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살다 보면 ‘내 마음은 이런 게 아닌데’ 혹은 ‘내가 전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라고 한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을 찾을 수 없으니 속상하고, 외롭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을 만나 고민의 실체와 해결책을 들어 봤다. 사진 이승재 기자

[big story]“나답다는 건 나를 느끼며 산다는 것”
표현의 시작은 관찰과 배움이 아닐까. 무작정 글자를 쓰거나 소리를 지른다고 그것이 ‘글’과 ‘음악’이 되지 않듯, 나를 정확히 표현하려면 내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자신의 취향을 습득해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해 피터 비에리는 그의 저서 <교양수업>에서 “교양을 갖춘 사람은 관심을 가지고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그는 자아에 대한 이해를 계속 깊이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쌓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건 그저 멀고도, 추상적으로만 들린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얻고자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을 만나 얘길 나눠 봤다.

중년들 가운데는 평소엔 말도 잘하고 외향적인 분들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보란 말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감정 난독증’ 때문이죠.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잘못 읽고, 부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일컬어 ‘감정 난독증’이라고 하는데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 중년들을 오래 상담하다 보니 중년들 상당수가 감정 난독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예를 들어 보죠. A라는 중년 남자가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는 어릴 때부터 외로움이라는 건 나약한 감정이라고 배워서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무시해 버렸습니다. 결국, A씨는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그 감정이 자기 안에 있다는 걸 부정해 버렸어요. 그렇게 살다 보니 중년이 되자 외로움을 느낄 때 ‘외롭다’라고 하지 않고 ‘술이 땡긴다’고 말하게 됐죠.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술에 대한 욕구로 바뀐 셈이죠.

감정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엉뚱하게 해석하고 표현합니다. 이는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잘하고,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되레 감정 난독증에 더 잘 걸립니다.

‘항상 밝은 표정을 지어라’,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 등 세상이 자신에게 부과하는 감정 규칙을 너무 열심히 따르다 보니 솔직한 자기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감정 난독증은 중년기에 더 흔합니다. 직장 상사 눈치를 보고, 주변 사람 마음을 살피느라 정작 자기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세상 속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왜 늘어난다고 보시나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강박적으로 나를 보여 주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럴까요.
“SNS에 몰두하는 것이 사실은 세상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수 있어요. 가령,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럴 듯해 보이는지, 다른 사람에 비해서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죠. 문제는 이것에 너무 몰두하면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에 빠질 우려가 있답니다. 자기초점적 주의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외모, 행동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현상을 일컫는데,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면 행복에서는 더 멀어져요.

실제로 개인적인 임상 경험에 비춰 봤을때, 우울증 환자가 좋아지고 나면, ‘이전에 고민하던 내 문제들이 이제는 남의 일처럼 느껴져요. 괴로워도 예전처럼 거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겠지 하고 내버려 두게 돼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봅니다. 심지어 ‘예전 같으면 걱정이 돼서 막 매달리던 것이 느긋하게 여겨져서 오히려 이제는 너무 여유 부리는 건 아닌가 하고 조심하게 돼요’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사례들을 통해 우울증이 좋아지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 문제에 대한 과도한 밀착에서 벗어나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행복에서 멀어지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나다움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라고 저서에 쓰셨는데, 나다움을 잃어 가는 건 왜 불행한 것이고, 나답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하나요.
“나답게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걸까요. ‘나답다’라는 말은 쉽게 들리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따져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2가지입니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정답을 자기 밖에서 찾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나의 만족과 행복도가 타인의 인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학창시절 성적은 ‘내가 쓴 답이 문제집 맨 끝에 있는 것과 일치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직무능력은 면접관이 결정해 주고, 내 삶이 행복한지는 SNS의 ‘좋아요’ 숫자가 말해 준다고 믿고 살아 왔으니까요. 심지어 자신의 욕망에 대한 확신조차 갖기 어려워졌죠. 광고는 하나같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한시도 쉬지 않고 거짓 욕망을 주입하고 있으니 ‘나의 욕망이 진정 내 것이 맞나’ 하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해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한 목표에 이르는 것보다 남을 앞지르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다가는 생존마저 위협받기도 하죠. 그 속에서 나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데, 평범한 사람이 이런 용기를 갖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아가는 데 변치 않는 기준이 자기 자신이어야 합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잠재력을 찾아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삶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또한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면에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는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을 점검해야 합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의 습관을 교정해야 합니다.

