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CIO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SEI인베스트먼트 투자애널리스트, 한국투자신탁운용 국제부 조사역, 이스턴타이거 펀드 공동 펀드매니저 등을 거친 투자 전문가다. 2013년 3월부터 베어링자산운용 CIO를 맡고 있는 박 전무에게 투자의 지혜를 구했다.
[MARKET LEADER] “국내 주식형 펀드 유망…북한 격변 가능성 배제 못 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는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미국의 테이퍼링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테이퍼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실시한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 양적완화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신흥 시장은 내수 진작과 자산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의 규모를 줄여 가고 있으며, 글로벌 자금의 흐름에도 커다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흥국은 자본 유출을 겪으면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다. 박 CIO는 “특히 5대 취약국(Fragile 5) 등 만성적인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많지 않은 신흥국의 경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그러나 현재 신흥국이 겪고 있는 위기가 한국과 중국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7%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탄탄한 외환보유고 등 선진국에 버금가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혼조세를 이어가던 3월 초,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본사에서 박 CIO를 만났다.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자산관리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베어링자산운용에서는 고객에게 어떤 포지셔닝을 권하시는지요.
“전례 없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소위 부침(ups and downs)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는 국면이 아니고 최소한 개선돼 가는 모습이므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관점은 이미 증시에 많이 반영됐고, 지난해부터는 소위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산이 이동되는 글로벌 로테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선진국 주식은 금융위기 이전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채권 시장금리도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과 신흥 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증시는 그다지 수혜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뒷받침이 되고 있진 못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밸류에이션 수준이나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볼 때 중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증시가 질적인 성장을 기치로 내세우며 재평가가 이뤄지진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중국의 경제 체질이 개선되면서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베어링자산운용 하면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보인 배당주 펀드가 떠오릅니다. 베어링자산운용에서 주력하는 펀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투자 상품은 모두 중장기적으로 벤치마크와 대비해서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익률이 매우 좋게 나타나고 있는 배당주는 경기가 대체적으로 불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 적합한 투자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저평가 요인이 되고 있는 배당수익률이 구조적으로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만큼 좋은 전략이라고 여겨집니다.”


가치주 펀드도 베어링자산운용의 주력 상품인데요.
“가치주 펀드는 경기 회복이 이뤄질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투자 전략을 구사합니다. 따라서 향후 경기가 정상화될 경우 적합한 펀드입니다. 과거 성과로 볼 때 꾸준하게 초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펀드이기도 하고요. 배당주, 가치주와 함께 현재 주력하는 펀드로 3월 초 출시한 ‘코리아 셀렉트 펀드(Korea Select fund)’가 있습니다. 코리아 셀렉트 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높은 확신(high conviction) 전략을 구사합니다. 지난 4년 이상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로 운영했고, 검증된 수익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출시하게 됐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특히 중국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은 사실 한국 투자자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이 있죠. 그런데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에 관심을 보인 시기는 중국 증시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했죠. 그 이전 중국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펀드들은 어떤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으시나요.
“베어링자산운용을 대표하는 해외 펀드로 ‘베어링 차이나 셀렉트’, ‘베어링 차이나 본드’ 등이 있습니다. ‘베어링 차이나 셀렉트’ 펀드는 중국 도시화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해 대형주부터 소형주까지 광범위한 중국 기업에 투자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처럼 중국에서 확실한 미래 성장 기업에 압축 투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하나의 뉴차이나(new China) 테마인 ‘베어링 차이나 본드’ 펀드는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역외채권자산군에 투자합니다. 이자소득과 자본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한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해외 주식투자가 조심스러운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투자 업무를 해오셨는데요, 전무님께서 생각하는 ‘투자의 정석’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변동성은 크지 않지만 꾸준하게 초과 수익을 쌓아가는 전략입니다. 둘째는 입소문이나 시장의 뉴스보다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서 잘 아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균형감입니다. 투자는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므로 귀를 열고 많이 듣고 토론을 통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원칙을 견지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투자 철학이 명확하고 프로세스가 투명한 전문 운용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입니다.”
[MARKET LEADER] “국내 주식형 펀드 유망…북한 격변 가능성 배제 못 해”
전 세계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한국 투자자들만의 특징을 꼽을 수 있을까요. 특징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국내 투자자들은 1990년대 절대 수익을 추구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상대적인 수익의 개념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매우 커지면서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 측면의 포트폴리오 구성보다는 단기 기대 수익이 높은 자산군에 투자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도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이 복잡해짐에 따라 일반 투자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전문 투자자인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과거처럼 수익률 기준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앞날을 내다보고 중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도 있습니다.”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투자는 ‘겸손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복잡한 증시를 꿰뚫고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주택 위주로 자산을 보유한 일반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자본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단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예측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자들이 수시로 여유 자금을 증시에 투자한 뒤 약 10년 정도 후에 찾아 쓴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면 손실 가능성을 줄이면서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국내외 자본시장을 통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정상화 과정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정학적으로 북한의 격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해외 분산투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증시 변수는 비록 위험을 수반하지만, 잘 활용한다면 훌륭한 투자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박종학 CIO는…
1990년 서강대 경제학 학사
1998년 미국 퍼듀대 MBA(Finance)
2000년 퍼듀대 MS(Statistics)
1990~1998년 한국투자신탁운용
2000~2001년 미 SEI인베스트먼트 투자애널리스트
2001~2003년 베어링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
2003~2004년 도이치투자신탁운용 주식팀 이사
2004~2008년 베어링자산운용 글로벌계량운용팀장
2008년~ 베어링자산운용 CIO, 전무(현)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