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대화 막힌 가족, 소통 솔루션은
[한경 머니 = 최원호 국제청소년문화교류협회 이사장·교육학 박사]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당장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불통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서 발달이나 공감 능력, 정체성 등 자존감 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음을 학자들은 경고했다.

과연, 우리 가족은 어떨까. 소통의 흐름에 막힘이 없을까를 한번쯤은 생각해보라.
여기 건강한 가족, 행복한 가족의 소통을 위한 몇 가지 솔루션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부모의 대화법부터 정확히 진단하라

흔히 부모와 자녀 간에는 대화에 격이 없다. 가정은 그냥 편안함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하는 말과 밖에서 하는 말의 온도 차이가 확연함을 느낄 때도 있다. 학교, 직장, 사회는 인간관계만큼이나 확실한 예의나 품격이 중요하기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친절하고 다정한 게 일반적인 엄마, 아빠의 모습이다. 그런 사람이 일을 마치고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니나 다를까 삽시간에 예측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도대체 밖에서의 자상한 모습은 어디에 두고 왔는지 눈을 의심할 만큼이나 180도로 바뀐 모습 그 자체가 일상이 돼 버렸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의 이런 대화 패턴이나 행동을 보고 자란 영향은 세대를 통해 전수된다. 세대 간의 연관성을 제공하고 삶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기에 어릴 때는 피해자요, 성장해서는 자기도 모르게 가해자로 인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 항공사의 엄마와 딸들의 가학적인 말과 행동은 가정이나 회사에서조차 그 엄마와 딸의 모습이 빙의된 듯 고스란히 비쳐졌다. 그런 영향 때문일까.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랑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며, 부모들은 “우리 아이와는 속이 터져 도무지 말 한마디도 나눌 수가 없다”고 하면서 서로가 통하지 않는다고 아우성친다. 아이들마저 밖에서 만나는 친구 엄마나 아빠와는 신기하게도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고 대답도 잘하고 어찌나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한지 모른다. 이렇게 착한 아이도 마찬가지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돌변하는데 헐크가 따로 없다. 결국 가정이란 곳은 두 얼굴의 사나이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나 다를 바 없다. 아버지, 아들, 어머니, 딸, 그리고 부부 사이는 남편 따로, 아내 따로 일 수밖에 없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모여 사는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기능들뿐이다. 만일 당신이 부모라면, 지킬 박사의 저주스러운 이중성을 아이에게까지 전수해주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2. 말투를 부드럽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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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입에 발린 칭찬이라 해도 모든 것은 전하는 사람의 말투에 달렸다. 말투에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기에 내용은 속일 수 있다지만, 말투 속에 숨겨진 감정은 쉽게 속일 수가 없다.

엄마들이 독설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아이들은 어떤 제안도 거부하고 비난과 공격 모드로 돌변한다. 자율신경 자체가 반사적으로 조율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부모와 자녀 간 말투에서 이런 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심각하다.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를 때 “왜” 하고 대답하는 경우 수용보다 거부의 전투 모드로의 전환을 부른다. 하지만 “예스”라고 답하면 수용의 의미요, 적극적인 공감의 자세다. 순간 상대방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 또는 회피할 것인지 행동을 결정짓는 심리전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온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로 삶의 현장에서 그 이상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오는 사람들이다. 알고 보면 서로서로 위로하고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될 만남의 장이다. 그곳이 가정이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다. 유일하게 마음 기댈 곳이 가정이요, 부모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그들의 철없는 웃음과 말 한마디가 피로회복제요,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고 있기에 오히려 아이들이 충전소다.

3. 자녀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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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성장할수록 부모를 떠나 독립된 생활을 선호한다.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로도 당연하기에 부모와 자녀의 경계가 명료해진다. 이는 정상적인 사고와 정체성이 확립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발달 현상 중 하나다. 그러므로 무조건 순종만 강요할수록 반항과 불신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으며, 잔소리가 많아지는 만큼 아이와의 소통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어떤 말이라도 자유롭게 나누는 관계를 형성하려면 부모의 변화된 모습이 먼저다. 고지식하거나 권위주의적인 가정일수록 가족 규칙이란 이름으로 통제가 심하다. 일방적인 명령 형태의 지시와 절대 복종은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역기능적인 패턴으로 바뀌기 쉽다.
가족 구성원 간 대화는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인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은 결국 가족관계를 파멸시킬 정도로 위협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다.

부모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역할기대는 아동 발달 과정에 혼란을 준다. 주도권을 누가 잡았느냐에 따라 인물의 행동, 가족 내 위치나 역할이 바뀔 수밖에 없다. 가족 활동은 점차 사회 활동으로 확산하면서 정상적인 대인관계로 접근하지만, 그렇지 못한 역기능적인 가정에서의 성장은 부모가 행한 역할을 반복하는 악습이다.

부모에게 폭력적인 학대를 받은 경험을 가진 경우라면 대부분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내재된 공격적인 에너지를 활성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분노에 대해 통제하지 못하거나 가정 안팎에서 이중성을 보이는 행동의 배경이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녀의 소통을 위해 부모가 아닌 자녀 입장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4.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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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는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특히 엄마는 육아에서부터 청소년기의 전 생애기를 함께 부딪치며 일상을 보내다 보면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양육에 지쳐 쇠퇴할 수밖에 없다. 양육 과정 자체가 산전수전 속에 엄마 말의 절반은 욕인 경우도 많다. 아마도 아이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은 진정한 부모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비협조적인 아이 행동에 대한 일상적인 분노의 표출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와 진정한 대화의 물꼬는 어떻게 열어야 할까. 첫째,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의 지지를 표현하라. 굳이 아이들과의 대화에 열 마디의 화려한 화술이나 억지로 이해시키려는 구차한 설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부모의 생각이나 느낌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정서적인 반응의 지지를 보일 때 말과 행동의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둘째, 아이의 말을 말없이 그냥 끝까지 들어줘라.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아무 간섭을 하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준다는 자체만으로 훌륭한 경청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속이 터져 숨넘어갈 부모도 있을법하지만, 아이는 자기 말이 논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입장 바꿔서 무조건 말을 들어주면, 아이도 부모의 말을 들어줄 때가 온다. 그렇다면 백 마디의 충고나 훈계보다 대화의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따로 없다.

셋째, 가끔은 아이의 실수를 눈감아줘라. 가족 간 대화는 경찰에서의 심문과 다르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지만, 아이들은 실수투성이기 때문에 아이다. 때로는 특별히 눈에 거슬리거나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면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때로는 잘못된 사실을 말할 때는 분명하게 말하되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이다.

넷째, 감정에 상처를 남기지 마라.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고친다며 자기 생각과 다르게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감정을 쏟아부을 때가 있다. 이렇게 순간적인 감정의 방출은 듣는 이에게 칼에 베인 듯 상처를 남기며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순간적이지만 자존감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특히, 질타나 비난에 대한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앙금으로 남아 한 인생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박사는…
신학사, 문학사이며 상담심리·인성교육 전문가다. 국민교육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서울한영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고려대 대학원, 홍익대, 세종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 사단법인 국제청소년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열등감 부모>, <인성교육개론>, <인성코칭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인사이드 아웃>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