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57호 (2018년 06월)

[big story]고령사회 자산관리, 신탁에 답 있다

전문가 3인 특별좌담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최근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탁은 고령화·저금리 시대에 종합자산관리의 중요한 도구로 부상했다. 특히, 자산관리 외에도 상속·증여 등 계약에 따라 무한대로 변신이 가능한 신탁은 100세 시대에 ‘유용한’ 안전망으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국내 신탁 시장은 여전히 각종 규제와 업계 간 이해관계로 온전히 날갯짓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과연, 현재 움츠러든 국내 신탁 시장은  새롭게 비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을 듣고자 한경 머니는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 프리마 서울의 노블레스홀에 모여 전문가 3인의 의견을 들었다. 
진행 한용섭 편집장 | 정리 김수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 장소 협조 호텔 프리마 서울 02-6006-9306

[왼쪽부터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지난해 정부는 신탁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12일 ‘신탁업 제도 전면 개편’을 금융개혁 5대 중점 과제에 포함시켜 신탁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한 뒤 10월경 정기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부의 당찼던 포부가 발표된 지 1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신탁업법’ 제정은 원점에 머물러 있다.

그 배경에는 신탁업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 간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크게 기인했다. 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신탁 업무 확대를 위한 ‘신탁업법’ 제정을 적극 요구해 왔다. 통상 은행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투자일임업을 하려면 신탁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신탁업법’ 제정이 불가피해서다. 로펌과 의료 서비스 업체들도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업을 하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로 인가받아야 하는데 자유로운 진입과 운용을 위해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전환하기 위해 ‘신탁업법’ 별도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를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발했다. 증권업계는 은행이 막강한 영업망을 무기로 증권사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며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론으로 응수했다. 또한 ‘자본시장법’으로부터 ‘신탁업법’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법’을 해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당국이 ‘신탁업법’ 제정을 앞두고 금투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이후에 ‘신탁업법’ 제정 자체는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도 신탁 상품 자체에 대해 ‘부자 상품’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어 신탁에 대한 세제 혜택 논의도 중장기 방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탁은 단지 부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고령화와 저금리 시대에 ‘믿을 만한’ 자산관리의 친구로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정부 역시 금전이나 부동산은 물론 부채나 보험금청구권 등 다양한 자산을 맞춤형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탁의 확장성과 유연함을 주목했다. 정부가 ‘신탁업법’ 제정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식어 갔던 ‘신탁업법’ 제정의 불씨는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1. 왜 지금, 신탁인가 
한용섭 머니 편집장(이하 한 편집장) 최근 고령화 사회 속 노후 대비와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탁의 역할에도 시선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노후 대비 신탁의 역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고 교수)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법리관계를 일컫죠.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수탁자에게 맡겨서 수탁자가 그걸 관리도 하고, 운영도 해요. 그 관리 운영의 과정에서 손실이 될 수도 있고, 수익이 될 수도 있는 산출물을 다시 위탁자에게 돌려주는 걸 신탁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신탁 상품을 금융상품의 하나로 인식해 온 면이 강한데, 신탁의 본래 기능은 오히려 재산관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이하 배 변호사) 맞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최근 제게 상담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떠오르네요. 대개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신데 평소 병원에 안 가도 될 정도로 심신이 다 건강하신 분들이에요.

그런데도 일종의 두려움들이 있으세요. 과연 자신이 언제까지 온전한 정신 상태를 누릴 수 있을지, 갑자기 치매라도 걸리게 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연금, 금융상품들을 계속해서 잘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으시죠. 이분들 대부분은 지금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자 저를 찾는 게 아니라, 생의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세요.

그래서 제게 종합적인 노후 관리를 맡기고 싶은 분들인데 ‘자본시장법’에 흡수된 현재의 ‘신탁업법’에서 변호사인 제가 신탁업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 제한이 많아요. 그분들은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종합 노후 관리를 위임하고 싶은데 저는 법률적인 자문밖에 해드릴 수 없어요. 금융업자들뿐만 아니라 법률가 등 다양한 직군에도 신탁업자로의 진입장벽을 낮춰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욕구들을 해결하도록 법률이 제정됐으면 좋겠습니다.

