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완 국제와인아카데미 대표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흔히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와인을 마시는 자세도 그렇다. 아직도 한국인들 중 상당수가 와인 하면 으레 ‘어려운 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전성완 국제와인아카데미 대표는 “와인이야말로 기본적인 규칙 몇 가지만 알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라며 와인 매너와 에티켓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Special]“와인, 제대로 알면 쉽고 즐겁다”
국내에서도 와인을 주제로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특히, 이 만화 속 재미 중 하나는 와인을 마신 후 쏟아내는 현학적 시음 평가였는데, “오~ 이 맛은 노이슈반슈타인성에 울려 퍼지는 ‘G선상의 아리아’”라는 식이었다. 와인의 맛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 문장의 뜻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인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와인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와인을 마치 맛조차 배워야 하는 ‘학문의 영역’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와인이야말로 우리가 소주를 마시듯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소주를 마시고 달면 ‘달다’, 쓰면 ‘쓰다’, 부드러우면 ‘부드럽다’고 평하는 것처럼 와인도 자신이 느낀 그대로 쉽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 그래도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비즈니스 미팅 등 특별한 날 와인 매너를 지켜야 한다면 간단한 와인 상식들을 숙지해보자.

구대륙 VS 신대륙 와인
와인은 크게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생산되는 구대륙 와인과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등 비유럽권인 신대륙 와인으로 나뉜다. 구대륙 와인이 비교적 맑고 깔끔한 물과 같은 느낌이라면, 신대륙 와인은 우유 같은 묵직한 질감을 지닌다.

이는 테루아르(terroir) 때문인데, 프랑스어인 ‘테루아르’란, 경작 적합지, 토지, 산지(産地) 등을 의미하며 와인과 관련해서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연 조건들을 의미한다. 가령, 신대륙의 와인들이 우유처럼 진한 느낌이 나는 것은 캘리포니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경우 비가 적고, 일조량이 높아 포도가 농후하게 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지역 와인이 대개 구대륙 와인의 비해 훨씬 더 묵직하다.

평소 칵테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주류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유럽 쪽 와인을, 소주나 위스키처럼 쓰고 진한 알코올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미국이나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제조된 와인을 추천한다.

기본적인 와인 매너
중요한 식사 자리에서 와인을 곁들일 경우, 호스트의 매너가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와인은 익숙한 품종으로 선택하고, 와인 개봉 후 맛을 확인하는 ‘테이스팅’은 호스트가 먼저 시음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서는 이렇다. 호스트를 기준으로 오른쪽 여성부터 순차적으로 따라준 뒤, 남자 손님들에게도 같은 방향으로 차례대로 진행한다. 호스트는 가장 나중에 자신의 글라스에 와인을 담고, 건배를 할 경우 호스트가 하는 것이 보편적인 예의다.

반대로, 초대받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호스트가 준비한 와인을 오감을 사용해 즐기면서 시음 후에는 반드시 와인에 대한 표현을 간단하게라도 꼭 해주는 것이 매너다. 와인을 사양할 때는 와인 잔 윗부분인 립(lip)을 손으로 가려주고, 만약 이날 정찬 모임이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라면 스월링(와인 잔을 가볍게 돌려 향을 끌어올리는 것)은 하지 않는다.
[Special]“와인, 제대로 알면 쉽고 즐겁다”

이것만은 알고 마시자

와인을 좀 더 가깝게 음미하려면 와인을 담는 와인 잔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알아두면 좋다. 와인 잔은 위에서부터 립, 볼, 스팀, 베이스로 나뉘며 상대가 내 잔에 와인을 따라줄 때 오른손을 베이스에 살짝 놓는 것이 공손한 표현이다. 건배를 할 경우엔 볼끼리 부딪치는 것이 정석이다. 버블이 생명인 샴페인 잔은 스월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와인을 바꿀 때마다 글라스도 꼭 바꿔준다.

이 밖에도 와인 보관은 섭씨 15도, 습도 60~70%의 공간이 가장 이상적이다. 가정에서는 신문지를 이용해서 장롱 맨 아래 보관하는 것이 좋다. 진동을 최소화하고, 레드 와인은 개봉 후 가급적 24시간 안에, 화이트 와인은 냉장고 속 2~3일까지 마셔도 무방하다​.

사진: 이승재 기자

전성완 대표는…
독일 베스트팔렌주립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Level 4 Diploma를 수료했다. WSET 마스터 소믈리에, 영국 래디슨 에드워디안 호텔 총괄지배인으로 일했고, 국내에서는 한국조리사관학교 호텔 식음료학과 총학과장, 롯데호텔 나인에비뉴 총지배인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