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big story] 가족의 행복과 갈등, ‘유대감’이 갈랐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우리 가족은 통(通)하나요?
한 지붕 가족 안에서도 단절과 불통의 경고음이 적잖이 들려온다. ‘가족과 사진 찍기’, ‘가족과 식사하기’ 등 함께하는 활동이 ‘일상’이 아닌 ‘특별 행사’로 여겨진다는 요즘,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다시 태어나도 지금 가족, 86%
[big story] 가족의 행복과 갈등, ‘유대감’이 갈랐다
오늘날 결혼과 출산이라는 기본적으로 가정을 이루는 바탕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가족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2019년, 가족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첫째 질문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가족은 당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가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80명씩, 총 400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9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인주의와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으로 가족의 의미에도 변화를 예상했지만, ‘소중한 가족’의 가치는 불변했다. 모든 연령대와 남녀 불문 압도적으로 가족의 존재를 삶에서 가장 중요한 으뜸으로 꼽았다.

특히 고연령층에서 가족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비중이 더 높았다. 60대 이상에서 97.5%가 ‘가장 소중하다’라고 응답해 평균(97.3%)을 넘어섰고, 20대는 95%로 다소 낮았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가족과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86%가 ‘지금 가족과 살고 싶다’라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현재 가족에 대한 애정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남성은 89%가 ‘지금 가족과 살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은 ‘다시 태어나면 지금 가족과 살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17%로, 남성의 11%에 비해 6%포인트 더 높았다.

그렇다면 지금 가족과 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태어나면 지금 가족과 살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경제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4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배우자 문제(26.8%)와 기타(25%)를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다.

기타 의견으로는 ‘다시 태어나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이기적 성향이라서’, ‘부모·형제와 갈등’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가족의 근원, 유대감 > 경제적 안정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모든 행복한 가족들은 서로 닮은 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은 그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불행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행복한 가족의 조건은 무엇일까.
[big story] 가족의 행복과 갈등, ‘유대감’이 갈랐다
우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들은 ‘가족 간 유대감’(67.8%, 복수 응답)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남성(69%), 여성(66.5%) 모두 고른 선택을 받았다. 다음으로 많은 지지를 받은 항목은 건강(55.5%)이었다. 가족 간 유대감과 건강이라는 자산이 가족의 행복에 바탕을 이룬다는 공감대가 보인다.

경제적 안정(39.5%)을 택한 응답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도드라졌다. 여성은 44%가, 남성은 35%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경제적 안정을 꼽았다. 반면 남성은 원만한 부부관계를 중요 요소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남성 5명 중 1명(20.5%)은 ‘부부관계’를 꼽았다. 여성은 15.5%만 ‘부부관계’를 선택했다.

여기서 질문을 거꾸로 던져봤다. “가족 간 갈등의 주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역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소통의 어려움’(5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가족 간 유대감을 갖고, 원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는데, 남성이 소통을 더 중시했다. 남성은 61.5%, 여성은 52.5%였다. 반면 갈등 요인으로 ‘배우자 문제’를 꼽은 경향은 여성(12.5%)이 남성(5.5%)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가족 대화 시간, 1시간 이내 ‘76%’
[big story] 가족의 행복과 갈등, ‘유대감’이 갈랐다
하루 24시간 중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가족 간 대화 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이라고 밝힌 이는 22.5%에 그쳤다. 10가족 중 7~8가족이 배우자 또는 자녀와 1시간도 대화를 안 하는 셈이다. 10명 중 4명은 가족 간 대화 시간으로 ‘하루 30분~1시간 미만’(39.8%)을 꼽았고, 이어 하루 대화 시간이 30분 이내라는 답변이 33.5% 나왔다. 심지어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3%나 됐다.

기타 의견으로는 ‘직장 문제로 따로 살기 때문에 평일에는 대화 시간이 거의 없다’는 답변이 있는가 하면, ‘수시로 충분히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가족 간 대화가 어려운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마주칠 시간이 없어서’(3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서’(28%), ‘TV 및 스마트폰 이용 증가’(25.8%), ‘개인 시간이 중요해서’(10.5%)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의미를 두라”고 강조한다.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은 “요즘 가족들이 한자리에 마주하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부족한데, 일부러라도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 즐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기대 이상으로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예컨대 가족이 함께 시간만 보내도 정서적 안정과 성취도가 올라간다.

컬럼비아대 산하 미 약물 중독·남용센터(CASA) 연구진이 청소년과 부모 각각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가족과 함께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는 10대는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흡연 경험률이 32%, 음주 경험률은 45%가 낮았고, 학교에서 A학점을 받는 비율은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한 활동은 쇼핑, 문화생활 順
[big story] 가족의 행복과 갈등, ‘유대감’이 갈랐다
“최근 3개월간 가족이 함께한 활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쇼핑’(61.3%), 다음으로 ‘문화생활’(52.8%), ‘여행’(38.8%) 순으로 응답했다. 기타(6.5%) 의견으로는 ‘가족과 최근 함께한 활동이 없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고, ‘집에서 영화 보기’나 ‘명절 식사’ 등을 꼽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것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보기 중 가장 짧은 기간인 ‘3개월 전’을 꼽은 경우가 30%로 가장 많았던 반면, 보기 중 가장 긴 주기인 ‘2년 이내’도 27%로 다수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10년 전’, ‘아주 오래전’ 등이 주를 이뤘다.

가족의 의미와 소통지수

설문조사 기간: 2019년 4월 5일
설문조사 응답자 수: 20~60대 이상 각 100명씩 총 400명
설문방식: 모바일 설문
표본오차: ±4.90%(95% 신뢰수준)
설문기관: 오픈서베이 및 한경 머니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