고 교수 예전에 저도 논문에 그런 내용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이 세무자문 또는 상속 관련 법률자문을 하면서 세무 및 상속과 연관된 신탁재산 관리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신탁업 인가를 줘야 한다’고 말이죠.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이하 배 센터장) 지난 5월 2일 금융위원회에서도 은행, 보험, 신탁, 증권, 자문 등 금융 산업 진입장벽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신탁 분야에 대해서도 유언대용신탁이나 치매신탁 등을 위한 장기 재산관리, 고령화를 위한 신탁업자들은 진입이 용이하도록 별도로 논의를 한 것 같습니다. 거대 금융기관 외에도 신뢰할 만한 로펌이나 다양한 세무기관들 등에서 다양한 신탁 전문 업자가 나오면 지금보다 폭넓게 신탁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희 은행권에서는 ‘신탁법’ 제도들을 활용해서 상품을 만들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은행에서 초기 신탁 상품과 관련, 돈이 몰리는 자산가들을 주로 모셨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1, 2년 전부터 신탁이 대중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치매에 초기 진입한 분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많은 분들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안전망으로 신탁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고 교수 두 분 말씀대로 고령화 시대에 신탁은 정말 필요해요. 가령,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계약에 따라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집행해주기도 하고,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 치매에 걸려도 은행 등 신탁업자가 관리 및 운영하고, 그것을 통해 운영수익까지 올려 돌려주면 일석이조인 셈이죠. 그런 면에서 앞으로 신탁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배 변호사 그렇습니다. 보태어 말씀드리자면 제가 신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신탁의 유연성에 있습니다. 신탁이야말로 탄력적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형식에 매달리지 않고, 뭔가 항상 넣어야 하는 요식 행위 없이 본인의 니즈에 딱 맞게 충족시키는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탁의 매력 같습니다.

한 편집장 금전신탁 외에도 지금까지 나온 신탁 상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배 센터장 가장 먼저 시작된 건 단순한 유언대용신탁부터였어요. 본인이 가진 금전, 주식, 부동산, 심지어 시니어타운의 입소보증금까지도 신탁을 통해 관리·보전하고, 사후에 주는 프로세스인데, 결국 고령화가 되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오셔서 생전의 자산관리 방법을 문의하시죠. 초창기에는 케어 트러스트라는 것으로 포괄적이었어요.

이후 최근에는 치매안전신탁과 성견후견지원신탁도 출시했죠. 치매안전신탁은 치매가 오기 전이나 치매 초기일 때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를 해 놓을 수 있어요.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지정하면 치매 판정 후 은행이 돈을 관리해주죠.

성년후견지원신탁도 비슷해요. 성년이지만 발달장애인 등 판단 능력이 없어 법원에서 성년후견 개시 심판 또는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죠. 은행이 후견인으로서 생활비를 지급하고 주요 재산을 보전·관리해주는 등 점점 더 고객맞춤형으로 신탁 상품을 개발 중입니다.

고 교수 신탁 상품 개발과 관련해서 가령 이런 문제가 있지 않나요. 우리 ‘신탁법’에서는 신탁재산의 범위를 굉장히 포괄적으로 규정해 다양한 신탁재산을 수탁 받게 해 놨죠. 그런데 그것을 신탁업으로 하려면 ‘신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이 적용돼야 하는데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신탁 가능한 재산은 ▲금전 ▲증권 ▲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권리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등) 등 7가지로만 규정돼 있습니다.

(이런 제약 탓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신탁업자로서 상품 개발을 하는 데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어, 담보권 신탁이 신탁업으로 가능하냐고 할 때, ‘신탁법’상으로 ‘없다’고 이해하겠지만, 실무에서 신탁업자들은 그것이 부동산으로 관련된 권리인가에 대해 해석상 다툼이 있어 잘 못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신탁 상품 개발과 관련해서 ‘자본시장법’에 있는 신탁재산에 범위를 포괄적으로 하는 것도 향후 과제인 것 같네요.

배 변호사 그렇습니다. ‘신탁법’과 ‘자본시장법’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죠. ‘신탁법’만 보면 ‘어, 이런 것도 가능하겠다’ 싶은 것들도, ‘자본시장법’에 막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  ‘신탁업법’ 제정, 왜 보류됐나
한 편집장 신탁의 역할이 커지는 현실에서 ‘신탁업법’ 제정도 시급해 보이는데요, 지지부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 교수 신탁업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업계 간 갈등이 크죠. 첫째로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재허용 여부가 양측의 큰 대립 요소로 꼽히죠. 현재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은 특정금전신탁으로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다 판매만 하죠.

불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특정 상품을 지정하지 않고 돈을 맡기면 신탁 회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으로 과거 은행의 주력 상품이었으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죠.

정부가 이걸 일종의 집합투자기구를 이용한 자산 운영과 동일하게 본 거죠. 당연히 은행은 ‘신탁업법’ 제정을 통해 이 시장을 다시 잡고 싶고, 증권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이것이 증권 고유의 업무인데 은행이 영역을 침해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요.

그런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업계 간 이해관계보다 더 근본적으로 집중해야 할 건 금융소비자에 대한 이해예요. 가령, 은행이 다시 불특정금전신탁을 하면서 기존의 자산 운용 상품보다 더 좋은 새 상품을 만들면 그것이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신탁업법’ 제정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국회의 문제도 있다고 봐요. 금융위에서 신탁업이 기타 분야에 비해 계속 후순위로 밀리면서 지금까지 처리가 안 됐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도 여기에 관심이 적은 듯합니다.

