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인생설계 안전판, 신탁의 활용'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신탁이 저금리·고령화 시대의 만능 자산관리 툴로 주목받고 있다. 생전에는 자산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집사 역할을, 그리고 사후에는 원활한 상속 툴로 기능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무엇보다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남은 가족들 간 재산 다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special] “분쟁 없는 증여·상속, 신탁의 재발견”
신탁은 재산권을 가진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이전하고 수익자를 위해 그 재산을 관리, 처분, 운용하도록 하는 삼자 간 법률관계를 기반으로 한 제도다. 과거 중세 유럽에서 기원한 제도로 전장에 나가는 가장의 유고 시를 대비해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마련된 장치가 발단이 됐다.

이후 지금의 신탁 제도는 안전한 재산 보존 기능뿐 아니라 위탁자 사후의 탄력적 상속 설계가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진화했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인생설계 안전판, 신탁의 활용’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상속 과정에서 가족들 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신탁이 가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국내 신탁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금융사다. ‘신탁법’ 개정 이전인 2010년 ‘하나 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국내 처음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한 바 있다. 특히 배 센터장은 하나은행 신탁부를 진두지휘해 온 선구자로 지난 10년간 국내 신탁 발전과 제도 개선에 일조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자필유언의 경우 유언집행자에게 상속권이 많이 부여되는데 이럴 경우 가족들 간에 분쟁이 시작되고 위조 가능성 등에 대한 검인 등 여러 법적 절차를 동반하게 된다”며 “반면 신탁은 예금 거래 과정에서 간단한 신청만으로 증인과 공증 없이 유언장의 효과를 갖게 된다”고 소개했다.
[special] “분쟁 없는 증여·상속, 신탁의 재발견”
◆ “자산관리는 물론 사회적 안전망 역할”
특히 신탁 계약의 경우 상속 집행을 수탁자, 즉 금융사가 하게 되는 만큼 기존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 이상 별도의 주장을 할 수 없으며, 제3자가 상속 집행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남은 가족들의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센터장은 “절세 역시 상속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의 재산 분쟁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부와 자식은 물론 손자 세대로까지 이어지는 탄력적 상속 설계 역시 신탁 제도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배 센터장은 “신탁은 자신의 사망 이후 아내, 자식, 손자에게까지 연속적인 상속 계획이 가능하다”며 “반면 유언상속에서는 유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효과를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탁은 성년·미성년후견지원신탁 등을 통한 ‘사회적 안전망’ 기능도 하고 있다. 성년후견지원신탁은 성년후견개시심판 또는 한정후견개시심판을 받은 발달장애인 등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상품이며, 미성년후견지원신탁은 불의의 사고 등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기 힘든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성장단계별 자금 지원 상품이다.
[special] “분쟁 없는 증여·상속, 신탁의 재발견”
배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 사례의 경우 가족을 잃고 홀로된 아이가 있었는데 후견인은 고모였지만 정부 보상금에 대해서는 신탁으로 관리하도록 지정했다”며 “보상금의 경우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일정 수준의 생활비만 지급되도록 하고, 나머지 금액도 아이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20세와 25세에 절반씩 나눠 지급하도록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자산 증식 툴로써 대표적 사례도 제시했다. 배 센터장은 “하나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리신탁을 하고 있는데, 일례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근처 S빌딩의 경우 수익률이 낮아 신축 등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은행 측은 건축비 투입 이후의 수익률에 대한 사전조사 및 이후 상속 과정에서의 세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신탁을 활용한 서울·경기 지역의 상당수 건물들은 여러 법적 문제 해소는 물론, 공실률 하락, 임대수익 상승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부동산 관리신탁의 경우 고령화 추세와 맞물리면서 고연령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건강 등의 문제로 건물 관리에 소홀해지거나 임차인을 직접 상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관리가 용이하지 않을 경우나 건물을 상속받은 자녀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관리신탁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은 소유권만 보전하고 나머지 관리, 처분은 위탁자가 전적으로 처리하는 상품과 임차관리, 자금관리, 시설관리 등 업무 수행별 고객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구성된 맞춤형 신탁관리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
[special] “분쟁 없는 증여·상속, 신탁의 재발견”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59호(2018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