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성언 (주)차이나다 공동대표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국내에서 그레이트 그레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이 사람. 책 <그레이트 그레이>의 저자 지성언(64) 차이나다 공동대표다. 그가 그리는 그레이트 그레이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끊임없이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는 그만의 멋진 어른 되기 노하우를 엿들어봤다.
김수정 기자 | 사진 지성언 (주)차이나다 공동대표 제공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만큼이나 지성언 대표의 필모그래피도 화려했다. LG패션에 입사해 30년 넘게 중국권에서 주재원과 법인장을 지낸 그는 퇴직 후 ‘인민망’이 기획한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나와 중국이야기> 프로젝트 첫 번째 주자로 발탁돼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중국 본토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big story]“진짜 어른은 대접 받길 포기한 사람”
[사진출처: 매거진 <전성기>포토그래퍼 오충근(스튜디오 텐) 무단복사금지]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중국어 교육 기업 차이나다에 영입돼 교육가로 변신한 그는 신개념 중국어놀이터 ‘차이나탄캠프’를 론칭, 2년 만에 7개의 캠프를 오픈했다. 중화TV <위클리 차이나우> 패널로 출연함과 동시에 대학생과 기업인들을 상대로 ‘중국 특강’을 진행 중이며, 네이버 중국판에 ‘온주상인으로부터 배우는 창업생태계’ 등의 글을 올리며 기고가로도 활약 중이다.

소문난 패셔니스타인 그는 이미 중국에서 TV광고와 화보모델로도 데뷔한 전문 모델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그레이(great grey)’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세대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더니 올해는 작가로 데뷔했다. 책 제목은 <그레이트 그레이(Great Grey)>(라온북). 부제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을 위한 안티에이징 라이프 플랜’이다. 그가 말하는 멋진 어른의 초상을 따라가 봤다.

처음 ‘그레이트 그레이(great grey)’라는 말은 어떻게 착안하셨나요.
“제가 책을 펴내기 전, 먼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 ID를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만들어낸 게 ‘Great Grey’였습니다. 어차피 저의 일상을 담게 될 테니까 제가 은퇴 후 추구하고 있는 ‘멋있게 사는 노신사’라는 개념으로 ID를 만들어본 것입니다. 은퇴를 하고 노인이 되면 사회적으로 퇴출이 되고, 별로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을 게 아니라, 멋있다 못해 위대하기도 한 노년이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것입니다.”

필모그래피가 굉장히 화려하세요. 다양한 일을 해보셨는데 가장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실 LG를 그만두던 5년 전까지만 해도 필모그래피가 단순했어요. 대학 졸업 후에 LG그룹에 입사해 LG패션(현 LF)의 중국법인장 겸 임원으로 퇴임을 한 게 전부였거든요. 되레 그 이후에 삶이 역동적으로 흘러갔죠. 한국으로 돌아온 뒤 현재 차이나다 공동대표, 중국 인민망 한국지사 고문, 바이오코즈 글로벌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TV광고모델, 남성복 화보모델 등으로 데뷔하기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선 차이나다의 차이나탄캠프 자사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그레이트 그레이> 책을 내기도 했죠. 그 외에도 대학이나 기업체 또는 문화센터 등으로부터 많은 강의 요청이 쇄도해 인생 2막을 즐거운 비명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연예인의 끼가 흐르는지 광고모델이나 화보모델을 하고, 또 인스타나 틱톡에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찍히고 있는 순간들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LG에 근무하면서도 비즈니스보다는 새로운 사무실의 인테리어 등을 구상할 때 더 가슴이 뛰었던 것을 보면 천생 예술적 감성을 지닌 ‘셀럽’이 될 운명을 타고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패션에 앞선 만큼 몸 관리도 투철하신데,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기 위해 이것만은 꼭 지켜라 하는 건강 원칙들이 있다면 3가지 정도 소개해주세요.
“책에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만, 첫째는 ‘무조건 걸어라’예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환승역 계단을 놀이터마냥 열심히 걷는 것도 도움이 되죠. 둘째, ‘하루 섭취 칼로리 총량 컨트롤의 법칙을 생활화하라’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경로우대는 10년쯤 후의 나에게 양보하라’는 거죠.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건강 유지의 비결은 방법이 아니라 견지하는 거죠. 꾸준히 실천하며 재미를 부여하고 생활화하면 건강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중장년들 상당수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해요. 대표님은 그들과 소통을 위해 평소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가요. 또한 어린 친구들과 일을 하시다 보면 피치 못할 갈등도 생기실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소통은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쌍방향이 되려면 젊은 세대에게 우리를 이해하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몸은 어쩔 수 없이 늙어도 생각은 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신조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관심사에도 관심을 갖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은 툴(tool)을 이용해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2100명 정도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 중이고, 새로 시작한 틱톡의 3000명 팔로워도 주로 초·중학교 학생들이에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할 때도 저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제가 책에 언급한 꼰대 방지 5계명을 늘 상기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넷째,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째,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매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과거 인생 1막이라고 할 수 있는 LG에서의 30년은 마치 코끼리 등에 타고 있는 벼룩처럼 안전하고 편안했지만, 행복감은 정작 LG를 그만둔 후 더 자주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새로운 직장이나 인생의 방향 등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주체가 오롯이 나 자신이 되고부터는 오히려 선택도 쉬워지고 일도 더 신명나죠. 게다가 성공률마저 높아져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더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가 진정한 인생의 주인이 된 순간부터 시시때때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장년들이 요즘 청년들에게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반대의 경우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부럽습니다. 귀로 음악을 들으며 컴퓨터 화면에 서너 개의 창을 동시에 띄우고 작업하면서 아메리카노도 마십니다. 물론, 스마트폰으론 류현진 선수의 야구도 보면서 동시에 카톡도 합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도 힘겨운 중장년층으로선 정말 배우고 싶은 능력입니다. 창의성과 도전정신도 배우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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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경우는 글쎄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청년들의 잦은 이직도 로열티(royalty, 충성) 부족이라기보단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잘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 아닐까요.

그래도 굳이 찾자면 너무 과한 문신은 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하고 싶으면 남의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살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도 내가 먼저 운동을 위해 자리를 기웃거리지 않는 한 별로 트집 잡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초긍마(초긍정 마인드)인가요?(웃음)”

유명한 패셔니스타신데, 올가을 멋쟁이 중년을 위한 패션 제안을 해주신다면.
“기존 슈트에 가죽구두를 매치했다면, 구두 대신 운동화만 매치해도 훨씬 젊은 감각을 연출할 수 있죠. 슈트를 새로 장만한다면 요즘은 조금 넉넉해 보이는 오버사이즈를 사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노안이 왔다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동그란 안경테에 다초점 렌즈를 장착하고 네온 컬러의 ‘비니’까지 준비한다면 누구나 패피(패션피플의 준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얇은 두께의 비니는 가을철 멋 내기와 쌀쌀함을 동시에 잡아주는 데 제격이죠. 참고로 제 안경은 다초점에 변색렌즈라서 따로 따가운 가을 햇볕을 위한 선글라스로 바꾸는 수고도 덜 수 있고, 노안경을 패션의 주요 액세서리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대한민국 중장년 대표 틱톡커, 100세 시대 은퇴 후 세대들을 위한 토크쇼 진행자, 그리고 100세 시대 그레이트 그레이의 진정한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 대표님이 정의하는 진짜 어른이란.
“제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어른으로 대접받길 포기한 사람’이에요. 진짜 어른과 꼰대를 구별하는 것은 결국 ‘애티튜드(attitude, 태도)’의 차이이지 않을까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3호(2019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