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스마트 시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SPECIAL forum 갑질 논란, 다시 쓰는 리더십

[한경 머니 =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장]

스마트 시대의 특징은 무엇일까. 정보기술(IT)과 인터넷 기술이 이 사회의 전 영역을 커버함으로써 나만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됐다. 누구나 일정 기간을 보내게 되면 알 수 있는 일을 먼저 익숙해졌다는 이유만으로 후배를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 됐다는 뜻이다.

과거 산업시대에는 도제제도를 통해 기술이 전수됐고, 장인(master)이나 먼저 그 일을 배운 윗사람만이 가진 비법이 존재했었다. 그 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선배와 장인들에게 성심성의껏 봉사하면서 그 일을 배워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특정 영역의 일을 먼저 하게 됐기 때문에 잘 안다는 것은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게 됐다. 기술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어떤 일인지 아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일의 성격상 한 조직에서 하고자 하는 일 자체가 한 조직 또는 한 회사에서 모든 걸 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전 시대에는 어차피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한 회사의 오너가 명령을 하면 그 일을 배워 오든, 혹은 다른 나라의 일을 훔쳐 오든 한 회사 내에서 그 일을 다 해내야 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뜻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그 일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회사와 협업을 하거나 아웃소싱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 개발시대 건설사에서 하청을 주던 관계가 아니라, 내가 가지지 못한 기술을 가진 집단과 수평적 인간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과 과학적 개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 전 이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배운 것으로 사업을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배워서 사업에 적용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새로운 것을 습득해서 사업에 적용하는 데는 개인의 성격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몸이 젊을수록 유리한 시대가 됐다. 실제로 벤처기업의 형태로 기업을 시작한 일부 영역에서는 나이 마흔만 넘어도 노장 그룹에 속한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부터 부드럽게 살기로 결심하자
[SPECIAL] 스마트 시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대의 리더는 어떤 사람이 성공하는 리더라는 말을 들을까. 첫째 조건은 존중하라는 것이다. 산업시대의 리더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아무것도 없었던 일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굴러가게 만든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나사나 스프링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스프링롤이나 돈까스의 레시피도 알려고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개인의 역량과 힘이 중요하던 시대에는 내가 가진 힘과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를 만들고 그것을 움직이려면 수많은 사람이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나보다 그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의 역량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이어야 하고, 심지어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실현해내는 존재들이어야 한다.

스마트 시대에는 어떤가. 한 조직 내에서 리더의 생물학적 연령과 경험이 중요한 건 여전히 사실이지만, 리더십을 가진 소수의 개인적 경험과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도태되기 쉽다.

나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아랫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지지하고 독려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리더일 것이다. 그런 리더들만이 나만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간, 카이로스(kairos)를 살아갈 수 있다.

둘째 조건은 먼저 인사하고, 반말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월급을 주고 그것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이끌고 있는 이 조직, 이 회사를 잘 굴러가게 하는 실질적인 일꾼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아랫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본인이 있어야 이 조직이 굴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 봉건시대나 산업시대처럼 오너가 먹여 살려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반말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할 일 또는 내가 생각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처리해주고 있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혹자는 인간적인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사실 직장에서의 반말은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간적인 홀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병원이나 일부 직장에서 존댓말하기 운동을 하는 것도 서로 다른 직종 간 존중하는 문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출근 이후에는 서로 존댓말 하는 것을 사내의 규칙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조건은 조직의 오너 혹은 리더들은 본인의 심리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또는 나이가 많이 들수록 젊은 세대가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젊을 때 죽어라 일하던 그 노력을 지금의 후배들은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위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내 집에서도 내 말에 100% 동의하지 않는 가족이 있는데, 직장에서 내 생각대로 100%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넷째 조건은 지금부터 부드럽게 살기로, 아래 직원들의 말을 들어주기로,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일을 잘하게 도와주기로 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전두엽은 진화 과정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감정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며 발전해 왔다. 주말마다 부인들이 절이나 교회에 가서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인간’을 사랑할 수 있게 기도를 하면 우리의 전두엽이 감정을 조절해서 사랑하는 감정을 만들어준다. 리더의 결심은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을 제어해주고 그들을 흔쾌히 움직이게 해줄 것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심리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부모의 종류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자유방임형 부모다. 어떻게 하든지 그냥 놔두고 신경쓰지 않는 부모다. 기업에서 그런 리더십을 보인다면 마치 한 직원에게 계산대를 맡겨 놓은 가게의 매출이 새듯이 그냥 그런 수준일 것이다.

둘째는 권위적인 부모다. 매사에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부모다.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큰소리로 혼내거나 심지어는 때리기도 한다. 그런 집의 자식은 보통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창의적이지 못하고 쉽게 집을 뛰쳐나가곤 한다.

반면에 권위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높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항상 자식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고, 필요하다면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려고 한다. 이런 집의 자식들이 보통 리더십이 좋고, 성취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당신은 과연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생각해보라. “조직의 리더가 착하고 친절해야 하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라서 그래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혹은 “나는 도저히 성질에 안 맞아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마라. 내 조직 또는 내 가족의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도리이기 때문이 아니다. 당신의 조직이 건강해지고 일이 잘되게 하고 매출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것 때문이라도 당신의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이 세상에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금부터라도 감정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기업에서 마음을 다스려서 할 일을 잘하게 만드는 퍼포먼스 코칭을 하는 정신건강전문의나 심리학자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