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주식시장은 과열 분위기를 나타내며 고평가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신흥국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신흥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고 있고 선진국들의 시장 과열 논란이 일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모멘텀이 있는 신흥국도 잇따라 생겨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이권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이라크와 러시아 등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위험은 단번에 해소되기보단 당분간 간헐적으로 반복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는 글로벌 경기의 동반 침체가 나타나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실물경제 부분에서 유럽연합(EU) 소비가 줄어들며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수출이 둔화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선진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전반적으로 해소되는 조짐이다. 이 때문에 경기를 다시 위축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주식시장 고평가 논쟁이 있는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의 선순환이 신흥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은 과열 분위기를 나타내며 고평가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신흥국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 모멘텀에 일본·인도·한국 증시 기대감↑
주요 신흥국은 이라크, 러시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커지더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정부 정책 모멘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주식시장 상승 요인은 정부 정책 모멘텀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당선 확정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일본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가 10개월간 14조 엔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결정되기 이전 2개월간 외국인 순매수와 주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그러나 총리 결정 이후엔 외국인 순매수가 강화되며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일본에선 아베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성장 전략이 나오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외국인 자금은 일본 금융시장에 72억 달러 순유입했다. 이 기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외국인 자금 순유입은 대만 61억 달러, 인도 58억 달러, 한국 51억 달러 등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내년 법인세 실효세율을 2%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회계연도부터 향후 5년에 걸쳐 법인세 실효세율을 약 5%포인트 인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첫 해인 내년에는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출 방침이다. 현재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34.62%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할 경우 독일의 29.59%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당장 내년에 일본의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하되면 프랑스의 법인세율 33.33%보다 낮아진다. 이 같은 법인세 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인도 역시 이 같은 조짐이 강화되고 있다. 인도 모디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주요 글로벌 연기금들이 인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들은 대표적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낮기 때문에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자산 수익률을 높이고자 인도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캐나다 연기금인 CPPIB는 인도 뭄바이에 해외 사무소 개설을 추진 중이며 지난 1년간 3건의 인프라 투자를 실행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인 APG는 지난 7월 30일 향후 3년간 10억 달러를 인도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취임한 인국 모디 총리는 올해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철도, 도로 등 대형 인프라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정책 모멘텀 수혜가 예상된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등 주식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당 등 정부 정책 모멘텀의 수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증시가 당분간 호조세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시장과 홍콩 시장에도 외국 자본의 유입이 지난 6월부터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6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중국 시장에 유입됐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선진국 증시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중국 증시의 유동성이 호전되고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계속 제시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생긴다. 오는 10월부터 중국과 홍콩 간 주식 직접거래 허용 정책인 ‘후강퉁(扈港通)’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의 라이선스 없이도 외국인 투자 자금이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중국 본토 증시는 중국 당국의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등의 자격을 부여받은 기관투자가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는 10월부턴 본토 50만 위안 잔고를 보유한 개인투자자와 일반 기관투자가 등도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할 길이 열렸다.

후강퉁 제도는 중국과 홍콩 증시에 큰 유동성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만 상장된 세계적 기업이나 강력한 상표 인지도를 가진 종목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홍콩에만 상장된 중국 최대 정보기술(IT)업체 텐센트 등은 그간 중국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가 불가능했었다. 또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종목 중 두 거래소에서의 가격 차이가 심한 종목을 통해 차익 거래 기회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수익률 높아 투자 매력 지속
이 같은 신흥국의 투자 매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지정학적 불안에도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 투자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FOCUS] 신흥국 증시 ‘고공행진’ 지속될까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최고투자전략가는 “아시아 신흥시장은 중국 경제의 안정화와 인도의 긍정적 총선 결과로 혜택을 봤고, 상대적으로 싸다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시아 신흥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2008년 저점에 비해서는 높지만, 선진국 시장보다는 30% 저평가돼 있다”며 “대부분 주요 자산의 가격이 오른 현재 상황에선 상대적 매력이 있는 곳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희경 한국경제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