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현정 미래센터 대표]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평소 미래학 도서를 즐겨 읽는다고 한다. 미래학 책에는 장기적인 흐름에 대한 힌트가 제시되기 때문에 투자의 이정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작은 징후에 지나지 않지만, 곧 도미노처럼 전 세계로 퍼질 ‘메가 트렌드’를 인지하는 것은 미래 준비의 좋은 출발점이다.
[big story] ‘상상 시나리오’로 미래를 대비하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 흐름은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관심이 없거나 남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래 주도권을 쥐려면 미래를 이해할 뿐 아니라 미래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점집을 찾아가지 않고 나와 연관된 미래를 훤히 볼 방법은 없을까. 점집보다 용하고 저렴하게, 미래를 논리적으로 준비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소개한다.

미래 상상 시나리오를 작성하라
나와 미래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학에서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로 미래 불확실성이 클 때 두 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안적 미래를 엿보는 것이다. 희망하는 미래뿐 아니라 원하지 않지만 발생 가능한 미래도 검토해 미래를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또한 위험의 징후를 간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기업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숍을 진행하면 조직 구성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편견 없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나리오적 사고방식을 함양할 수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쉽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단계 상상 대상을 정한다.
상상 대상은 나에게 미치는 미래 영향력이 크고 불확실성이 큰 주제가 좋다. 좁은 주제를 선정할수록 더 구체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이때 시기와 주제를 결합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모빌리티 플랫폼(mobility platform: 이동하는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 스쿠터 등 이동수단을 연결하는 플랫폼) 또는 택시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2025년에 택시는 어떤 모습일까?’와 같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

2단계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2개 변수를 정한다.
상상 대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이 크고, 불확실성이 큰 이슈를 변수로 정한다. 예컨대 택시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불확실성이 큰 ‘승차 공유 규제’와 ‘택시 서비스 품질’ 두 가지를 변수로 삼을 수 있다.

