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PB센터에는 오는 11월 시행되는 차명거래금지법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차명거래가 밝혀질 경우 세금 및 가산세가 추징될뿐더러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향후 금융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TAX AFFAIRS] 차명거래 금지법 시행 어떻게 대응할까
차명거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재벌그룹 중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상당수 차명계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다투는 경우다. 이런 부작용이 거듭되자 지난 5월 28일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취지를 보면 ‘타인 명의의 금융거래는 범죄수익 은닉,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 세탁, 횡령 등 불법·탈법 행위나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지가 있으므로 이런 불순한 목적의 차명거래는 금지시킨다’고 나와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차명거래금지법은 종전 금융실명제법과 무엇이 다르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박 모 사장은 오래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금융 자산을 자녀 명의로 분산, 예치해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일명 차명거래금지법)’이 개정돼 이제는 명의를 빌려 준 당사자도 차명거래가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향후 금융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첫째,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서, 몰래 증여하기 위해서, 또는 기타 사유로 본인의 금융 자산을 타인 명의로 분산, 예치해 오고 있었는데 이번 차명거래금지법의 개정으로 이러한 차명거래는 전면 금지되는가. 둘째, 만약 차명거래가 밝혀질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는가. 셋째, 향후 금융 자산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차명거래금지법 개정 법률의 핵심은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자금세탁, 횡령 등 불법·탈법 행위나 범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타인 명의의 금융거래에 대해 일명 ‘합의에 의한 차명’을 허용하고 문제가 됐을 경우 세금과 가산세 추징만 있었을 뿐 형사처벌 등의 제재는 없었다. 이런 제도적 한계를 악용해 불법·탈법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 이번 차명거래금지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법 개정의 취지에 비추어 가족 간 합의된 차명거래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에 대비하기 위해 아버지가 초등학생 딸 명의를 빌려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족 명의를 빌려 금융거래를 하는 것 또한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범죄 목적이 아닌 가족 간 소액 차명거래, 동창회, 종친회 통장 등 이른바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하기로 했다. 결국 ‘선의’의 여부는 사실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입증의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특정인 명의의 계좌에 돈을 모아두는 식의 차명거래도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 차명거래가 밝혀질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종전에는 차명거래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활용돼 발각됐을 경우 거래의 당사자는 세금 및 가산세가 추징되고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임직원은 과태료(500만 원 이하)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개정된 차명거래금지법은 불법 자금을 숨기거나 세탁하려고 차명계좌를 만들 경우에는 계좌의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불법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과태료도 30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으며 과태료와는 별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의 빌려준 사람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이번 법 개정으로 종전 제도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명의자 소유 추정의 규정이다. 즉, 차명계좌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실소유주가 따로 있더라도 명의자 소유의 재산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실소유주와 명의자가 합의에 의해 차명거래를 한 경우에는 해당 자산에 대해 실소유주의 소유권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향후에는 해당 자산에 대해서는 명의자 소유의 재산으로 추정돼 소송을 통해 입증하고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
[TAX AFFAIRS] 차명거래 금지법 시행 어떻게 대응할까
향후 금융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명거래금지법의 개정은 최근 사회지도층의 불법·탈법 행위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가 법률 개정의 시발점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차명거래금지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타 법률과 제도로 차명에 의한 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작년 1월 1일부터 개정돼 시행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차명계좌증여추정 규정, 금융정보분석원(FIU)법에 의한 혐의거래보고제도(STR),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처벌 규정이 있다.

이런 법률 개정 사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된 차명거래금지법은 기존의 제재 사항보다 그 범위나 금액에서 훨씬 강도 높은 규제 사항이 많다. 그만큼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 의지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될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법 시행일인 11월 29일 이전에 실명 전환 및 합법적인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 법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에 관한 법률 <11월 29일 시행>


제3조 (금융실명거래)
③ 누구든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 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4. 5. 28.>

④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는 제3항에 따른 금융거래를 알선하거나 중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4. 5. 28.>
⑤ 제1항에 따라 실명이 확인된 계좌 또는 외국의 관계 법령에 따라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한다. <신설 2014. 5. 28.>

⑥ 금융회사 등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제3항의 주요 내용을 거래자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신설 2014. 5. 28.>

⑦ 실명거래의 확인 방법 및 절차, 확인 업무의 위탁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4. 5. 28.> [전문 개정 2011. 7. 14.] [시행일 2014. 11. 29.]


제6조 (벌칙)
① 제3조 제3항 또는 제4항, 제4조 제1항 또는 제3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5.28.>

② 제1항의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전문 개정2011. 7. 14.] [시행일 2014. 11. 29.]


제7조(과태료)
① 제3조·제4조의2 제1항 및 제5항(제4조의2 제1항을 적용하는 경우로 한정한다)·제4조의3을 위반한 금융회사 등의 임원 또는 직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정 2014.5.28.>

② 제1항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부과·징수한다.
[전문 개정 2011. 7. 14.] [시행일 2014. 11. 29.]


손봉진 미래에셋생명 세무컨설팅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