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규 하나은행 강남 WM센터장

노승규(47) 하나은행 강남 WM센터장은 1992년에 입행한 정통 ‘하나맨’이다. 1999년 광화문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로 첫 발을 뗀 이후 압구정지점을 거쳐, 2004년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한 고객을 관리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부문으로 옮겼다. 15년간 VVIP 대상 금융 컨설팅을 담당해온 내공으로 지난해부터 강남 WM센터를 이끌고 있는 노 센터장을 만나 요즘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사를 들었다.
[DINNER WITH PB] “강남 자산가들은 달러표시채권에 관심 갖죠”
“제가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업계에선 최고참이에요. PB센터를 떠나 후선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주전으로 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초우량 고객을 상대하는 WM센터의 리더를 맡았으니 앞으로 더 큰 꽃을 피워보고 싶어요.”

9월 12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리츠칼튼서울호텔의 중식당 ‘취홍’에서 만난 노승규 하나은행 강남 WM센터장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2000년 초반 압구정점 PB센터에 몸담던 시절, 3000억 원의 고객 자산을 굴리던 열정과 패기 그대로였다. 앉아서 찾아오는 손님들만 응대하는 것이 아닌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 그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일에 매력을 느낀 노 센터장은 일찌감치 PB로 전향해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압구정지점에 있을 당시 하나은행 경영 평가에서 PB부문 최우수상과 대상을 거머쥐었고, WM센터로 와서는 WM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PB의 원조 하나은행의 선진화된 PB 시스템과 특유의 친근함을 무기로 노 센터장은 10년 지기 고객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압구정점 PB센터에서 강남 WM센터로 온 지 올해로 딱 10년 되셨죠.
“그렇죠.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3년 하나은행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PB센터’를 지향하며 WM부문을 신설했는데, 당시 강남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 1층에 문을 연 강남 WM센터는 연일 언론과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럭셔리한 상담실을 갖추고, 고객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웰스매니저 1명당 전담 고객도 30명 선으로 좁혔지요. 지금은 대중화된 자문사 주식투자 형태, 부동산 관리-처분-매입-신탁, 해외 헤지펀드 도입, 비상장 주식 매수 및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소규모 기업 인수·합병(M&A) 참여 등도 국내 은행권 VIP자산관리팀 가운데 처음 시도했었습니다. 저는 압구정점에서 PB로 일하던 중 인사 발령이 나 강남 WM센터가 문을 연 다음 해부터 웰스매니저로 일하게 됐는데, 기존 고객을 두고 처음부터 새롭게 초우량 고객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2000년대 초반 압구정점 시절, 외환위기 때 발행됐던 채권 중 비과세 상품이었던 SKT 채권, 한전 채 등을 국내 최초로 판매해 공전의 히트를 쳤습니다. 하나은행 경영평가에서 최우수상, 대상을 받으며 PB로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죠. 어느 날 최고경영자(CEO)께서 PB들을 모아놓고 ‘너희가 하고 있는 건 프라이빗뱅킹이 아니다. 스위스 은행인 UBS가 하는 것을 봐라. 그들의 영업 방식을 롤 모델 삼아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하더군요. 사실 WM본부 발령은 강제에 가까웠는데(웃음) 저도 한편으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PB 고객을 대상으로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어요. 애석하게도 지금은 PB들도 선진화된 서비스를 도입해 WM과의 경계가 모호해졌죠. 하나은행의 경우도 PB센터에 소속된 골드클럽(5억 이상 고객 대상)과 WM(10억 이상 고객 대상)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고객들은 주로 어떻게 돈을 번 분들인가요.
“10년 가까이 만나온 고객들은 어느덧 나이가 70대 후반, 80대 정도 됐습니다. 정통 부자 중엔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사업할 때는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서 대기업에 꾸준히 납품만 하면 돈을 벌 수 있었어요. 또 신흥 부자들 중엔 게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창업해 회사를 키운 후 지분을 팔아 큰돈을 손에 쥔 분들도 있고요. 또 다른 부류는 전문경영인인데요, CEO가 월급 생활자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한 만큼 성과를 받는 시스템이다 보니 자산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변해왔습니까.
“10년 전만 해도 부자들은 보석, 명품, 맛있는 음식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은 오로지 건강입니다. 유명한 병원이 어디이며, 그곳에 권위 있는 의사는 누구인지 등 정보를 많이 공유하세요. 줄기세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요. 연세가 있는 분들은 자제들과 함께 상담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10년 전 저와 처음 만났을 때 증여나 상속 문제를 이미 해결해 놓고 당시 자제들에겐 재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죠. 시간이 지나 점점 연로해지니 자제들에게 상세한 재산 내역을 알려야겠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자일수록 돈에 대해 철저해서 거액의 자산가들은 재산을 자제들에게 쉽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남아 있지요. 부모가 자식에게 일찍 재산을 물려주면 아이의 인생을 망친다거나, 그 반대로 자식들에게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증여세 측면에서는 위험한 생각이에요. 사전증여와 사후증여는 세금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예를 들어, PB에게 사전증여를 부탁해 놓고 아들에게 알리지 않은 자산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자기 앞으로 재산이 얼마나 있는 줄 모르고 있다가 미국에서 미처 신고를 못해 결국 상당한 세금을 물었습니다. 물론 상황은 각기 다르겠지만, 가급적 사전증여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승계 문제도 가족 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저는 고객들에게 자식들도 일찍부터 자산의 흐름을 알도록 하고 관리에 동참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자녀는 물론 며느리, 사위, 손주까지 가능하다면 함께 트레이닝할 것을 권합니다.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큰 틀에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 움직여 한 집안의 자산 체계를 올바로 갖추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 등 시행착오도 미리 겪어봐야 하죠. 저는 향후 은행의 PB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패밀리오피스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기반이나 인식이 부족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자산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DINNER WITH PB] “강남 자산가들은 달러표시채권에 관심 갖죠”
고령화 시대에 자산가들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자수성가한 고객들은 평생 일만 하며 달려오다 보니 돈은 수북하게 쌓였지만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고객의 자산이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관리해주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합니다. 연극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연극 단체를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든지, 재단 설립에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세무사와 논의해 액션 플랜을 함께 짜보는 식입니다. 저는 요즘 은퇴설계팀에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모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나중에 어디에 쓸지를 교육하라’고 말합니다.”


