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펀드가 투자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배당주펀드들은 올 들어 11% 수익을 내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배당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고배당주, 우선주 등에 집중 투자하는 배당주펀드가 투자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일 뿐 아니라 배당 친화적인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주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배당주펀드들은 올 들어 11% 수익을 내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 성과를 보고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배당수익을 통해 꾸준한 인컴(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9월 15일 기준)에 따르면 61개 배당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77%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52%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석 달간 수익률만 7.51%에 이른다. 배당소득 세율 인하, 사내 유보금 추가 과세 등 배당 친화적인 정부 정책 발표로 배당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기대되면서 배당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덕분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이익 분배보다는 투자 확대에 치중하면서 배당수익률은 글로벌 주식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 배당주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최근 시장의 배당 압력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배당주펀드, 올해 2조 원 자금몰이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조4090억 원이 빠져나갔지만 배당주펀드는 2조971억 원이 순유입됐다. 연초 2조8049억 원이던 설정액은 8월 15일 현재 4조9779억 원으로 무려 77%나 증가했다.

이 중 일부 운용사의 배당주펀드로 자금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배당주펀드 3인방으로 꼽히는 ‘신영밸류고배당’(9026억 원), ‘신영고배당’(2062억 원), ‘신영프라임배당’(1349억 원) 등이 자금몰이를 주도했다.

배당주펀드로 투자자 시선이 집중되면서 운용사들도 신규 펀드를 쏟아내고 있다. 배당주펀드는 매년 1~3개 나오는 정도였지만 올 들어서만 13개 신상품이 출시됐다. ‘트러스톤장기고배당’, ‘한국투자배당리더1’, ‘KB리서치고배당’ 등이 해당 펀드들이다. 김재균 트러스톤자산운용 세일즈 전무는 “전통적인 고배당주는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후발 펀드로서 향후 배당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종목에 초점을 두고 현금 보유 비중이 높아 배당 여력은 충분하지만 현재 배당수익률이 낮은 종목을 발굴,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권 증시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꾸준한 현금 수입 흐름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도 배당주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저금리 국면이 지속돼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배당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는 고배당주에 선별 투자하는 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의 성과를 압도한다는 점은 해외 증시에서 실제로 입증됐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고령화에 따른 은퇴 소득 수요도 증가하면서 배당 투자 매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배당주펀드들도 견조한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FUND ISSUE] 배당주펀드 열풍 언제까지 지속될까
고배당주들의 주가수익률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받쳐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다. 실제로 국내 배당주펀드들의 장기 누적 성과를 살펴보면 1년 11.77%, 3년 37.98%, 5년 47.47%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3.45%·15. 36%·23.47%)을 크게 웃돈다.

또한 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능력, 배당 재투자, 적절한 리밸런싱 등을 통해 배당주펀드들의 성과는 시장 지수를 크게 웃돈다. 이 중 배당 투자에 대한 철학과 운용 스타일이 확고한 펀드가 장기 성과도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C’는 국내 최대 배당주펀드로 지난 3년간 70%, 5년간 84.75%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2팀 팀장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연 15% 내외의 꾸준한 수익을 목표로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2002년 4월 설정 이후 12년째 운용 중인 ‘베어링고배당A’도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자금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1년 수익률 10.64%, 3년 수익률 43.61%, 5년 수익률 69.81% 등 투자 기간별로 누적 수익률이 견조하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상무는 “단순히 배당률이 높은 주식을 담는 게 아니라 기업 이익 성장에 따른 배당 확대, 주주 친화적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고 말했다.

배당주펀드는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외에도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상장된 배당주ETF는 ‘한화ARIRANG배당주’, ‘우리KOSEF고배당’, ‘교보악사파워고배당저변동성’ 등 3개가 있다. 주식 직접투자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지만 일반 주식형 펀드 대비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유동성도 높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배당주펀드는 ‘시중금리+알파(α)’의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이라며 “최근 단기 성과에 근거해 접근하기보다는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배당주펀드를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계좌에 편입해 관리할 경우 과세를 연금 수령 시까지 이연할 수 있어 절세 복리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배당 재투자와 리밸런싱에 따른 복리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최근 국내 배당주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심해지자 발 빠른 투자자들은 글로벌 배당주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선진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배당 기업은 한국보다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자산 배분 관점에서 글로벌 고배당주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