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목적은 분명하다. 노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답이 보인다. 나이 들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퇴직연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퇴직연금의 목표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PENSION PLAN] DC형 퇴직연금의 목표수익률 정하기
은퇴 후 노후 생활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다. 이자, 임대료, 연금, 배당금, 주택처분 잉여금, 자녀의 도움 등 실로 다양하다. 하나씩 자세히 뜯어보자. 저금리 시대에 이자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많은 임대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기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고, 공실 우려 및 관리 부담이 만만찮다. 주택을 처분해 그 차익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도 있으나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저출산으로 자녀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일수록 노후 소득에서 차지하는 연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연금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연금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연금의 목적은 분명하다. 노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안정적’이라는 단어다. 안정이라는 말을 원금 보장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목적어가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금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목적어는 노후 생활비의 안정적 조달이다. 반면에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목적어는 원금 보장이다. 원금이 보장되더라도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후 생활은 궁핍해지고,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러면 젊었을 때 퇴직연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타깃형 퇴직연금 운용 전략
노후 생활비의 안정적 조달에 초점을 맞추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답이 보인다.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은퇴 직전 소득의 70% 정도는 필요하다는 게 국제적인 정설이다. 은퇴 직전에 500만 원을 번 사람이라면 은퇴 이후에 350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돈을 모두 퇴직연금으로 조달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국민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을 계산하고, 그 금액만큼을 빼야 한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적으로 3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앞의 사람의 경우 150만 원 정도를 국민연금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필요 소득대체율 70%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30%를 빼면 40%가 남는다. 이는 사적연금이나 이자소득, 배당금 등으로 조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상황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에서 감당해야 할 소득대체율은 20~30% 정도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목표 소득대체율이 정해졌으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른바 타깃형 퇴직연금 운용 전략의 수립이다.

예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3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30세의 A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법정 정년인 60세까지 일을 할 것이며, 85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한다. 은퇴 생활 기간은 25년이다. 임금은 매년 3%씩 올라간다고 가정한다. 30년 뒤 A씨의 월급은 약 707만 원이 된다. 이 707만 원의 30%를 퇴직연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약 212만 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30년간 연평균 7.8%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25년간 약 209만원의 연금을 매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약 4억4300만 원이고, 소득대체율로는 29.5%로 목표로 잡은 30%에 근접한다. 목표수익률이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양한 자산을 결합해 7.8%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PENSION PLAN] DC형 퇴직연금의 목표수익률 정하기
그런데 30년간 연평균 수익률 7.8%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하게 높은 목표를 세워 포트폴리오의 위험도가 높아지면 자칫 원하지 않은 성적표를 손에 쥘 수도 있다. 목표수익률이 무리한 수준이라 여겨지면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목표 수준을 다소 낮추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에는 무턱대고 낮추기보다는 앞에서 수행한 과정을 따라하면 된다. 동일한 가정하에서 목표 소득대체율을 20%로 낮춰보자. 이에 해당하는 금액은 약 141만 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평균 수익률이 5.4%이면 약 3억 원을 모을 수 있고, 이를 재원으로 연금액을 산출하면 대략 142만 원이 나온다. 이 금액의 소득대체율은 20.1%다. 목표로 하는 소득대체율 20%와 거의 동일하다. 연평균 수익률이 5.4%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지 않을까. 당초 목표치에서 부족한 10%포인트의 소득대체율은 일하는 기간의 연장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퇴직연금의 목표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목표수익률도 올라갈 것이다. 목표 소득대체율을 40%로 올리면 목표수익률은 9.6%로 인상되고, 50%로 올리면 수익률은 10.9%로 상승하게 된다. 목표 소득대체율을 높게 잡을수록 퇴직연금 적립금은 더욱 공격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결코 바람직한 목표라 할 수는 없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운용은 인생을 말아먹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를 활용하면 된다. 지금 당장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사업자보다는 나의 퇴직연금을 목적에 맞춰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도록 자문해주고, 필요하면 교육도 적극적으로 해주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입자들 역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알아서 떠 먹여주는 사업자는 없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실장