3단계 2×2 매트릭스를 그리고 각 변수를 축으로 삼는다.
[big story] ‘상상 시나리오’로 미래를 대비하라
4단계 네 가지 미래 방향을 상상하고 제목을 정한다.
1안. 승차 공유 규제 강화×높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융성하는 택시
2안. 승차 공유 규제 완화×높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완전 경쟁에서 진화하는 택시
3안. 승차 공유 규제 완화×낮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사라지는 택시
4안. 승차 공유 규제 강화×낮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고객 불만이 큰 정체된 택시
[big story] ‘상상 시나리오’로 미래를 대비하라
5단계 구체적인 상상을 작성한다.
각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하고 한 이야기 안에서 인과관계가 성립해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1안. 융성하는 택시
▶승차 공유 규제 강화×높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
2025년, 택시 서비스는 여전히 허가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성역이고, 승차 공유 서비스는 규제에 막혀 진행되지 못한다. 대신 법인택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충돌 끝에 몇 가지에 합의했다.
현 택시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크다. 고객은 내가 원하는 품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이 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원한다. 사납금 제도로 인해 법인택시 기사의 수입이 적고, 이는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수요보다 택시의 공급이 적지 않다. 오히려 제때 필요한 곳에 택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이는 데이터와 규칙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정부는 법인택시 회사에 보상을 하고, 법인택시 회사는 영업을 중단한다. 법인택시 소속 기사는 정부 보증으로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서울 기준 3000만 원을 내고 개인택시 자격을 얻는다. 정부는 그 돈으로 법인택시 회사 영업권 보상액의 일부를 충당한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개인택시 기사만 운전자로 승인한다. 승차 거부가 불가능하도록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는다. 이동 빅데이터를 통해 제때 필요한 곳에 차량을 효과적으로 배차한다. 차량 청결도를 관리하고, 서비스 의무 교육을 강화한다. 플랫폼에서 고객이 승인할 경우, 합승이 이뤄지고 가격 할인이 적용된다.
기사가 서비스 품질 수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플랫폼에서 퇴출한다. 개인택시 기사는 월 서비스 이용료, 건당 수수료를 낸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에 광고를 부착하는 등을 통해 개인택시 기사의 월 이용료와 건당 수수료를 감면한다. 광고 회사는 택시 내에 비치된 스크린을 통해 광고가 승객에게 직접 노출된 시간, 승객이 스크린으로 제품 구매를 선택한 여부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비를 지급한다.
택시 서비스가 좋고 다양한 니즈에 맞는 틈새 서비스가 속속 출시돼 고객 만족이 매우 높다. 개인 차량을 구매하는 대신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니즈가 커져 시장이 커진다. 신규 개인택시는 늘리지 않고, 수요보다 부족한 공급은 점차 자율주행 택시로 대체된다.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 3개 사는 개인택시 기사 및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해 혁신을 만들어 간다. 이와 함께 준비해 온 자율주행 택시 운영을 시작한다.
2안. 완전 경쟁에서 진화하는 택시
▶승차 공유 규제 완화×높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
승차 거부, 난폭 운전, 청결하지 않은 차량, 비매너 등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이 폭발해 승차 공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규제에 막혀 번번이 실패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규모 자본을 투자 받아 빠르게 시장에 진출한다. 완전 경쟁 시장이 열리자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고 시장의 파이는 커졌지만, 시장참여자들이 많아 수익률은 악화한다. 모빌리티 플랫폼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수익률을 높이고, 시장에는 신규 사업자 가운데 2개 사업자만 생존한다. 개인택시 기사는 모빌리티 플랫폼 소속 기사로 이동하거나 개인택시와 플랫폼 양쪽 모두에서 활동한다.
한편, 수익성이 낮아진 법인택시 회사 역시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법인택시업계는 연합해 하나의 합작 회사를 만들어 거대 외부 자금을 투자받는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모빌리티 기술 회사를 인수해 스스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택시 회사 운영 노하우를 극대화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수요와 공급에 대응하며 차량 관리와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 신규 진입한 2개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와 함께 대등하게 경쟁한다.
3안. 사라지는 택시
▶승차 공유 규제 완화×낮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
승차 공유 규제가 완화돼 고객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서비스가 등장하자 택시는 점차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택시업계는 자체적인 서비스 개선 노력에 실패하고 택시 회사와 택시 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주장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차갑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모빌리티 플랫폼 소속 기사로 전환하고, 법인택시 회사는 하나둘 폐업해 사라진다.
4안. 고객 불만이 큰 정체된 택시
▶승차 공유 규제 강화×낮은 품질의 택시 서비스
고객 서비스 개선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는 택시업계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크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고객의 불만은 늘 새로운 사업 기회이고 승차 공유 시장은 자율자동차 시장으로 연결되는 미래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규제를 바꾸기 위한 로비를 이어가지만 단단한 벽에 부딪혀 포기한다. 그 대신에 물류를 통해 자율자동차 시장으로 진입한 뒤 자율자동차 택시 서비스를 이어간다. 정부도 어차피 올 수밖에 없는 미래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율자동차 택시 규제를 완화한다. 결국 택시는 자율자동차 택시와 완전 경쟁을 시작하다가 시장에서 밀려난다.
[big story] ‘상상 시나리오’로 미래를 대비하라
6단계 최선의 전략을 작성한다.
최고의 미래와 최악의 미래를 검토했을 때,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검토한다. 택시업계는 언제나 이기는 것은 고객의 선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공급자는 없다.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기 전에 소비자의 편익을 먼저 살펴서 그에 부합하는 혁신을 스스로 해 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정부는 택시 산업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 산업과 함께 나아갈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미래에 대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복잡한 세상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태도를 견지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려면 미래 상상력이 필수다. 다양한 대안적 미래를 만져지도록 상상하는 연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래가 불안한 당신, 네 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하라.

김현정 대표는…
미래를 상상하는 미래 디자이너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한다. 점선면에서 기업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했고,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기업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으며, 이노무브에서 신사업 개발 컨설턴트로 일했다. 저서로 <루키들이 온다>, <청년 기업가정신>, <정년 없는 프로페셔널>, <한국의 기획자들(공저)>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