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1 총론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 리더(leader)의 사전적 정의다. 누구나 좋은 리더,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좋은 리더’를 한 마디로 풀어내기란 영 간단치가 않다. 과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big story]좋은 리더는 ‘슈퍼맨’ 아닌 ‘경청맨’
리더는 조직의 나침반이다. 리더의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이 나아갈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명한 리더십 연구자이자 <아메리칸 제너럴십>의 저자인 에드거 퍼이어(Edgar Puryear)도 리더십의 요체는 의사결정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말처럼 조직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며 의사결정의 방향에 따라 조직의 존폐가 결정된다. 따라서 리더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차 강조돼 왔다. 해마다 서점에는 리더에 관한 책들이 빽빽이 출판되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리더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에서 리더(leader)를 검색하면 무려 10억3000만 개가 넘는 결과가 나오고, 리더십(leadership)과 좋은 리더(good leader)는 각각 6억5300만 개, 8억5700만 개 이상의 결과물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취업 포털 사람인이 2016년 성인남녀 11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책임감’이 전체 응답자의 2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판단력’(20%), ‘소통 능력’(17.3%), ‘통찰력’(10.9%), ‘전문성’(7.1%), ‘포용력’(5.5%), ‘추진력’(4.9%), ‘솔선수범’(4.1%) 등이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로 꼽혔다.
[big story]좋은 리더는 ‘슈퍼맨’ 아닌 ‘경청맨’
반대로 리더로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에는 ‘독불장군 등 소통 부재’(37.6%)가 첫 번째로 지목됐고, 그 뒤를 ‘게으르고 무책임함’(19.7%), ‘목표와 방향의 부재’(15.4%), ‘편파적인 시각’(6%), ‘낮은 전문성’(4.1%), ‘낮은 도덕성’(3.9%), ‘허풍’(3.2%), ‘공감 능력 결여’(3.1%) 등으로 나타났다.
즉, 좋은 리더는 일과 조직에 책임감을 갖고,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소통 능력), 의욕과 사기를 북돋워주고(포용력),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솔선수범) 자세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리더가 슈퍼맨처럼 다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되기란 녹록지 않다. 또한 모든 상황과 시대를 관통하는 리더십 전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지전능한 리더를 지향하기보다는 환경적 상황이나 조직과 구성원의 성숙 단계, 일의 특성 등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되레 현실적이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인 피터 드러커도 “모든 환경에 들어맞는 리더십 역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리더라면 각자가 당시 처한 상황과 주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big story]좋은 리더는 ‘슈퍼맨’ 아닌 ‘경청맨’
박항서가 보여준 리더십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기보다는 진정성이 선수들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철저히 베트남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려고 했습니다.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선수들을 진심으로 대했을 뿐입니다.”

지난 9월 17일 국회세미나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 말이다. 올 한 해 가장 빛나는 리더십을 보여준 한국인을 뽑으라면 단연 박 감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전 축구(U-23) 준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데에는 좋은 성적뿐만 아니라 ‘파파(아버지) 리더십’의 힘도 컸다. 박 감독이 치료를 위해 대회 도중 떠나는 선수를 따뜻하게 포옹해주거나 물리치료실을 찾아가 선수의 발을 직접 치료해주는 모습 등이 공개되면서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안긴 것이다. 리더의 전문성과 진정성, 스킨십을 활용한 소통, 그리고 솔선수범까지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리더도 이젠 코칭이 필수
“리더라는 자리가 욕먹기는 쉬워도 칭찬 듣기는 어려운 자리인 거 같아요. 매일 일과 사람에 치이죠. 예전에는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팀을 이끄는 입장이니까 팀원들이 하는 일까지 다 꼼꼼히 챙겨야 하죠. 또 부하직원들이 절 믿고 따라오게 하려면 제가 꾸준히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죠.”

얼마 전 한 온라인 매체의 수장이 된 A편집장의 이야기다. 실제로 A씨 말고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몰려드는 업무와 부하직원들과의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들이 많다. 대개 기업에서는 ‘함께’라는 특성보다는 ‘성과’에 방점을 두고 리더를 선정하기 마련이다. 즉, 고과가 좋은 사람들이 리더로 승진돼 왔다.

물론, 이 중 몇몇은 리더 기질을 타고나지만, 많은 리더들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쳐야 하는지, 역량과 성향이 다른 구성원과 어떻게 함께 성과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원래 그런 역량이 있었던 리더들이라 할지라도 성과에 대한 압력이 강해지고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자신의 자질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리더십 코칭이다.

실제로 최근 리더들을 위한 전문 리더십 코칭기관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교육컨설팅 전문 회사 ㈜하우코칭의 현미숙 대표는 “다니엘 골만은 ‘리더십은 다른 사람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예술(art)’이라고 했다”며 “즉, 리더는 혼자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육성하며 ‘함께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리더는 없다. 이것이 리더에게도 전문적인 리더십 코칭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리더십 코칭은 주로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리더가 스스로를 제어하는 스킬(유연성, 전문성,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1:1의 관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스킬(관계 구축, 신뢰감 구축, 영향력), ▲1:N 및 조직 차원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스킬(팀 빌딩, R&R, 육성 및 위임, 성과 관리, 조직문화, 학습조직, 스토리텔링 기술 등)을 함양하는 과정 등으로 이뤄진다.

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결론이 아니라 빠른 프로토콜을 만들고 필요한 국내외 자원을 잘 연결하고 모호성에 대해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와 이론에 예민하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 누구하고도 협업 조정(co- work/coordination)을 통해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성, 그리고 어설픈 아이디어 및 무모한 도전을 하도록 심리적 안정성(psychological safety)을 만들어내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2호(2018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