업상속 연부연납’의 취소 사유가 축소된다. 현재는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 처분
(다만 5년 이내에는 10% 이상 처분한 경우까지 취소 사유에 해당함), 가업상속인의 가업 미종사, 가업상속인의 지분 감소 또는 고용유지의무 위반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가업상속 연부연납’이 취소되지만, 앞으로는 가업상속인의 사업 폐지 또는 가업 미종사의 경우에만 취소된다.

이와 같은 개정 사항들은 2018년부터 시행되나, 소개한 중견기업의 가업상속공제 소극요건으로 추가되는 ‘상속세 납부 능력’ 부분(둘째 부분)은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물론, 이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이고, 국회에서 위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

공제를 세제 혜택으로 인식하지 말아야
이번 개정 사항들과 관련해 앞으로 많은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예비 가업상속인을 위해 당장 생각나는 2가지 준비할 사항을 적어본다. 가령, 자문을 하다 보면 법인 설립 초기 최대주주인 피상속인이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법인의 주식을 명의신탁 했다가 이를 주식양도 등의 방법으로 최대주주인 피상속인 본인 또는 그 친족 등 특수관계자에게 명의환원을 한 경우가 종종 있다.

가업영위기간을 계산할 때 명의환원을 한 시점부터는 20년 이상이지만 30년이 경과하지 않고, 명의신탁 당시의 기간을 포함하면 30년이 경과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명의환원 이전 제3자에게 명의신탁를 한 주식에 대한 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2019년부터 중견기업에 대한 가업상속에서는 ‘상속세 납부 능력’이라는 공제배제요건이 도입되므로,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가업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공동 상속인을 미리 구분해 상속재산 분할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속 개시 이후 상속재산 분할 합의에서도 가업상속인이 받게 될 가업상속재산과 일반 상속재산의 가액을 최대한 정확하게 평가함으로써 가업상속인이 받을 일반 상속재산가액이 가업상속인이 부담할 상속세액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즉, 종래 법정상속분, 유류분, 생전증여분 등의 고려사항 이외에 상속재산 분할에서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 추가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가업상속재산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재산에 대해 유권해석 등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거나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과세당국과 가업상속인 간 의견 대립이 늘어날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특히 지난 수년간 그 적용 대상과 공제 한도가 점차 확대됐다(최근에는 ‘명문장수기업’에 대해 공제 한도를 1000억 원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에 찬동한다).

이는 상속으로 인해 가업이 단절되는 결과를 막음으로써 장수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이고, 그에 대해 앞으로 실증적 사례가 축적돼 그 순기능을 수치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실상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하되 ‘가업상속 연부연납’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가업 단절이라는 극단적 결과만 막겠다는 것으로 제도의 방향을 변경했다.

장수기업인의 입장에서는 정책의 역행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가업상속공제를 현재보다 확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현재의 가업상속공제제도를 5~10년 이상 유지해 그에 대한 실증적 사례 및 연구가 나온 다음, 가업상속공제의 축소 여부를 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종의 과세이연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공제’라는 표현 때문에 고소득자에 대한 무분별한 세제 혜택으로 인식 또는 평가돼 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급하게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방향이 변경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업상속 연부연납’ 확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가업상속공제가 실제 축소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이 일부 수정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가업상속공제를 ‘상속공제’ 관련 조문에서 이관해 ‘과세이연’ 또는 그 제도의 특징에 맞는 적절한 표제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제안하며, 막연히 고소득자에 대해 세제 혜택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장수기업을 육성하고, 장수기업의 유무형적 가치가 소실되지 않도록 하려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본래 취지가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스페셜]가업상속 연부연납 확대, 당근책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