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과거 사진 속에서나 접하던 ‘스모그 사태’는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희뿌연 도심 속 마스크를 둘러쓴 시민들을 마주하는 일은 일상이 됐고, 미세먼지를 잡아준다는 공기청정기는 불티나게 팔린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숲’의 경제 효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big story] 미세먼지 일상에 ‘숲코노미’ 주목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2.5㎛ 이하) 사태를 둘러싼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최근 서울시가 차량 운행 제한(배출가스 5등급), 교육시설 휴업 권고 등을 담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서울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본격 시행한 것도 같은 일환에서다.

서울시는 차량 운행 제한 조치로 하루 평균 약 1553kg의 초미세먼지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해당 차량 소유자들은 운행 중단에 따른 생계 애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철거, 굴토 등 각종 공사장의 공사 기간도 단축 및 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관련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세먼지, 치매 발병·사망률에 영향
문제는 이 같은 차량 운행 제한 등의 경우 적지 않은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가 내부 요인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1월(11~15일)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의 경우 평균 75%가 국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고농도 미세먼지 상태는 ‘나쁨’ 수준 농도가 5일간 지속된 가운데 12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일평균 ‘매우 나쁨(75㎍/㎥ 초과)’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미세먼지 공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5년여 전 중국발 미세먼지 스모그가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다.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함께 한·중 협력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초에도 도시숲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중 도시숲과 미세먼지 대응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대한 노력과 함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미세먼지가 국민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세먼지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집합체로 이미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포까지 도달해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급성 피해로 인해 기관지 확장제 사용률은 3.1%, 기침 3.6%, 하기도 질병 3.2%, 호흡기 질환 관련 입원율 0.8%, 사망률 0.7%씩 증가시키고, 만성적으로는 기관지염 29%, 사망률은 10%가량 치솟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우울증, 불안장애,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하며, 치매나 자살률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임산부가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태아의 신체 성장과 뇌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 대학팀이 65~79세 여성 364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 여성이 낮은 지역 여성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는 81%, 치매 발생률은 92% 가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도시숲, 에너지 절감 등 경제 효과 ‘수천억’
이처럼 미세먼지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는 ‘인공 강우’ 실험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인공 강우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둘러싼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데다 일시적 개선에 그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도시숲’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도시숲은 생태계 보호뿐 아니라 폭염 저감 등과 같은 에너지 절감 효과와 함께 도시민들의 정서적 안정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은 일찍부터 도시숲 관리에 대한 주요 원칙과 목표를 확립하고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한 계량화, 그래픽화에 적극 나서왔는데, 서던캘리포니아대가 미세먼지 농도와 시민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에 미치는 도시숲의 경제적 효과는 매년 5억 달러(약 5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농무부(USDA)의 도시림 조성 및 관리 계획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도시숲은 연간 주거지의 에너지 비용을 약 690만 달러 줄이고, 보상 가치는 17억 달러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역시 전 국민의 92%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며 높은 도시화율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기후온난화 여파 역시 지난 100년간 섭씨 1.5도 상승해 세계 평균(0.76도)의 2배에 육박해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도시림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산림청 주도하에 ‘한국형 도시숲’ 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만㎡의 숲은 연간 미세먼지 46kg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 168kg을 흡착·흡수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미세먼지 46kg은 경유차 27대가 1년간 내뿜는 미세먼지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도시숲의 부유먼지와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각각 25.6%, 40.9%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숲은 이 같은 경제적 효용뿐 아니라 도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위안 등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가가치도 제공하고 있다. 도시의 각종 공해와 소음, 교통 체증 등의 다양한 환경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숲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숲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주거지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으며 도시숲이 이런 현대인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치유의 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ig story] 미세먼지 일상에 ‘숲코노미’ 주목
[big story] 미세먼지 일상에 ‘숲코노미’ 주목
[뉴욕 센트럴파크 전경(위)과 유한킴벌리 생태타워 모습.]

국내 기업들도 ‘숲 조성’ 사회공헌 활동
숲의 사회경제적 효용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숲 가꾸기 사회공헌 활동의 원조 격인 유한킴벌리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약 5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으며, 특히 미세먼지 역외 발원지로 꼽히는 몽골 지역에 1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가꿔 ‘유한킴벌리 숲’을 조성했다.

이 숲이 조성된 토진나르스는 과거에는 울창한 숲이 조성된 지역이었으나 두 번의 대형 화재로 사막화가 진행됐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미세먼지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 자동차와 타이어업계가 숲 가꾸기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인천 소재 수도권 매립장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나무를 심는 ‘아이오닉 포레스트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했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한강사업본부가 진행하는 ‘시민참여 한강숲 조성사업’ 업무협약 맺기도 했다. 또 금호타이어는 서울시와 함께 지난 2015년 인왕산을 시작으로 북한산 등지에 ‘금호타이어 탄소 상쇄 숲’ 조성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화도 ‘미세먼지 방지숲’을 목표로 몽골과 중국 등 국내외에서 ‘태양의 숲 원정대’ 프로젝트를 7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역시 몽골과 중국 등에서 ‘글로벌 플랜팅 프로젝트’ 활동을 15년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이 국내외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숲 가꾸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