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72호 (2019년 09월)

[big story] “개·고양이도 고령화… 침 맞고 재활치료”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다리 아플 때 침을 맞고 수술 전후 한약 먹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 반려동물의 ‘20세 시대’, 개와 고양이도 한의원에 다닌다.

“아이고, 잘하네.” 올해로 14세인 하레(웰시코기)는 한방 침 치료를 다닌 지 벌써 3년 차다. 베테랑답게 치료가 시작되면 미동도 없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레의 보호자는 “첫째를 하늘나라에 보낸 후 후회가 많이 돼 반려견들의 건강관리를 알아보다가 한방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하레는 건강검진 때 디스크 증상이 우려돼 한방치료를 시작했는데 침을 맞고 나면 움직임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흐뭇해했다.

지난 8월 16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VIP동물의료센터. 이날 한방·재활의학센터에는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개’환자들의 치료 예약이 줄줄이 잡혀 있었다. 오전 10시에는 10세 밤비가 다발성 디스크와 관절염으로 침과 산소챔버, 마시지 치료를 받고 10시 30분에는 후지파행을 앓는 레오가 침과 레이저 치료를 받고, 11시에는 장요근통증이 의심되는 사랑이의 침 치료가 예정돼 있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진료 예약 현황판에는 30분 간격으로 예약이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한방재활치료를 받아본 경험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토요일 예약은 한 달 이상 밀려 있을 정도로 문의가 많다”고 했다.

이날 한방재활센터에선 만난 동물 환자들은 진료 중 하나같이 편안한 표정이었다. 수의사가 동물 환자의 몸을 고정하지 않아도 침착하게 침을 맞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사경 센터장은 “동물들을 위한 전용 침을 통해 엔도르핀, 세로토닌을 활성화해 통증을 완화해 편안함을 준다”며 “치료 중 단잠을 자는 동물들도 많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에서 다이어트까지

이곳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3월. VIP동물의료센터가 개원한 지 15년이 지나가면서 개원 초기부터 치료를 받던 동물들이 어느덧 노령 환자가 돼 특별한 돌봄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12세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했지만, 이제는 ‘20세’를 바라본다. 인간으로 치면 100세 시대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노령견으로 분류되는 10세 이상이 10.6%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령화된 동물들의 증가로 당뇨, 고혈압나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과 퇴행성질환이 늘어나고 있어 동물병원도 전문 의료장비를 갖춰 진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동물한방·재활의학센터에서는 침과 한약 치료를 비롯해 초음파 치료, 레이저 치료, 수중 러닝머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만성질환의 부작용을 줄이고 몸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돕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의료의 전문화, 고급화를 견인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동물이 병에 걸리면 수술은 해도 재활치료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반려동물이 진정 가족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치료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보호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10회 한방재활치료권이 99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서울 강남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기차를 타고 오기도 한다. 3세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는 둥실이의 보호자는 “사람도 디스크 수술 전에 보존치료(침)을 먼저 해보듯, 둥실이도 고관절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침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결 좋아져 치료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동물한방재활특화치료



고압산소 치료
챔버 내에 인위적으로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 환경을 조성하고 일정 시간 동안 고농도의 산소를 흡입해 혈액에 더 많은 산소가 녹아들도록 해 말단 조직과 장기에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 몸의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고농도의 산소가 혈액과 전신의 신체 조직에 녹아들어 통증 완화, 치매 완화, 면역력 강화, 기력 회복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중 재활치료
수중 러닝머신 치료는 물의 부력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치료를 진행할 수 있으며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 노령성 질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한 운동장애, 근육 및 근력 소실과 같은 문제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통증 감소, 근력 강화, 지구력 향상 등 안전하고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레이저 치료
레이저 치료는 통증 경감, 염증 억제, 세포 재생 등에 활용하는 재활치료다. 관절 가동 범위를 증가시키며, 관절염 등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좋다. 장비는 동물 전용 레이저를 사용하며, 레이저 선이 피부 깊은 조직까지 흡수돼 동물의 몸이 가진 고유의 치유 과정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해 회복을 돕는다.


