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실천하는 사람들 ②카카오 데이터커머스기획파트 이창근 씨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흔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카카오의 파격적인 복지제도와 자율적인 근무환경은 소문 그대로 풍성했고, 직원들은 만족했다. 9년째 카카오에서 근무하는 이창근(34) 씨는 “일하는 것이 즐거워야 삶이 행복하다”며 자신만의 워라밸 라이프를 풀어냈다.
[big story] “일이 즐거워야 삶도 즐겁죠”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뽑힌 카카오의 저력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들의 교집합에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있었다. 카카오 CMP기획파트팀 이창근 씨는 “카카오는 워라밸이 가능한 회사”라며 그 배경에는 효율적인 근무 시스템과 자율적인 조직문화, 그리고 탄탄한 복지제도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카카오는 ‘삶이 즐거워야 일도 즐겁다’는 복지 이념 아래 직원들에게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단연 백미는 입사 후 3년마다 유급 휴가 30일과 휴가 지원금 200만 원을 지급하는 ‘안식년 휴가’제도다.

9년째 카카오에서 일한 이 씨 역시 이미 입사 3년째, 6년째 되던 해 두 번의 안식년 휴가를 다녀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새 챕터를 맞이할 때마다 회사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카카오는 사유에 따라 한시적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거기에 2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반반차 휴가제’와 국내 최고 수준의 사내 어린이집 운영, 자율적인 근무시간 조정은 직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만족도가 높다. 2018년에는 세 번째 안식년 휴가를 미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이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카오가 첫 번째 일터입니까.
“두 번째 직장입니다. 이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기획 업무를 하다 같이 일해보자는 선배의 권유로 면접을 보고 2008년 카카오(당시 다음)에 입사했습니다. 현재는 웹서비스 기획 및 비즈니스 플랫폼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정말 워라밸이 가능한 회사인가요.
“예전에 제 멘토 중 한 분이 그런 말을 했어요. 회사에 있을 때 집 생각하지 말아야 하고, 반대로 집에서는 회사 생각하지 말라고요. 카카오는 그 균형이 가능한 회사예요. 사실 저는 워라밸이라는 말 자체는 좋아하진 않아요. 어쩌면 일하는데 그게 가장 중요한(기본적인) 부분이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망하는 건 다른 일반 회사들의 경우 그 점이 잘 지켜지지 않아 강조된 거라 생각해요.

실제로 제 친구들 중 한 녀석은 오전 8시 출근인데 무조건 7시 20분까지 출근해서 대기해야 하고, 퇴근은 팀장이 가자고 말하기 전까지는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휴가를 쓰는 것도 힘들고요. 안타깝죠. 저희 회사는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로운 편이에요. 가령, 시차출퇴근제도를 통해 특별히 바쁜 일이 없다면,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앞당기고 더 빨리 퇴근할 수도 있어요. 반반차 덕분에 아침에 관공서 갈 일이 있거나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 등 급한 일을 보고 오후에 출근할 수도 있죠.”

근무 특성상 야근이나 특근이 있지 않나요.
“네. 저희도 서비스를 배포하거나 점검이 있을 때마다 야근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집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자택근무로 대체해도 무방하고, 구성원들 간 조율이 자유로워요. 또 부득이하게 주말특근이나 야근을 할 때에는 그 부분에 대해 보상이 뒤따라요. 특별휴가가 대표적이죠. 잇따른 특근이나 야근 등 격무를 했다고 판단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조직장의 승인하에 특별휴가를 줘요. 이건 정기 연차와는 별개죠.”

2016년 연차는 다 소진하셨나요.
“물론입니다. 15일 연차를 다 소진했어요. 저 말고도 회사 직원들 대부분 연차를 거의 다 쓰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죠. 남는 연차 부분은 다음 해로 이월되기도 해요.”

정말 눈치 보는 직원들이 없나요.
“저희는 휴가제도가 승인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어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사실 저도 이전 회사에서는 휴가 신청을 하려면 휴가 사유까지 결제를 받았어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회사 인프라 시스템에 휴가 신청만 하고 공유하면 휴가를 낼 수 있어요. 굳이 어떤 사유로 휴가를 쓰는지 결제 받을 필요가 없죠. 이 점이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는 이유죠.”

안식휴가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입사 3년 차, 6년 차 때 각각 안식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두 번 다 아내와 외국으로 여행을 갔죠. 3년 차 때는 동유럽으로, 6년 차에는 스페인을 여행했습니다. 특히, 스페인 여행 때는 15일을 꽉 채워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두루 돌아다녔죠. 차를 빌려서 매일매일 그 지역 동네를 하루씩 숙박하면서 여행을 했어요. 아무래도 휴가가 길다 보니 여행 준비 과정도 여유로웠고, 여행 후에도 좀 더 쉬다가 일터로 복귀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2018년에는 9년 차 안식년 휴가로 미국에서 아파트를 빌려서 롱스테이를 해보고 싶어요.”
[big story] “일이 즐거워야 삶도 즐겁죠”
[안식년 휴가를 맞아 여유롭게 여행을 즐긴 이창근 씨 모습.]

카카오에 다니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나요.

“네. 확실히 예전 회사에 다닐 때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실제로 평일이나 주말에 아내의 친구들 모임이나 지인들 모임을 할 때마다 제가 출석률이 제일 높더라고요. 그만큼 야근이 없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휴가제도가 등록제이다 보니 갑자기 콘도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기거나 집안 경조사 시 바로 휴가를 낼 수 있죠. 이러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네요.”

30개월 된 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루에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주말엔 거의 계속 아이와 같이 있고요, 평일에도 퇴근 후 3시간 정도는 꼬박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요.”

아내가 더 좋아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제 직장에 대해) 아내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저희도 맞벌이 부부예요. 그래서 만약 제가 일반 회사에 다녔다면 저희 둘 다 아이를 8시부터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출근시간이 좀 여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9시 30분에 아이를 등원시켜요. 그 시간만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덜 있게 되는 거죠.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오래 있으면 힘들어 하니까요. 무엇보다 육아를 하다 보면 가끔 아이가 아프거나 정기검진 받으러 병원 갈 일이 생기잖아요. 그때마다 제가 반반차를 사용해서 오전에 병원에 들렀다가 오후에 회사로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아내의 만족도가 높죠.”

카카오는 사내 동호회도 활성화된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도 예전에는 우쿨렐레 동호회와 중국어 동호회에서 활동했습니다. 회사에서 일정 부분 지원도 해주고요. 퇴근 후에 선생님을 모셔서 수업도 듣고, 종종 회식도 하면서 함께 공부했죠. 저는 그밖에도 함께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 외에 다른 부서 분들이랑 자원봉사도 종종 했습니다. 함께 베트남에 자원봉사도 가고,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면서 교류를 했죠.”
[big story] “일이 즐거워야 삶도 즐겁죠”
직장 내 이런 교류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나요.
“네.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는 전혀 다른 다양한 부서가 모여서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교류를 통해 서로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편하게 물어보기도 하고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아요. 새로운 트렌드도 많이 접할 수 있고요.”

삶이 즐거워야 일이 즐겁다는 회사 복지 이념에 동의하나요.
“저는 삶이 즐거워야 일도 즐겁다는 말도 맞지만, 그보다 일이 즐거워야 삶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회사가 개인에게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만큼 일에 더 몰두할 수 있고, 일하는 것이 즐거운 것 같아요.”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