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상무]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대기업과 관계가 없고, 투명성과 공익성이 높은 공익법인에 출연(기부)한 주식의 상속 및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20%까지 높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익법인 제도 개선안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한 세법의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페셜]선한 기부’ 규제 완화, 세금 폭탄 막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이번 세법 개정의 목적은 다양하다. 신종 조세회피 꼼수 예방, 그간 국민 정서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규정에 대한 개선, 경제 환경이 변함에 따라 불합리해진 종전 규정들의 개선, 정부의 새로운 정책 의지를 세법에 반영하기 위한 개정 등이 그것이다.

그중 공익법인 관련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선한 기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위해 공익법인이 기부받을 수 있는 주식 지분을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구원장학재단에 대한 증여세 부과 사건 등이 개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세법을 잘 모르거나 선한 기부 행위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위험함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구원장학재단과 관련해서는 다행히 지난 4월 대법원의 판결로 납세자의 억울함이 풀리긴 했다. 원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기부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다만, 주식에 대해서는 기부자가 기부 주식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5%(10%) 지분에 한해서만 증여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이를 모르고 순수한 마음으로 주식 지분 90%를 기부하는 바람에 거액의 증여세를 공익법인과 기부자 개인이 연대해 부담하게 된 것이 구원장학재단 사건의 골자다. 구원장학재단 사건을 계기로 이번 상증세법 개정안 중 공익법인 관련 개선안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의미와 함께 공익법인과 관련된 세무 및 회계 동향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공익법인의 과세 기준 정비
현행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범위에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부금단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각각의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범위가 유사하면서도 복잡한 면이 있었다. 이번 개정에서는 각각의 세법이 가지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모호한 경계를 줄이고자 납세 기준을 일치시켰다. 기부자는 세금 공제를 받고, 기부받는 공익법인은 증여세를 면제받는 데 있어서 여러 세법에 달리 규정돼 있던 것을 일치시켜 납세자의 편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으로는 공익법인에 대한 판단이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정안은 2019년부터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된다.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 상향 조정
현행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증여세가 면제되는 기부 주식의 보유 한도가 일반공익법인은 5%,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다. 개정안에서는 앞서 사례로 언급한 구원장학재단의 사건처럼 우호지분의 확보 목적이 아닌 선한 목적의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그 한도를 20%로 상향 조정한다. 앞으로 구원장학재단과 같은 사건이 재현되지는 않겠으나, 이번 주식 지분 상향 조정이라는 개정 내용에는 대신 지켜야 할 의무사항도 추가됐음을 알아두어야 한다.

해당 공익법인이 성실공익법인이어야 하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없어야 하고, 정관에 기부 주식의 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만일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증여세와 가산세가 부과될 것이다. 그리고 목적사업은 종류가 자선, 장학, 사회복지인 경우에 한하는데, 이는 여러 공익사업 중에 좀 더 공익성이 강한 업종에 대한 지원으로 보인다.

또한 출연재산가액의 3%는 의무적으로 공익사업에 지출해야 한다. 이는 2018년부터 적용된다. 기부금단체의 범위 및 지정 방식의 합리화 기부금단체 간의 형평성 제고와 사후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부금단체의 범위 및 지정방식을 합리화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부터 적용된다.

과세당국 공익법인 관리 강화에 대한 대처는
이번 개정 내용 외에 과세당국의 동향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공익법인에 대한 국세청의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으며, 2015년에 비영리법인 및 공익법인의 소재지를 다시 파악, 세적을 정비했다. 세원 관리의 출발점이 사업장 소재지이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16년에 공익법인의 세무보고서를 토대로 사후관리 사항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공익법인들을 추출해 관련 혐의 항목에 대한 소명을 받았는데, 소명이 되지 않는 공익법인에는 세금 납부를 권장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들은 국세청의 이런 동향에 발맞춰 잘 대응해야 함에도 현실적으로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이 아니다 보니 공익법인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두지 않은 곳도 많다. 규모가 작은 공익법인이라 하더라도 전담 직원을 두어 세무 및 회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공익법인 세무관리에 있어서 지나간 것은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억울한 세금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난 7월 20일에 한국회계기준원에서 비영리조직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출발점으로 비영리조직 회계기준을 제정했다. 그동안 각 공익법인들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제각각 회계처리를 해 오고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러한 기준의 적용이 법률상의 의무사항은 아니며 비영리조직의 선택사항이지만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52개 조문에는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현금흐름표, 자산부채의 평가, 주석, 사례 등이 포함된다. 정보이용자가 좀 더 쉽게 재무제표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비영리조직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며,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부 의사결정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스페셜]선한 기부’ 규제 완화, 세금 폭탄 막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