배 변호사 맞습니다. 신탁이란 단어 자체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생소하진 않지만, 여전히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저 특정금전신탁만 익숙하지 우리가 신탁을 통해 우리의 생활이 풍요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전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런 사회적 인식도 ‘신탁업법’ 제정에 탄력을 주지 못하기도 하는 듯해요.

배 센터장 실무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가령,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 하면 그간 돈 많은 사람들의 도구로 취급돼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 업무를 꾸준히 하다 보니 꼭 맞춤형이 아니더라도 매스형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지난해 언론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데 최소가입금액 기준을 낮추고 월 납입금 1만 원짜리 신탁 상품을 내놓기도 했고요. 이제는 그런 돈들이 돈 많은 사람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내가 돈 1000만 원, 2000만 원을 넣더라도 그 돈이 내가 원하는 곳에서 관리해주는 데 방점을 찍는 거죠. 물론, 지금 현실에선 그런 상품들은 특정금전신탁으로 별도로 운영해야 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가령, 이런 분들이 1만 명, 1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가정을 해봐요. 그분들 중에 ‘왜 은행에서 (이 돈을 운영해) 1.4% 기본 금리만 주느냐’, ‘합동으로 돈을 모아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별도의 상품으로 2, 3%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요구들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배 변호사 적절한 지적이십니다. 제가 가정법원에 재직하면서 성년후견 제도를 많이 연구해 왔습니다. 성견후견 제도의 중요한 포인트는 신상과 재산관리인데요, 사람들마다 다 그 목적과 바라보는 생각이 다르더군요. 그러던 중 제가 미국에서 SNT(Special Needs Trust, 특별수요신탁) 제도를 듣게 됐습니다.

이 제도는 앞서 배 센터장님 말씀대로 작은 돈들이 모여서 하나의 신탁으로 운영되고, 그것이 법이 정한 특별한 목적에 쓰인다면 그 돈은 본인의 재산으로 카운트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장애인 수급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던 중 이 사람을 돌봤던 친척 이모가 사망하면서 “조카가 (정부에서 나오는) 수급은 계속 받되, 자신이 물려준 돈으로 5년의 한 번씩은 여행도 가고, 중병에 걸리면 의료비도 쓰길 바란다”며 특정한 목적을 두고, 신탁에 자신의 돈을 맡긴 거죠. SNT라면 조카는 정부의 수급을 받고, 금액이 남으면 국고에 들어가거나 그 사람이 지금껏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 수급자금을 공제한 나머지만 본인의 사유재산으로 상속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미국에 있다는 것을 듣고 가슴이 뛰더라고요. 왜 우리나라엔 이런 제도가 들어오지 못할까 싶었죠. 오히려 이런 신탁 제도들이 활용되면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좀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테고, “장애인들에게 왜 특혜를 주느냐”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자유롭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집합신탁’ 제도가 마련돼 다양한 형태의 돈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 교수 저도 동의합니다. 불특정금전신탁이란 결국 집합운영, 합동운영을 전제로 하죠. 집단운영이 허용돼야 불특정금전신탁도 허용됩니다. 말씀하셨듯이 소액자금을 운영할 때 이 집합운영이 필요합니다. 저도 공부해보니 미국, 호주, 일본에서는 이미 소액자본인 경우에 합동운영, 집합운영을 허용하고 있네요. 우리는 왜 허용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배 센터장 일각에서 합동운영을 은행이 하면 해당 시장을 마치 은행이 다 독식할 것 같은 기사를 많이 봤습니다. 아무래도 은행이 유언 대행이나 자산관리 기능이 강하고, 앞서 있으니 고객수가 적은 증권 쪽에서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를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고 교수 그런데 그게 전부 사실은 아닌 듯해요. 제가 아는 모 증권사의 A 신탁영업부장의 경우, 변호사이면서 신탁박사학위를 받은 분이세요. 수익률도 꽤 좋으시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증권사나 보험사도 이런 훌륭한 인재 영입을 통해서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배척하고, 반대하는 건 되레 근시안적 생각이 아닐까요.

#3. 해외 신탁에서 배워라
한 편집장
해외에서는 다양하게 신탁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국내 신탁이 더 진화하기 위해서 지향할 만한 해외 사례들이 있을까요.

배 변호사 호주의 경우 성년후견의 심판을 받으면 일정한 예외를 제하고는 그 재산이 전부 다 신탁이 된다고 해요. 가령, 100만 원이 있는 사람도, 1000만 원이나 10억 원이 있는 사람도 모두 재산이 신탁기관으로 가서 재산관리가 유지되도록 하는 거죠.