운동 치료
피넛볼, 밸런스 디스크 등 운동 치료 기구들을 이용해 환자의 질환에 맞는 재활운동을 실시한다. 균형 감각과 유연성, 지구력 향상을 통해 근육의 강화를 돕는 치료다.


mini  ineview


신사경 VIP 한방·재활의학센터장 
“한방재활치료, 통증 완화에 효과적”


신사경 VIP 한방·재활의학센터장은 “반려동물들의 마지막까지 특별한 보살핌을 더해주려는 보호자들이 찾는 치료가 한방과 재활치료다”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1998년 설립된 미국 플로리다 한방수의학 연구소 ‘Chi institute’에서 수의한방침술자격(CVA)을 비롯해 수의한방한약, 수의한방음식치료, 수의한방추나요법까지 전 과정을 수료한 수의한방 분야 전문가다. 미국 한방교육기관인 Chi institute 한국지사장으로 국내 수의학계에 한방재활치료 보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개를 비롯해 어떤 동물이 주로 한방 진료를 받나요.
“미국이나 유럽에선 동물 중 말의 한방 치료가 주를 이루는데, 우리나라는 개가 가장 많고 고양이 환자도 있어요. 고양이는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칫 병이 날 수 있기에 억지로 붙잡고 침을 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침 치료에 거부감이 적은 고양이는 강아지보다도 효과가 더 좋은 편입니다. 개들은 특히 노령견 환자가 많고, 선천적으로 무릎 등이 아픈 강아지나 비만 관리를 위해 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한방 치료가 특히 효과 있는 질환은.
“침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어깨나 무릎이 아플 때 효과가 가장 좋아요. 사람도 70세 이상이 되면 관절염이 없는 경우가 없잖아요. 개도 15세 넘어가면 퇴행성관절염이나 신장·심장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진통제를 마음대로 못 먹는 경우에 한방재활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슬개골 탈구 등으로 무릎이 안 좋은 강아지들도 예전에는 바로 수술을 했는데, 요즘에는 수술 전에 한방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근육량이 증가하는지 체크하고 건강을 관리하면 나중에 수술을 받더라도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반려동물이 한약도 먹나요.
“내과 질환으로 한방 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침과 한약을 같이 사용합니다. 이때는 침이 20~30%, 한약이 70~80% 비중을 둡니다. 사람들도 디스크 환자일 경우 침을 맞지만, 배가 아파서 한의원을 가면 침도 맞고 한약도 꼭 처방받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동물의 한약은 사람처럼 탕약을 짓는 것이 아니라, 캡슐 형태로 먹기 좋게 처방합니다.”

한방재활치료가 비만 관리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국내 반려견들의 대략 30% 정도가 비만견으로 분류됩니다. 체중의 11%만 감량해도 관절염을 줄일 수 있어요. 비만인 반려동물은 일주일에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체중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만일 변화가 없으면 내과적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이 경우 센터에서 운동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질환을 찾을 수 있어 더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합니다.”

인상적인 치료 사례를 소개해준다면.
“2011년도에 동순이라고 홍역을 앓고 걷지 못하는 개가 있었어요. 20여 차례 한방재활치료를 받은 뒤 입양돼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노령견이라도 기력을 회복하고 휠체어 타는 법만 가르쳐도 입양도 되고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어요. 또한 노령견 환자가 많다 보니 하늘나라 갈 때까지 보는 경우가 많은데, 마지막까지 양방 치료로 무엇을 더해줄 수 없을 때 한방재활치료로 통증을 완화해주면 보호자들도 한결 마음이 좋다고 합니다.”

동물 한방재활치료의 발전 전망은.
“미국의 경우 현재 한방학과가 전체 수의대의 약 30% 비중이나 됩니다. 제가 한국지사장으로 있는 ‘Chi’만 해도 전 세계 70개국에서 7000명의 수의사가 배출됐고, 매년 600~700명이 새롭게 전문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 한방재활치료를 받던 동물이 멕시코를 가든, 파라과이를 가든 중단 없이 연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방재활치료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경험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겁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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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8-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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