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반려인구 1481만 시대, 행복한 동행은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간디는 “한 나라의 국민들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도덕적 성장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다. 반려인구 1481만 시대, 행복한 동행의 준비가 됐는가.

#1 “민물장어, 홍합 등 다양한 수산물을 담았어요.”
한 백화점이 이번 추석 선물세트 특별기획으로 내놓은 ‘반려견·묘를 위한 간식세트’는 프리미엄급 수산물로 제작됐다. 명절에 선물을 챙겨야 할 가족이 늘었다. 이번 추석에는 각 백화점들이 앞 다퉈 반려동물을 위한 이색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보다도 반려동물을 먼저 챙기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선물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2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체용 의료기기업계인 넥서스의 지분 100%를 매각했다. 2016년 동물용 체외진단기 ‘PT10V’를 공개하고 동물병원용 의료기기 시장 공략에 나선 뒤 “인체용보다는 동물용에 집중하기로 한 조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 침체에도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무풍지대’다. 아니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다. 반려동물 우울증 치료제, 펫 공기청정기, 펫 우유, 펫 수영장, 펫 호스피스까지 등 눈만 뜨면 새로운 개념의 반려동물 상품이 쏟아진다. ‘집 지키는 개’는 이제 옛말이 됐다. 개를 지키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건강 증진에 힘쓰는 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1%씩 성장해 왔다. 특히 반려동물 사료 시장(19.0%)과 의료 시장(의약품 14.8%, 병원 14.7%)의 연평균 성장률이 높았다.

현재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육아용품 시장과 엇비슷한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머지않아 육아용품 시장 규모를 추월할 기세다. 지난 2015년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2조3700억 원,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1조8000억 원이었다. 반려동물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27년 6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이러한 눈부신 성장은 ‘1인 가구’와 고령 인구의 급속한 확대와 맞물려 있다. 국세청의 2017년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시대의 수혜 업종으로 반려동물 관련이 첫손에 꼽힌다.

반려동물 용품점 사업자 수는 2014년에 비해 3년간 80.2% 증가했고, 동물병원 수도 13.8%나 늘었다. 가족 대신 혼자 사는 것을 택한 사람들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big story] 반려인구 1481만 시대, 행복한 동행은
반려동물 산업의 키워드 ‘인간화’

반려동물업계에는 이러한 반려동물 산업의 키워드로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반려동물의 인간화)’을 꼽는다.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하고 보살피는 문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유치원 원아 수는 늘지 않아도, 반려동물유치원은 ‘호황’이다. 보호자가 출근하면 반려동물은 스쿨버스를 타고 통원한다. 반려동물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놀이와 산책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반려동물의 먹거리도 ‘프리미엄’ 세상이다. 밥상에는 사람이 먹어도 되는 원료로 만든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올라온다. 동물 전용 정육점도 생겨났다. 마이펫미트 관계자는 “사람도 접하기 힘든 캥거루고기 등 진귀한 제품이 많다”고 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로 병원은 점점 전문화된다. 한방재활센터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심장, 안과, 치과 등 각기 전공을 특화한 전문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도 달라졌다.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서 관련 신상품을 선보이고,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보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동물 보험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적금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평판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진정 ‘동물의 눈높이에서 행복한 방식인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비단 ‘호화로운 소비’나 ‘과잉 애정’ 차원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반려동물의 가족화는 이별에 대한 큰 슬픔도 동반한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경우 슬픔과 죄책감 등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심하게 겪는 이들이 많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몇 해 전부터 반려동물을 잃고 가족의 사별 못지않은 슬픔을 호소하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주변인과 충분히 공유하고 애도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인생의 동반자를 뜻한다. 이제 반려동물의 입양에서 요람까지 행복한 동행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등록하셨나요?
[big story] 반려인구 1481만 시대, 행복한 동행은

반려인구 1481만 시대, 고속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동물들이 많다. 반려동물을 평소 ‘아가’라고 말하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회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해 동안 유기되는 동물은 약 8만 마리에 이른다.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화된 지 6년이 지났지만 등록된 반려동물은 지난해 14만6000마리를 포함해 130만4000마리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등록에 대해 잘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다. 정부는 9월부터 등록하지 않은 반려동물을 집중 단속해 미등록 견주에게는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할 방침이다. 반려동물 등록 방법은 내장형 전자칩, 외장형 전자칩, 인식표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동물등록 대행업체인 동물병원에서는 모든 등록 방법이 가능하고, 시청 축산과에서는 인식표로 등록이 가능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