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52호 (2018년 01월)

[big story]‘행복 선진국’의 현실 속 워라밸은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매해 보고되는 국가별 행복지수나 삶의 질 순위를 볼 때면 흡사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그중 덴마크는 수년째 이 분야 왕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웨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탄탄한 복지제도와 자유로운 근무환경, 그리고 연대의식을 통해 이미 워라밸이 현실이 된 두 나라 국민들의 삶 속으로 따라가 보자.  참고 문헌 (마이크 비킹 지음)



#Take 1. 세계 최고 블록 조립 기업인 레고(LEGO) 직원들은 매월 총 2일의 자택근무가 자유롭게 가능하며,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출퇴근 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연차를 연달아 붙여 쓰는 것도, 주말 또는 공휴일 근무 시 근무일만큼의 대체휴가가 제공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레고는 매월 ‘레고 패밀리 데이’를 개최해 모든 직원들이 모여 한 달간 진행한 각종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직원의 가족들도 레고 사무실을 방문해 놀이와 저녁식사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덴마크의 업무 방식이 기업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어느 사회가 왜 다른 사회보다 더 행복한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 과거에는 그 행복의 조건이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지표에 무게추가 실렸던 반면, 최근에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대인관계, 건강, 직업, 목적의식 등 다양한 삶의 질에 대해서도 측정한다.

이는 러시아계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위계론’과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가장 기본적 욕구인 음식, 물, 잠, 안전 등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 사람들로부터 애정을 받고, 소속감을 느끼려는 사회적 욕구가 발생한다. 이 단계를 지나야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곧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그래서 한 사회의 행복지수를 오롯이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동반돼야 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의 비결은 무엇일까. 덴마크는 유엔자문기구가 지금까지 다섯 차례 발간한 ‘세계 행복도 보고서’에서 2015년 3위, 2017년 2위를 제외하고는 늘 1위 자리를 독식했다. 그뿐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도 덴마크인들의 삶의 질 수준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일주일에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OECD 평균 13%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2% 수준으로 적다.


[세계 최고 블록 조립 기업인 레고에서는 매월 ‘레고 패밀리 데이’를 개최해, 사무실로 직원의 가족들을 초대해 놀이와 저녁식사를 즐긴다. 사진:레코코리아 제공]

다국적 회계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행한 ‘덴마크 노동법(Labour Law in Denmark)’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표준 주당 근무시간은 보통 37시간이다.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업무량을 분배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자율성이 보장된다.

특히, 덴마크는 언제, 어디서 일을 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정해진 목표를 제대로, 정해진 기한 내에 달성하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긴다. 즉, 근로환경에 대한 개인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해주되, 목표 달성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덴마크의 보편적 사회 분위기이자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덴마크의 자율적인 근무환경은 일과 삶의 균형추가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휘게가 있다. 덴마크인들에게 휘게(hygge)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social) 행위로 볼 수 있다. 양초를 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데서 오는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

이런 소박한 일상에 충실한 것이 덴마크 사람들이 말하는 휘게의 핵심이다.
실제로 세계 행복도 보고서에도 행복의 조건 중 하나는 친구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이것이 주요한 변수라고 꼽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행복은 경제적 상황보다는 대인관계의 질에 더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로 휘게를 지목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워라밸이 이미 주어진 선물이라면 휘게는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수단인 셈이다.

라곰으로 본 스웨덴의 워라밸
#Take 2. 버스 트럭 제조사 스카니아에 다니는 스웨덴인 미치 뉘스트룀(47) 씨는 평일 아침 7시 30분이면 스톡홀름 남쪽 쇠데르탤리에(Södertälje)에 있는 회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로 직행하지 않고, 회사 바로 옆 호수에서 1시간 정도 낚시를 즐긴 뒤 8시 30분경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에는 간단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로 때우고 업무를 이어간 뒤 오후 3시면 퇴근한다. 퇴근길 집 근처 쿱(Coop)이라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 시장을 보고 귀가하면 보통 오후 4시가 된다. 이미 집에는 8학년(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6학년 딸이 학교수업을 마치고 와 있다.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그는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공공 스포츠센터에 가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배드민턴을 친다.

그의 딸은 학교 배드민턴 대표선수이고, 아들도 6학년까지는 쇠데르말름(Södermalm) 지역의 배드민턴 대표선수를 할 만큼 실력이 좋다. 운동 후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끝내고 뉘스트룀 씨는 아내와 기타 연습을 한다. 부부는 매주 일요일 자신들이 다니는 루터교 성당에서 기타 연주를 한다.

덴마크에 휘게가 있다면 이웃나라 스웨덴에는 라곰(lagom)이 있다. 스웨덴어 사전에서 라곰이란 불변화 형용사로 ‘적당한, 알맞은, 딱 들어맞는’이라는 뜻이다. 가령, 스웨덴어로 대화 시 “Skrik lagom(스크릭 라곰)!”이라고 외치면 “목소리가 너무 커!”라는 뜻이고, ‘Lagom saltad(라곰 살타드)’는 ‘간이 적당하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하지만 정작 스웨덴 사람들에게 “라곰이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그냥, 라곰이지”라는 것.

2017년부터 아내와 함께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여행전문기자 이석원 씨는 “라곰은 스웨덴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즐기되, 남의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연관이 깊다”며 “가령, 술을 아주 좋아하지만 취하는 법이 없고, 돈이 많다고 해서 남에게 호화스러움을 과시하는 것을 꺼리고,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잘난 척을 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스웨덴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라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스웨덴이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독일 다음으로 난민을 많이 받는 것을 라곰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 사회나 집단이) ‘적당하다’는 것 자체가 어느 상황이라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적인 여유와 관용이 있기에 가능하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적은 것도 그런 연유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이 ‘적당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복지제도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기타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역시 ‘평등’을 가장 중요한 정책이념으로 내세우는 정치 세력에 의해서 복지국가가 설계됐다.

1921년 국가를 ‘국민의 집’이라고 선언한 스웨덴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들 역시 ‘고부담·고복지’를 수용하면서 경제적 안정과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고 있다.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일과 삶의 균형 잡기가 자유롭다. 직장인의 경우, 보편적인 유연근무제를 통해 자신이 일하는 시간과 쉴 시간을 계획할 수 있고, 거의 모든 직장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가령, 직원이 갑자기 휴가를 쓰겠다며 상사에게 보고를 하면 상사가 되레 “네가 쉬는 걸 왜 나에게 보고하니?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공공 스포츠 동아리가 대표적이다.

이 동아리들은 각 지역 코뮌(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스포츠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센터에는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네반디(Innebandy: 일종의 실내 하키) 경기장을 비롯해서 수영장과 배드민턴, 스쿼시, 탁구 등이 구비돼 있다. 이처럼 취미생활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 참여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삶. 스웨덴 사람들의 워라밸이 그런 여유와 즐거움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 씨는 “스웨덴은 고용의 유연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해고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해고된 노동자를 기업이 책임져야 하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서는 해고가 되더라도 삶이 불안정하지는 않다. 이처럼 노동과 삶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라곰, 워라밸 모두 가능한 것 같다. 그것이 곧 사회 구성원들 삶에 행복의 요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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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2-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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