요즘 초고액 자산가들의 돈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초저금리 시대에 주식 및 채권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초고액 자산가들은 대체 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인프라, 외화 자산 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상품별 투자 기간도 과거 대비 길어지면서 안정적인 배당 및 수익이 예측되는 상품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안전자산만을 고집하던 분들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하이일드펀드, 멀티 인컴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갈아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의미 있는 투자를 한 고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서 말한 배당 관련 펀드 투자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작년 중반부터 배당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 주식 매매차익은 물론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는 배당 관련 펀드에 투자자가 몰렸어요. 저희 고객 중에도 우선주에 투자해 40% 누적수익률을, 배당주로 20% 수익을 본 분들이 많아요. 우선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이 30%대 초반까지 하락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달러표시채권 투자도 고객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얼마 전 해외 우량 기업의 달러 표시채권에 투자하고, 이자 지급 및 만기 달러 유입에 대비해 가입 시 환율로 고정시키는 작업까지 함께 해드렸습니다. 연 7~8% 정도 수익을 보고 일부는 시장에 매각해 상환했으며 일부는 만기 시까지 연 5% 정도 수익을 분기마다 지급받아 홀딩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임대주택용 부동산에 간접투자를 해 연 7% 수익을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남 WM센터 고객들의 자산이 50억 원가량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시죠.
“50억 원을 기준으로 배당주 및 우선주 펀드와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등 국내 주식 15%, 글로벌 멀티 인컴펀드 5%, 중국 주식형 펀드 5%, 국내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35%, 미국 뱅크론 펀드·달러표시채권 등 해외 채권 20%, 원금 보장 및 지수형 스텝다운 주가연계증권(ELS) 10%, 실물 오피스 자산 펀드 10%로 설계해 드리겠습니다(표 참조).”
[DINNER WITH PB] “강남 자산가들은 달러표시채권에 관심 갖죠”
끝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 건이 이슈인데요,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PB 관리 자산은 각각 약 23조 원, 10조 원입니다. 합병 이후 PB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근거는 무엇입니까.
“외환은행은 외국 매매와 해외 채널 등 외환 거래를 기반으로 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개인금융 및 전통적인 PB 명가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리테일과 외국환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7월 발표된‘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에서도 두 은행의 PB 업무, 외국환 경쟁력 등 강점 공유로 인한 시너지를 225억 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더군요. 저금리·저성장 시대엔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자산관리 업계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양행의 통합은 분명 효과를 낼 것이라 예상합니다.”



리츠칼튼 서울 중식당 ‘취홍’에서 즐기는
대파향 전복볶음·자연송이 볶음· 사천식 꼼장어·불도장
[DINNER WITH PB] “강남 자산가들은 달러표시채권에 관심 갖죠”
중식당 취홍은 고객 개별적인 기호에 맞춘 정성 어린 서비스와 담백한 맛의 광둥식에 상하이 스타일을 조화시킨 세심한 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12개의 별실을 갖춰 프라이빗하고 고급스러운 다이닝 목적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또한 레스토랑 곳곳에는 피카소, 유영희 등 유명 국내외 작가들의 예술작품이 현대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20여 년 경력의 조경식 취홍 총주방장이 선보이는 최고급 메뉴는 격조 있는 자리에 품격을 선사한다.

조 총주방장이 개발한 메뉴로 대파의 풍미와 전복과 관자의 쫄깃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는 ‘대파향 전복볶음’,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의 제철 자연송이로 선보인 ‘자연송이 볶음’, 제철인 꼼장어를 매콤하게 특제 소스를 곁들여 볶은 ‘사천식 꼼장어 요리’, 전복, 해삼, 오골계와 고급 한방 재료를 넣어 장시간 우려낸 최고의 보양식 ‘불도장’이 준비됐다.


매칭 와인 도멘 위에 부브레 르 몽 섹
(Domaine Huet Vouvray Le Mont Sec)
[DINNER WITH PB] “강남 자산가들은 달러표시채권에 관심 갖죠”
프랑스 르와르(Loire) 지역의 부브레(Vouvray) 마을에서는 훌륭한 산미과 섬세한 맛을 지닌 슈냉 블랑(Chenin Blanc)의 특성을 잘 표현하는 와인들을 생산해오고 있다. 매해 수확된 포도의 상태에 따라 당도의 차이가 있는데, 드라이한 와인의 높은 산미와 신선한 맛은 특히 섬세한 풍미의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도멘 위에(Domaine Huet)의 본 와인은 약간의 흰 꽃 향과 달콤함이 조화롭게 표현되면서 중식 소스와 전복의 풍미를 한층 더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도멘 위에는 르와르 지역 최고 생산자의 명성을 넘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생산자로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