일종의 합동 관리 시스템이죠. 모두의 돈을 합동으로 전문가가 관리하니까 안전하고, 특별한 보수를 내지 않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해당 재산에 대한 수익에서 보수를 주기 때문에 원금 손실도 없어요.

‘아, 이래서 호주란 나라가 선진국 소릴 듣는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돈을 모아서 신탁의 효용성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것이 결코 돈 많은 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러웠죠. 이런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점 같아요.

고 교수 저는 다양한 신탁업자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탁 하면 다 은행을 생각하고 금융기관을 생각하는데 신탁은 우리가 논의했듯 운용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죠. 특히, 고령화사회에서는요. 따라서 금융기관만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양한 수탁업자들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세무법인은 물론이고, 소위 얘기하는 부티크 신탁업자들이 나오도록 인가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아시겠지만 신탁 회사는 운용형 신탁사, 관리형 신탁 사로 나뉘는데 관리형은 수수료만 맡는 거니까 적은 자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는 그렇게 안 되죠. 종합투자신탁업이나 금전신탁만 해도 각각 자기자본 250억 원, 130억 원이 필요하니까요. 문제죠. 그 문턱을 낮춰서 다양한 신탁업자가 출현하면 신탁업에 대한 마케팅, 영업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시장 자체로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 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단독적인 신탁업자도 중요하지만 일본 같은 신탁대리점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독립투자자문업자(IFA)처럼 독립적인 사람들이 가면 좋지만 신탁이 어느 순간 지나치게 경쟁하고, 신뢰를 잃으면 안 되니까 상호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균형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것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면 일본의 신탁대리점처럼 금융기관이 하되 각각의 대리점 제도를 줘서 금융이 책임을 지면서 확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엔 작은 세무기관, 로펌도 들어가서 서로 유기적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4. 국내 신탁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한 편집장 그렇다면 현재 신탁이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 교수 무엇보다 금융당국인 금융위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신탁법’을 2011년 전면 개정할 때는 법무부가 주관부처이기에 신탁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법학자,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일정 기간 활동하고 그걸 토대로 법을 만들었어요. 물론 일본 신탁법을 기본으로 했죠. 그런데 금융위에서는 이 분야 담당과가 자산운영과인데 그 인력에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외부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해요. 법무부처럼 신탁업법위원회를 조직해서 내실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비단, 금융위도 현안이 있을 때 TF를 만들긴 하는데, 저도 활동해보니 법률가 얘길 적극적으로 반영하질 않더군요.

금융위가 이 부분에서 좀 더 오픈마인드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적극 수렴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재차 지지부진할 겁니다. 결코 한시적인 TF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으로 지속 가능하게 추진할 구성체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법안이 추진돼야 국회도 설득할 수 있고, ‘신탁업법’ 관련 입법 순위에서 더 이상 후순위로 밀리지 않게 될 겁니다. 

배 센터장 홍보도 필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특정금전신탁이 아니라면 장기 자산관리 계획에 대해서는 몇 가지 예외를 두고 홍보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좀 완화했으면 합니다.

배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신탁 하면 으레 돈 많은 사람을 위한 제도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안타깝죠. 저희가 주장하는 신탁은 재산이 완전히 공개되기 때문에 그 재산이 신탁으로 상속되면 당국도 투명하게 과세할 수 있어요.

배 센터장 그렇습니다. 실제로 신탁업계에 종사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사회의 목적성 사업에 맞는 신탁일 경우 세제 혜택을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아베 정권의 경우, 고연령층 금융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함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교육자금증여신탁에 대해 1500만 엔까지 ‘특별조세특례법’으로 지원합니다.

결혼이나 양육 경우, 1000만 엔까지 주고요. 이처럼 조세와 사회의 목적성을 결합하는 선순환 구조라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도 이미 경도인지 장애자 200만 명, 치매 인구 7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분들이 가진 재산을 가령, 치매안심신탁에 넣었다고 해보죠.

최소한 그 돈은 자녀들 사업 자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지죠. 그 돈의 일부만 세제 혜택을 주면 국가가 그들을 위해서 치매 치료 목적으로 들어가는 재원(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정책 부합적인 것들은 세제 혜택을 좀 줘도 좋을 듯합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상법과 금융법을 전공했으며 한국은행과 김앤장법률사무소, 건국대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대 금융법무과정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금융투자를 전공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친족상속법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신탁부 팀장)으로 부동산 트러스트, 성년후견지원신탁 등을 론칭했다.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고려대 법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사법시험 35회에 합격, 21년간 법원에서 재직했으며 서울가정법원 근무 당시, 가사전문법관(부장판사)으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양육비산정기준표를 제정해 공표했다. 2017년에는 여성가족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현재는 법무법인 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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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6-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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