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해가 바뀌면서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 전조가 올 초 시작된 부동산 경매 시장의 열기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에게 최근 경매 시장의 분위기와 경매 투자의 노하우를 들었다.
[Realty Interview] “연초 경매시장 열기 후끈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 뛰어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였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직후 지인의 소개로 경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경매 절차와 제도가 투명하지 않던 때라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부동산 물건을 분석하고 서류를 검토하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았다.

당시는 부동산중개법인이 경매 시장을 주도하던 때라, 그도 중개법인인 유승컨설팅에 입사해 경매를 배웠다. 첫 입찰부터 낙찰을 받는 등 남다른 물건 분석으로 인정을 받은 그는 입사 1년 만에 대표에 올랐다. 이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부 실장을 거쳐 2011년 경매전문 컨설팅사인 EH경매연구소를 창업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한 강 대표는 현재 경매와 강연과 칼럼 기고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낙찰 받은 건수만 500여 건이 넘는 그에게 최근 경매 시장의 흐름을 들었다.


500건 이상 낙찰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부동산이었나요.
“토지부터 단독주택, 공장, 아파트 등 다양합니다. 시대에 따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부동산을 주로 낙찰 받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아파트 대세 상승기에는 아파트를, 참여정부 시절에는 토지가 인기여서 토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부동산이 인기가 있습니까.
“경매 시장은 일반 부동산 시장과 비슷한 트렌드를 보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었잖아요. 경매 시장에서도 수익형 부동산이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중에서도 상가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법인 고객 중에서는 공장이나 업무용 건물을 원하는 분도 계시고요. 경매에 나오는 부동산의 절대다수가 주거용 부동산이다 보니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꾸준한 편입니다.”


경매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그런가요.
“경매법원을 가보면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경매에 관심 갖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사실 경매 시장에서 1, 2월은 1년 중 가장 비수기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외예요. 1월부터 경매 시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지금의 열기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보는 이에 따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활기가 시작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직은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해요. 경험으로 보면 전체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할 경우 경매 시장의 열기는 두 달 이상 가지 못했습니다. 2월 말을 고비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거기에 있습니다. 만약 2월 이후에도 열기를 이어진다면 좀 더 열기를 이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경매 시장 자체만으로는 전체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매 시장이 살아나려면 전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죠. 부동산 시장이 살려면 국내 경제가 살아나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경매에 참여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이 시기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도 동부지원 경매법정에 다녀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렸더군요. 제 생각에는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경쟁이 과열되면 경매가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최근 낙찰받은 물건을 보니까 경매가율이 100%를 넘는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경매에 나온 삼풍아파트를 한 분이 100% 넘는 가격에 낙찰 받아 가더라고요. 지난 연말과 올 초 달라진 점 중 하나가 100% 넘는 낙찰가를 쓰는 분들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그분들도 투자 계획이 있을 텐데요, 경매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매에도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이 크죠. 모든 사람이 참여를 주저할 때 참여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경매 하면 ‘권리분석’부터 떠올리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물건 분석입니다. 지난달에 은마아파트 102.3㎡가 7억50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같은 아파트가 1년 전에 6억7000만 원에 낙찰됐는데, 그때는 그 가격도 비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1년 만에 8000만 원이 올랐어요. 권리관계도 깨끗한 물건이고요. 경매 교육기관에 가면 유치권 등 특수한 걸 찾으라고 하고, 주거용 부동산은 이제 기회가 없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주거용 부동산에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지난해 경매에 나온 신건만 11만9166건입니다. 그중에 제가 본 게 1000건이나 됐을까요. 직접 경매에 나서는 건 당연히 그보다 적죠. 경매를 업으로 하는 저도 그런데, 일반투자자들은 오죽하겠어요. 남들이 안 보는 물건이 그만큼 많다는 말입니다. 그건 곧 기회죠.”


어떤 식으로 경매에 참여해야 합니까.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경매 시장은 무임승차였습니다. 낙찰만 받으면 가격이 올랐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낙찰을 받아도 가격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경매 참여 시점을 조율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평가액에서 20% 할인 가격에 최초 경매가가 책정됩니다. 그런 만큼 기다리지 말고 경매에 나서야 합니다. 저야 직업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매법정에 가지만 일반인은 먹구름이 몰려오면 외출을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가 그런데 일반 투자자라면 2월 말까지 시장을 보고 3월에 참여해도 늦지 않습니다.”


앞에서 요즘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이 인기인가요.
“고객의 성향에 따라 다양합니다. 상가, 오피스텔을 원하는 분도 있고, 구분 상가를 원하는 소액투자자도 있고요. 건물은 5층 이하, 20억 원 수준을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건 자체가 많지 않아요. 최근에 고려대 근처에 단독주택이 경매로 나왔어요. 재력가가 살던 곳이라 마당도 넓고 건축면적만 660㎡였어요. 학교 앞이라 원룸 두 개를 짓기에 맞춤인 곳이었죠. 25억 원에 낙찰을 받았는데 그런 물건은 1년에 한두 건 나올까 말까합니다.”
[Realty Interview] “연초 경매시장 열기 후끈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높은 전세가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을 듯한데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젊은 분은 2억 원 언저리, 나이 드신 분은 7억 원 수준의 아파트를 원하세요. 강남에 10억 원대 주거용 부동산을 원하는 고객은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그 돈이면 상가를 사지 아파트를 사겠다는 분은 없어요. 경매 시장에서 주거용 부동산의 대세는 ‘2·3·8 법칙’ 안에 있습니다. 두 번 이상 유찰되거나 금액 3억 원, 면적 85㎡ 이하의 물건이죠. 이런 물건은 경쟁이 치열해서 평균 낙찰가율이 98%에 이릅니다. 반면 9억 원 이상, 165㎡ 이상은 기본이 두 번 이상 유찰됩니다.”


토지 시장은 어떻습니까.
“토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2007년 이후 가격이 가장 많이 빠진 곳이 토지 시장이거든요. 실수요자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격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시장 참여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경매는 개별 물건분석이 우선입니다. 일반적인 낙찰가율만 보고 덤벼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전체 시장의 흐름을 보고, 자기가 원하는 물건의 조건을 구체화한 후 낙찰에 임해야 합니다. 수익형 부동산이라면 직접 장사를 할 건지, 세를 놓을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선 다음 경매에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