바쁜 일상을 살다가 잠시 쉬고 있는 자신에게 ‘게을러 빠져서는. 이렇게 쉬다가 뒤처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다그치는 내면의 소리에 안절부절 할 것이 아니라 ‘쉬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겠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과거 행복했던 기억을 지금 이 순간에 다시 일깨울 수 있다면 현실이 고되어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되찾게 됩니다. 현재의 불만스러운 자기 모습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합니다. 특히 팀장급 이상 중간관리자의 경우 위로 아래로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히 낼 수 있을까요.
“우선, (상하로) 압박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과연 부하 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염려가 됩니다. 불편한 마음으로는 유연하게 부하 직원을 설득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본인이 부하 직원들에게 강한 ‘통제 욕구’를 지닌 건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합니다. 통제 욕구란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욕망입니다.

대놓고 강압하지는 않았겠지만, 강한 통제 욕구를 가진 사람은 말로 하지 않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그것이 밖으로 표현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고요. ‘아, 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뭐지. 이 답답한 느낌은 뭐지’ 하고 말이죠. 본인이 ‘나는 통제 욕구가 강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통제 욕구가 강하냐 아니냐는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의 판단이 훨씬 정확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면 그 사람은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 맞습니다. 통상 외부에서 위협적인 메시지가 오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방어 편향(defensive bias)이라는 것이 작동하게 됩니다. 방어 편향이란 개인에게 위협이 되는 정보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자동적 반응을 말합니다.

[big story]“나답다는 건 나를 느끼며 산다는 것”
쉬운 예로, 금연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강압적으로 금연을 하라고 하면, ‘내 주위에 담배를 평생 피우고도 장수하는 사람 많더라’며 객관적이지 않은 정보에 더 주목하고,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과소평가해 버립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율성을 제한한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일단 거부부터 하고 봅니다. 이것은 인간 고유의 보편적인 반응입니다.

팀장으로서 부하 직원에게 상사의 의중을 너무 심각하고 강압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면,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방어 편향이 작동하면서 팀장의 전달 사항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할 수는 있겠지만, 속으로는 거부하려는 마음이 컸을 겁니다.

특히 (조직원 전체가 동의하는 목표가 아닌) 개인의 태도를 통제하려는 리더십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의 반발만 살 뿐입니다. 이건, 부하 직원이 버릇이 없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투덜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방어 편향이 작동하게 됩니다. 단지 그것을 얼마나,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고요.

효과적으로 부하 직원을 동기화하는 상사는, 어떤 결과나 목표에 초점을 두지 않고, ‘부하 직원과의 관계의 질’ 그 자체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입니다. 부하 직원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행동 변화를 보다 수월하게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것을 관계 지향적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가 좋은 사람의 말을 더 따르게 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로 시작하는, 3단 어법을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기를 조언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야 합니다. 비록 상대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우선은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말로 표현해 주면 더 좋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회사가 어려운데, 헌신해 줘서 고맙다. 요즘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 많이 받을 텐데, 그래도 잘해 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말해야 합니다. 지시, 명령은 그것이 아무리 옳은 내용이라도, 듣는 사람에게 숙제이고, 부담을 심어 줍니다.

그러니 그것의 정서적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 주는 것이 팀장,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지요.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을 원하다’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고, 예민해지면 앞에 1단계, 2단계를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쏟아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관계 지향적 리더십은 사라지고, 성과도 떨어집니다. 팀장의 역할은 어쩌면 상사의 압박을 자신이 온몸으로 흡수하고, 부하의 불평을 자신이 다 머금고 가는 스펀지가 아닐까요.

