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보험’ 낙인, 변액보험의 재발견
SPECIAL Variable Insurance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변액보험은 ‘두 얼굴’의 금융상품이다.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아수라백작처럼 극과 극의 평가가 잇따른다. 중도 해약 논란 등으로 따가운 눈총이 여전함에도 최근 저금리 장기화와 주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직장인 정 모(40) 씨는 보험 운용보고서를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6년 전 가입한 변액연금의 누적수익률이 20%를 넘어선 것.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과 미국 등 선진국, 국내 유망 펀드에 각 3분의 1씩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를 해 왔다.

정 씨는 “과거 연 8% 금리의 적금에 가입하고 펀드로 60%가 넘는 수익을 거두기도 했지만 환매한 수익은 얼마 못 가 사라졌다”며 “수익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소액(월 30만 원)으로 2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만들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추가 납입 금액을 늘려 글로벌 펀드에 적극 투자해 노후 자금을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칫 원금도 날리는 ‘나쁜 보험’(?)으로 오명을 날린 변액보험이 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함께 재조명을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가 중시되는 시대, 비과세 해외 투자 수단으로써 대체 불가한 매력을 발하고 있다.

비과세 글로벌 자산관리 플랫폼 ‘우뚝’
‘나쁜 보험’ 낙인, 변액보험의 재발견
변액보험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23개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8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776억 원) 대비 약 76%나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6월에는 순자산 100조 원을 돌파하며 생명보험업계의 명실상부한 ‘간판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변액보험의 이 같은 인기 고공행진에는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경쟁이 한몫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변액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는 것. 일임형 자산 배분 펀드를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신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저금리의 장기화와 주식시장 활황으로 투자 상품에 고객들의 기대가 높아진 것도 주요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제외)를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쉽게 말해 펀드와 보험이 결합된 셈이다.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보험 기간을 유지할 경우 15.4%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1인당 비과세 한도는 일시납의 경우 1억 원, 월납 150만 원까지다. 특히 해외 투자 시 유리하다. 현재 국내에서 비과세 해외 투자가 가능한 제도는 비과세 해외 펀드와 변액보험 2가지뿐이다. 비과세 해외 펀드의 경우 올해 말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은 2018년 이후 유일무이한 비과세 해외 투자 상품으로 가치를 더할 전망이다.

상품에 따라 연금 및 생활비 지급 기능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광범위한 활용도 가능하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가파른 인구 고령화로 저축과 투자 비중의 증가세가 지속돼 연금 및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이 보험 시장의 주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10년 이상 장거리 완주 목표, 단기전은 불리

예금이나 펀드가 금융상품의 단거리, 중거리 선수라면 변액보험은 마라톤 선수에 비유된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에서 떼는 사업비 비중이 초기에 매우 높고 이후 점차 낮아지는 구조다. 단기 운용 시에는 초기 투입금이 적어 불리하지만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입 비율이 높아지고, 10년 이상 보유 시 비과세 혜택 및 최저 보증 기능이 있어 장기 운용에 적합하다.

실제 A사의 변액보험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가입 1년 만에 해약하면 실제 납입보험료의 62%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투자수익률 3.5% 가정 시). 가입 2년 후 해지할 경우 86%, 4년이 돼야 90% 넘게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금을 실제 납입보험료 수준으로 받으려면 10년 가까이 경과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10년 미만 중도 해지 시 손실을 보기 쉬운 상품인 셈이다. 마라톤 선수의 기록을 초반 100m, 200m 시점에서 평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변액보험의 이러한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고수익을 기대하고 덜컥 가입했다가 중도 해지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난해 보험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10년 동안 변액보험을 유지한 계약자 비율은 전체의 32%로 가입자 10명 중 7명은 10년 안에 보험을 해약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물가 상승이나 저금리에 대비하는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으나, 단기 해지한다면 원금을 많이 잃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가입 전에는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가입 후 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성급한 해지 대신 중도 인출이나 보험료 납입 중지 기능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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