팀장 월급의 상당 부분은, 바로 스펀지 역할 때문에 받는 겁니다. 이런 조언을 하면 ‘야, 팀장 노릇 하기 참 힘들다’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팀장은 스펀지입니다. 모든 것을 품고 가는 스펀지가 돼야 합니다. 처음부터 윗사람의 지시 사항이라고 일방적으로 내려 보내기보다는 한 번 걸러서 이야기를 하거나, 그 내용을 최대한 부드럽게 순화시켜서 전달하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부부관계 또는 연인관계에서도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럴 때는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감정 표현의 3가지 원칙을 기억하세요. 첫째, 감정을 의견처럼 말하지 않기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을 보면 ‘~ 같아요’라는 표현이 넘쳐납니다. 자기 마음을 표현할 때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우울한 것 같아요’, ‘불안한 것 같아요’라는 식이에요. 자기 마음인데도 확신을 못하면 안 되죠.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세요. ‘슬픈 것 같아요’가 아니라 ‘슬픕니다’라고 말이죠.

원하는 것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거나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자기감정을 흐리거나 ‘일식은 안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딴 사람 이야기하듯이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일식이 싫습니다’, ‘저는 칼국수가 좋습니다’라고 정확한 표현으로 감정을 나타내야 합니다.

둘째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하다’라고 말하는 습관을 길러 보세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본인의 것입니다. ‘나는 ~하다’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본인만이 내 감정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너는 어떻다’, ‘너는 무슨 마음인 것 같다’ 식의 표현은 갈등만 키웁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나와 한 약속을 잊었을 때 ‘약속도 잊어버리고, 너는 왜 그렇게 무심하니’가 아니라 ‘네가 약속을 잊어서 나는 속이 많이 상했어’라고 하는 겁니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하지만,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듯 말하지 마세요. 상대는 공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상대가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그 사람이 결정할 몫이지, 내가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은 이러저러하다’라고 간단히 이야기하면 됩니다. ‘나는 오늘 칼국수가 정말 먹고 싶어요. 칼국수 먹으면 일식 먹는 것보다 돈도 아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면, 내 감정도 충족되고, 상대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겠죠.”

표현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정서 능력을 기르세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일기를 쓰는 겁니다. 규칙적으로 내 생각이나 느낌을 쓰는 건 몇 시간 동안 심리 치료를 받는 것만큼이나 좋답니다. 둘째로는 정서적 어휘를 늘려 보세요. 많은 이들이 감정을 느끼는 데 힘들어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사실은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를 갖고 있지 않은 셈이죠. 셋째는 나의 감정을 주기적으로 돌아보세요. 우리는 너무 바빠서 감정을 귀찮아합니다.

감정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매일 규칙적인 시간을 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고통스런 감정을 곱씹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즐거움, 만족, 흥미로움 같은 감정을 돌아보세요. 긍정적인 감정을 기르면 부정적인 감정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또한 정서적으로 현명한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우리는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과 정서적으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정서적 성숙을 도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매우 정직하고 솔직해질 수 있는 지지 집단을 만드세요. 당신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에서 정서적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답니다.”

[big story]“나답다는 건 나를 느끼며 산다는 것”

나를 잊고 살아 온 중년들에게 백세시대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취향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요.
“온전히 자신을 느끼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매순간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의 감각들을 민감하게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나답게 산다는 건 나를 느끼며 산다는 뜻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레이더를 펼치고,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기쁨을 만끽할 수 있고, 그래서 감동할 때 진짜 자기를 자각하게 됩니다. ‘아, 나는 이런 것에 활력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죠.

날아갈 듯 기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런 욕망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게 됩니다.
감성을 일깨우기 위해 예술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진짜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억눌렸던 감정을 세상에 드러내 보일 수 있죠. 솔직한 감정을 예술로 덧칠해서 드러낼 수 있으니 자기감정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순수하고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건 오직 예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문학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미술을 감상하거나, 영화를 봐도 좋고, 스스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필사를 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지만, 컬러링북을 활용해도 됩니다. 음악을 연주해도 되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 봐도 좋겠습니다.”

김병수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년 여성의 우울, 마흔의 사춘기 등
한국적 특성에 기초한 세대별, 상황별 아픔에 주목한다. 이를 주제로 <버텨낼 권리>, <감정의 색깔>, <사모님의 우울증>,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등 여러 책을 출간했으며 다양한 매체 출연과 강연, 칼럼 등을 통해 대중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교수로 근무했고, 같은 병원 건강증진센터의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진료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한국정신신체의학회,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